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한비자의 안영,자산,관중 비판

삼긱감밥 2020. 12. 1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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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는 법가사상, 즉 법과 술을 통한 통치를 따르지 않은 사람들을 비판한다.

 

*안영

제나라 왕: 좋은데 살지 왜 시장옆에 사나?

안영: 시장 옆에 살면 동향을 파악하기 쉽지요.

제나라 왕: 물건 값은 어떻소?

안영: 다리 잘리는 형벌 당한 사람들이 신는 신발은 싸고 그냥 신발은 비쌉니다.

제나라 왕: 내가 그렇게 혹독한 벌을 많이 내렸는가? 벌을 줄여야겠다.

 

안영은 제나라의 재상으로, 안자라고도 한다. 논어에서 공자의 제나라행을 막은 그 사람 맞다. 춘추좌전이나 사기는 그를 현명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특히 사마천은 사기에서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과 안영을 한 열전에 묶으면서 다시 태어나서 안영의 마부가 되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춘추전국 이야기의 저자 공원국 씨는 안영을 자산보다 한 수 아래로 보았다.

 

한비자의 비판은 이런 것이다. 안영은 왜 벌이 합당한지 부당한지 말하지 않고 벌 당한 사람이 많은 것을 말하느냐는 것이다. 벌이 부당하면 아무리 적은 사람이 벌을 당해도 넘치는 것이며, 벌이 합당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벌을 받아도 옳은 것이다. 그런데 안영은 왜 벌을 당한 사람이 많음만 말하냐는 것이다. 

 

*자산

정나라 자산이 돌아다니다가 마을에서 곡하는 여인의 소리를 들었다. 자산이 한참동안 그 소리를 유심히 들었다. 곡하는 여인은 자신의 남편이 죽어서 곡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자산이 조사하자 사실 그 남편을 죽인 범인이 여인 본인임이 알려졌다. 

 

자산은 정나라의 재상으로, 공손교라고도 한다. 논어에서 공자가 자산이 어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도 믿지 않겠다고 한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혼란한 정나라의 재상이 되어서 안으로는 귀족세력을 교묘히 다스렸고 밖으로는 약소국인 정나라를 핍박하지 못하게 능수능란한 외교를 펼쳤다. 또한 법조문을 새겨서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유가의 계승자로 여겨지는 진나라의 숙향은 이를 비난했지만 공자는 자산을 어질다고 평한 것이 흥미롭다. 현인으로, 자산이 늙어 죽자 정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자산은 나름 법가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인물인데, 한비자는 그를 비판한다. 한비자에 따르면 자산은 지혜를 통해 다스리려 했다는 것이다. 자산이 뭔가 이상함을 알았다면 법과 제도에 따라서 형리에게 넘겨서 조사를 명하면 되는 것이고, 자산이 지혜를 통해 다스려서는 안됬다는 것이다. 한비자는 법과 제도에 의존하면 촘촘히 다스릴 수 있지만 지혜에 의존하면 촘촘히 다스릴 수 없다고 보았다. 지혜에 의존하여 나라를 다스리면 안된다는 도가 사상의 비판은 딱 자산같은 사람에게 잘 어울리며, 자산의 통치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중

제나라 환공이 술을 마시다가 그만 갓끈을 잃어버렸다. 환공이 몹시 부끄러워했다. 그러자 관중이 환공에게, 정치에 있어서 수치를 느끼지 않음이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환공은 곡식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고 가벼운 벌을 지은 사람을 풀어주었다. 백성들은 행복해하며 환공이 또 갓끈을 잃어버리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관중은 제나라의 재상으로, 안영이나 자산보다는 훨씬 앞서 춘추시대 초기에 살았던 인물이다. 제환공을 춘추5패로 만든 것은 모두 그의 공이다. 그는 포숙아와 깊은 우정을 맺어 관포지교라는 고사를 만들기도 했다. 공자는 그가 지나치게 사치스러웠던 점을 비판했지만, 이민족을 격퇴하고 위기의 중화민족을 구해냈다는 점은 비판하지 않았다.

 

한비자는 관중이 법으로 다스리지 않고 작은 실수를 덮으려 했다고 비난한다. 특별히 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한 사람도 아닌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애당초 벌을 받아서 감옥에 갇히게 된 죄인들을 왜 풀어주냐는 것이다. 한비자는 이러한 다스림은 법과 술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마땅히 비판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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