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필 에세이

내 잠속에 비내리는데 / 이외수

삼긱감밥 2021. 6. 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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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이외수의 산문집이다. 그가 다른 잡지사나 신문사에 의뢰받아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나, 그의 인생을 조망한 글, 다른 소설가나 문인의 평 같은 것이 섞여있다.

 

2. 내용

우시장, 낚시, 거미 관련된 글처럼 그냥 어떤 주제를 하나 정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대충 정리한 것이 있는데 크게 주목할 만한 것같지는 않다.

 

이 산문집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이외수 인생사를 정리한 부분이다. 

 

이외수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랑 살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한국전쟁때 징병되서 훈장받고 본부로 발령되더니 거기서 새 살림을 차렸다. 이외수는 전쟁끝나고 아버지랑 같이 살았다고 하는데, 계모나 다른 가족에 대한 언급이 이 책에 하나도 없는 것으로 봐서 어땠을런지...

 

그리고 나름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려서 홍대 미대도 갈만 했는데(우등상도 받고 그랬다고 한다) 춘천교대를 간다. 이것이 비극의 신호탄이었다. 지금은 교대 못가서 난리고 입시도 소수정예의 파워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때는 교대가 별로였나보다. 지금처럼 4년제도 아니고 2년제였다고 한다.

 

이외수의 춘천교대 시절을 그린 내용이 훈장이었나 어디 다른 소설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거의 뭐 불한당 집합소 수준으로 묘사되어 있다. 일부 학교폭력물에서 그려지는 전문계 고등학교의 안좋은 점은 거의 다 모아놓은 듯한, 딱 그렇게 나와있는데, 사실 좋았어도 별로 다니고 싶지 않았을 것같다. 그림 잘그려서 미대가고 싶었는데 교대를 갔다면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박범신도 자서전격 소설인 더러운 책상에서 교대가서 대충 억지로 다니다 때려치워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맞다, 박범신 다녔을 때도 교대 2년이었다고), 이외수도 교대를 7년을 다녔다. 군대가 3년이었던 걸 생각하면 10년 다닌셈. 그리고 때려 치워버리고 10년동안 폐인처럼 춘천 거지로 살았다.

 

하루에 번데기 20원어치 사서 먹고 굶고, 넝마주이처럼 살고 어디서 젓가락 베니어 합판에 꽂는 기술 배우고, 이상하게 살았다. 그래도 이외수가 그림 그린 이야기가 이 시절에도 남아있는 걸 보면 진짜 그림은 좋아했나 보다. 

 

그리고 예술 어쩌구 얘기하면서 문학 책을 읽으며 살았다. 이외수 자신이 어땠는지는 둘째치고 주변 사람들이 참 착한 사람들이 많아서 도와준다.(선한 사람들이 곧잘 등장해서 도와준다.) 이외수 본인은 3달동안 머릴 안감고 살아도, 주변에서 때때로 도와준다. 그동안에도 글은 계속해서 써서 기고한 덕분에 마침내 강원일보에서 당선되어 등단한다.

 

이외수의 아내되시는 분은 원래 미스 강원으로, 간호사 출신이다. 아주 비단같은 마음씨를 지닌 분이라(거의 뒤치닥꺼리하는 것이 부모같이 보인다. 세상에) 이외수가 이왕 나랑 사귀게 될거면 미리 사귀자고 꼬시자 별 신경도 안 쓰더니, 나중에 이외수를 집으로 데려와서 목욕을 시켰다고 한다. 이 목욕이 이외수에게 3달만에 첫 목욕이었고 시부모 되실 분들은 어디서 거질 데려왔냐고 기겁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아내랑 같이 신혼여행으로 어린이 대공원에 간다. 아내는 고생만 한다. 결혼한게 기적이다. 주변 사람들이 와서 축하해 준 사실을 이외수도 당황해서 잘 못믿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축의금 나중에 두둑이 받을라고 한건 아닐거 같고 그냥 인정이라고 해야할지.

 

250만원짜리 초가집에서 개고생하고 살다가, 이외수 책이 점점 많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나중에, 4-5000만원 짜리 양옥 2층집으로 이사가고, 이외수는 연못을 파서 물고기도 키우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아내는 고생한다. 한달 생활비인 20만원을 이외수가 원고지 산다고 들고 나가서 술마시는데 다쓰고, 여관방에서 자다가 돈이 없어서 아내에게 전화하는 부분은 필견이다. 

 

이 책은 발간된 지 꽤 되었고, 이외수의 인생관을 매우 많이 드러내주기 때문에 몇가지 미래암시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이외수가 가정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약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런지, 찝찝한 느낌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3. 기타

이외수의 다른 작품인 벽오금학도에서 주인공이 아버지는 징병되어 한국전쟁에 나가고 할머니랑 같이 구걸하면서 살고, 나중에 아버지는 알고보니 새 집 살림을 차렸는데, 이것이 이외수 어린시절 인생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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