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는 전국시대~초한쟁패기 시대의 사람이다. 위나라 수도 대량 출신이다.
언제 태어났는지는 전하지 않고 기원전 202년에 죽었다고 되어있다. 일찍이 어린시절에 전국시대 4군자중 하나인 신릉군 위무기 휘하에 식객으로 있었다. 신릉군이 기원전 243년 사망하였으므로, 아마 기원전 210~200년경인 초한쟁패기 시점에서는 노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방이 기원전 247년, 항우가 기원전 232년 사람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노익장을 발휘한 셈이다.
장이는 젊어서 떠돌이 생활을 했는데, 어느날 외황이라는 마을에 들렀다. 외황에는 부호의 딸이 결혼을 했다가 문제가 생겨 돌아온 상태였는데, 누군가가 장이를 추천하여 장이와 결혼하게 되었다. 장이는 떠돌이 신분에서 많은 돈을 얻게 되었다. 그는 돈을 바탕으로 많은 인맥을 사귀었고 덕분에 장이는 이후 외황의 수령이 되어 아예 고을을 다스리게 된다.
그 인맥중에서도 장이가 가장 친하게 지낸 사람은 진여이다. 진여는 장이의 아들뻘 되는 사람으로, 유학을 공부했는데, 나이차이가 커서 진여가 장이를 아버지처럼 모시다가 후엔 문경지교의 사이가 되어 친한 친구로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장이와 진여가 살던 위나라는 진시황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진나라에서는 위나라에서 명사로 소문이 자자한 장이와 진여를 1000금, 500금을 걸고 붙잡으려 했다. 둘은 마을을 도망쳐서 가명을 쓰고 진성(陳城)으로 숨어들어갔다.
어느날 그곳 관리가 진여가 잘못을 했다며 마구 두들겨 팼다. 진여는 매를 맞다 반항하려 하였으나, 장이가 진여를 제지했다. 이런 곳에서 작은 치욕을 참지 못하고 관리에게 죽으려 하냐고 진여를 혼냈다. 진여는 장이의 말이 옳다고 여기고 참아냈다. 장이와 진여를 찾는다는 지령이 마을에 내려왔지만 장이와 진여는 사람들을 속아넘기는데 성공하고 진나라가 망할때까지 살아남는다.
진나라는 갖은 혹정과 정치의 혼란으로 망해가고 진승과 오광의 반란군이 크게 세를 일으켰다. 장이와 진여는 반란군을 따라가 진승을 모시게 되었다. 진승이 왕이 되려하자, 이를 제지했으나 진승은 말을 듣지 않았다. 둘은 진승에게 조나라 땅을 점령해 오겠다고 한뒤 무신, 소소와 조나라에 쳐들어가서 땅을 점령한다. 그러나 이후 무신에게 왕이 되도록 권유하여 진승에 반항하고 조나라를 건국한다. 진승은 이들을 죽이려 하였으나 차라리 이용하는게 옳다고 여겨 그만두었다.
이후 무신의 부장 이량이 진나라가 두려워 반란을 일으킨다. 무신은 죽고 조나라는 쑥대밭이 되었다. 장이와 진여는 명성 덕택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는다. 둘은 조헐이라는 인물을 다시 조나라 왕으로 삼아 나라를 다시 일으킨다. (둘다 위나라 사람이기에 스스로 왕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위협이 조나라에 다가오고 있었다.
진나라 최고의 장군 장한이 중원에 쳐들어온 것이다. 장한의 군은 어중이떠중이를 모은 반란군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정예였다. 장한의 진격로에 있던 반란군 세력은 모두 죽임을 당하였다. 진승, 오광의 반란군도 박살이 나고 위나라는 군주까지 죽는 비극이 일어났다. 장이와 진여는 일단 거록 성으로 도주한다.
그런데 장한이 수하 왕리를 보내 거록을 포위한다. 조나라왕 조헐과 장이는 거록 성 안에 갇히고 만다. 장이의 아들 장오와 진여는 포위를 뚫기 위해 노력했지만 진나라군이 너무 강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거록 성의 조나라군은 수도 적고 군량도 거의 없었던 반면 왕리의 군은 워낙 정예인데다 보급까지 잘 되어 있었다.
어느날 포위가 풀리지 않는데 답답함을 느낀 장이가 성 안에서 바깥으로 장염과 진택이라는 인물을 보내 진여를 다그친다. 왜 수만의 군사를 가지고도 성을 구원하지 않는가. 신의가 있다면 진나라 군대를 공격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나라 군이 아무리 강해도 열에 한 둘은 살아남지 않겠는가.
진여가 장염과 진택에게 군사를 주어 진나라 진영에 쳐들어 가게 했지만 전멸한다. 포위는 풀리지 않고 거록 성은 함락 직전의 위기에 빠지게 되었는데, 마침 북상한 초나라의 항우가 거록대전에서 진나라군을 격파한다. 조헐과 장이는 성밖으로 나와 항우에게 감사를 표시한다.
장이는 진여에게 가서 따졌다. 왜 나를 구원하지 않았으며, 장염과 진택은 어디로 갔냐고. 진여는 장염과 진택에게 군사를 주어 진나라군과 싸우게 했지만 모두 죽었다고 답한다. 장이는 의심하며 몇번 되묻는다. 장이는 진여가 그 둘을 모두 죽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진여가 너무 속상하고 화가나서 장군의 상징인 인수를 내팽겨친다. 내가 이까짓 장군직을 못 버릴것 같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화를 내고 화장실에 가버린다
이때 누군가가 장이에게 하늘이 내려준 것은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권유한다.장이는 그 인수를 갖고 진여의 군사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 진여는 어이가 없어서 자신과 정말 친한 이들만 이끌고 칩거해 버린다.
둘의 관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장이는 이후 상산왕이 되어 옛 조나라땅을 다스리게 된다. 진여는 제나라의 군사를 빌려서 장이를 급습해 왕자리에서 쫓아낸다. 장이는 유방에게 도망친다.
유방이 진여에게 군사를 요청하자, 진여는 장이의 목을 달라고 제안한다. 유방은 다른 사람의 목을 보내서 진여를 속인뒤 군사를 빌렸다가 훗날 들통난다. 유방은 한신과 장이를 보내 조나라를 치게 한다. 한신은 정형 전투에서 배수진을 이용해 진여를 죽인다.
장이는 2년뒤 죽고, 그의 아들 장오가 조나라 왕으로 봉해지게 된다.
장이와 진여는 당대에 명사로서 이름높았던 이들이다. 위나라가 망하고 진나라 사람들에게 쫓기며 위기가 닥쳤을 때, 둘은 목숨을 걸고 신의를 지켰다. 그러나 결국 둘은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사마천은 장이와 진여의 사이가 파탄이 난 것은 권세와 이익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