애니메이션 좀비랜드 사가
*애니메이션 좀비랜드 사가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좀비랜드사가는 일본의 시골 지역 사가 현을 배경으로 하는 좀비 아이돌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다른 원작 작품이 없는 순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은 1쿨 12화만 나왔고, 이후 2기가 제작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 사가는 말 그대로 사가 현을 뜻한다. 그러나 빈란드 사가 등, 북유럽 바이킹 계열의 나라에서 쓰는 사가라는 단어와 착각할 수 있다. 사가 현은 일본의 규슈 섬에 위치한 지역으로, 다른 일본의 중심 지역인 도쿄나 오사카에 비해 매우 외진 곳에 있다. 노령화가 어느정도 진행된 지역으로 젊은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가 현이라는 시골마을에서, 좀비들이 아이돌이 되는 이야기다. 좀비들은 각자의 사정에 의해 젊은 시절 죽은 이들을 모종의 힘으로 되살린 것이다. 가장 옛 시대의 캐릭터는 메이지 시대의 캐릭터이고, 쇼와 시대 캐릭터, 현대 시대 캐릭터 등이 있다. 나이차이, 시대 차이가 있으나 각 캐릭터들은 이에 기반하여 어른 역할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 좀비들을 코타로라는 사람이 이끈다. 코타로는 좀비가 아닌 사람으로, 그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아이돌을 하게 되는지 암시하는 내용이 작품 후반부에 있다. 그는 사가 현을 부흥하기 위한 목표 하에 아이돌을 데리고 각종 행사와 라이브를 이끈다. 네이밍 센스도 형편없어서 처음에는 데스 무스메, 그린 페이스 등 이상한 이름으로 공연을 하지만 나중에 멤버들끼리 이름을 정해서 프랑슈슈라고 짓는다.
프랑슈슈에 소속된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 사실 젊은 나이에 죽었기 때문에 사정이 없는 것이 이상하고, 경우에 따라서 슬픈 것이기도 하다. 코믹하게 묘사되어도 곱씹어 보면 슬픈 죽음이 많다. 이 내용을 잘 풀어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 작품은 이런 좀비, 아이돌, 사가라는 요소를 조합해서 매우 좋은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건전성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혐성을 가지고 악한 존재가 없고, 과한 노출이 없으며, 줄거리 전개를 위해서 누군가가 캐릭터 컨셉을 희생하는 일이 없다. 또한 각자 자신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있으며 이를 배려받기도 하고 이때문에 갈등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다른 한 특징은 아무도 이 작품의 대성공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미묘하게 저예산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작화가 엄청 좋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예산 절감을 위해서인지 라이브 장면이 쓰리디로 나오는데, 여기에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정까지 감안하면 제작이 그렇게 쉬웠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제작진들은 매우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대박을 쳤다. 이 점은 약간 타츠키 감독의 케모노 프렌즈와 비슷하다. 물론 좀비랜드사가쪽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았을 것이고-케모노에 비해서- 성우진도 훨씬 좋다. 다만 원작이 없거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점, 화려한 투자를 받지 않은 점, 매우 건전하고 좋은 스토리 등이 비슷하다.
12화라는 짧은 화 내에서 캐릭터들의 성격과 가치관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또한 디테일도 매우 훌륭하여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나서 다시 한번 보면 캐릭터들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본가의 실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준 애니메이션이다.
크게 기억나는 화가 두개 있는데, 아이돌간에 서로를 배려하고 이끄는 모습이 나온 7화, 그리고 마지막 화다. 마지막 화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매드무비처럼 회상시켜 보여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 또 하나 생각하자면 체키회에 가지 않으려는 아이돌을 배려해서 대화와 상담을 하고 사진을 내는 부분이 정말 너무 좋았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