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 시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에는 내가 몰랐던 새로운 개념들이 많고 재밌는 사실이 많아서 매우 흥미롭게 읽고 있다.
이목
이것은 이 책에서 처음 쓰는 번역어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이목이라고 구글에 치면 조나라 장수 이름만 많이 나와서 잘 모르겠는데, 나는 이 단어를 이 책에서 처음 보았다. 이목은 저지대와 고지대를 오가면서 목축을 하는 것이다. 평원에서 양을 키우다가 산에 올라가서 키우는 식으로 말이다. 산에서 키우다가 내려가는 것은 역이목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목은 유목과 다르다. 스텝 지대의 유목민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가지고 동시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목을 하는 사람들은 가축의 주인이 떼거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위임을 받은 양치기들이 끌고 돌아다니는 식으로 이동한다.
이목을 하는 습성이 남으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그냥 양을 데리고 돌아다니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목축을 하던 사람들과 평지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 산지와 평지의 갈등을 조절하고 중재할 사람들이 있어야 이것을 장기적으로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목은 극단적인 경우 스페인 북부에서 남부로 향해지는 정도로 이동거리가 긴 것도 있었는데, 이것은 카스티야 경제의 근간이 되었다고 한다. 마드리드 개발 이전에는 주요 도로의 중심지는 톨레도였다.
기후
지중해성 기후는 비가 오는 시기가 고르지 않고 특정 계절에 집중된다.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과실수를 키울 수는 있어도 수목이 잘 자라기는 어렵다고 한다. 수목이 잘 자라지 않으므로 가축이 제대로 자라질 못한다. 북유럽 사람들이 남유럽에 오면 빈곤한 식사와 육류에 혀를 차게 된다. 헤르체고비나와 그리스 등지에는 황량한 모습이 보인다.
양과 말이 모두 작게 자라는데, 양이 작아서 북유럽 사람들이 양고기를 먹으면 실망한다. 말도 작게 자라서 말을 활용한 쟁기가 크게 쓰이지 않았다. 어차피 말이 힘이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말은 맛도 없는 지푸라기나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쟁기를 썼고 깊게 파는 쟁기가 아니라 얕게 파는 쟁기를 썼다.
겨울 바다는 매우 위험해서 로마시대에는 11월부터 4월까지 항해를 금지했다. 중세에도 이런 문화가 이어져서 도시 국가가 겨울 항해를 금지하곤 했다. 1500년대까지도 갤리선 항해가 위험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선박 기술이 개선되면서 나중에는 4계절 항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겨울에는 기습전을 제외하면 해군과 육군의 전쟁이 모두 멈추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평화조약도 많이 체결되었고 공상적인 작전 계획도 많이 수립되었다. 헝가리 변경의 사람들은 농사가 잘 안되면 오스만 군이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쟁 중에는 주둔 지역에서 식량을 보급했기 때문이다.
어업
바다니까 그냥 어업이 잘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과는 달리, 어업이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북유럽에 비해서 어족 자원이 적기 때문이다. 지하 200m 일대는 별로 없고 심해가 많아서 물고기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의 일부 지역에서만 어업이 되고 북유럽처럼 어업이 잘 되지 않는다.
또한 어업이 잘되지 않으므로 선원을 평시에 구하기가 어렵고, 선원이 없으니 해군의 노를 저을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선원과 해군이 모자라므로 한 국가가 자신의 나라의 국민만으로 배를 다 채울 수가 없었다. 전성기에 잘 나가는 국가의 배에는 다양한 국가의 선원들이 모두 모였다고 한다.
지중해에서 배가 모자라는 문제는 나중에 북유럽 선박이 들어오면서 해결된다. 선원이 모자란 문제는 나중에 북유럽 선박이 지중해까지 들어오는 원인이 된다.
이탈리아 도시
도시는 늘 식량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스페인의 기록 중에는 제노바 사람이 식량이 모잘라서 선원으로 이번에 모을 수 있겠다고 말하는 기록이 있다.
토스카나였나 피렌체였는지 불명인데, (물건으로) 찬 바구니가 말라리아를 물리친다는 속담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사실인데 말라리아가 있는 습지를 메우고 농사를 지어서 밀로 빵을 만들면 말라리아가 없어지는 것이 하나고, 음식을 잘 먹으면 말라리아에 대해 저항하기 쉬워지므로 그 이유가 하나다.
베네치아는 아드리아 해를 통제했는데, 카타로가 핵심지역인가 생각하는 당대 사람도 있었지만 아드리아 해 핵심 통제지역은 그보다 남부인 코르푸다. 이 섬은 베네치아가 가지고 있었고 생각보다 오스만 투르크의 침입에 위험한 위기를 많이 겪었다. 하지만 이 지역이 주변에서 수심이 깊었고, 이탈리아 쪽은 그에 비해 수심이 낮았으므로 코르푸 섬을 가진 이들이 아드리아를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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