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최초의 사회계약론이라고 주장할만한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자연 상태는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 혼돈스러운 상황이었다. 그의 단어를 빌자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 였던 것이다. 이러한 혼란 상태에서는 모든 사람이 불안에 떨게 된다. 약한 자는 약하기에, 강한 자도 불안한 상황속에서 언제 협공당할지 모르기에 안정을 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개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계약을 맺고 사회를 구성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이 개개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계약을 맺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익중심의 관점은 고전적 사회계약론장에선 로크, 루소, 현대 사상가중에선 롤즈의 사회계약론과는 크게 다르다. 로크, 루소, 롤즈의 사회계약론에서 개개인은 이익뿐 아니라 환원불가능한 도덕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홉스의 사회계약론에서 개인의 도덕 감정은 중요하지 않고, 존재한다고 해도 이익 추구를 위한 부차적인 요소이다.
이렇게 구성된 사회에서 모든 권력은 군주에게 귀속된다. 군주는 지상 최대의 권력자로서 모든 국민들을 지배하는 리바이어던이 되는 것이다. 물론 군주가 항상 지배를 잘 한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홉스의 관점에서는 언제든지 사회계약 상태가 항상 자연 상태보다 우월하다.
한비자 역시 홉스처럼 개인을 매우 이기적인 존재로 본다. 개개인은 모두 서로 상충하는 이익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기적인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 그의 주장에서 독특한 점은 개개인은 말 그대로 사람 1명을 뜻하며, 가족까지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최소 구성단위를 씨족이나 가족으로 보았고 이러한 문화의 영향은 현재까지도 상당부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비자는 전국시대 사람인데도 가족, 부부와 부자관계 역시 이익에 따라 흔들리는 관계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그는 재산이 많아지면 남편이 첩을 둘 것을 걱정하는 아내의 이야기나, 조무령왕의 아들이었지만 결국 조무령왕이 죽는데 일조하는 꼴이 된 조혜문왕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개개인의 이기심을 강조한다.
이렇게 인간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존재로 본 한비자의 입장에서 유교가 합당해 보일 리가 없었다. 유교는 개인과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도덕과 윤리관을 기반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통치구조를 채택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을 바로하고 가족을 다스린뒤 이것을 사회의 통치원리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한비자가 보기엔 이 가족이라는 존재도 이익 앞에서 무너지는 존재였다. 따라서 한비자는 유교를 배척하고 당장 일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심모원려한 척 하는 학문이라 비판한다.
이런 한비자가 채택한 학문은 바로 법가였다. 이기적인 개인을 다스리기 위해선 예법이나 사랑으로는 택도 없었다. 한비자는 법과 술을 강조했다. 법으로써 모든 이들을 복종하게 하고, 술로써 신하들을 신상필벌을 이용해 교묘히 다스리는 것이다. 그들을 상으로써 이용하고 벌로써 겁주며 다스리기 위해선 군주의 권력이 강화되어야 했다. 따라서 한비자의 정치철학에 따르면 전국4군자나 명재상같은 이들은 군주의 권위를 훔치는 몹쓸 중신들이 된다. 한비자의 사상에서 필요한 것은 곧은 중신이 아니라 군주의 명에 따르는 실무형 관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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