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제나라 정벌

삼긱감밥 2020. 12. 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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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제나라에서는 항우가 자신의 부하들을 제나라에 봉하자 분노한 전영이 항우에 대항했다가 살해당한 바 있었다. 항우가 팽성에서 유방군을 대패시키는 동안 전영의 동생이 전영의 아들과 함께 제나라를 다시 일으켰다.

 

 

유방은 제나라에 역이기를 외교 사절로 보냈다. 역이기는 역상의 형으로, 유방의 거병 초기부터 유방을 도왔던 유학자다. 유방은 이전에도 위나라를 항복시키기 위해서 역이기를 보냈지만 실패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역이기가 제나라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제나라는 애당초 유방과 싸울 마음이 없었다.

 

 

제나라는 나라를 바쳐서 유방에게 항복하기로 하고, 사절인 역이기에게 풍성한 음식으로 융숭한 대접을 했다. 한신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신과 함께하고 있던 괴철이라는 자가 한신에게 제나라를 손에 넣는 공을 역이기에게 빼앗길 것이냐고 한신을 충동질했다. 

 

 

괴철은 한신에게, 한신은 군대를 이끌고 죽어라 고생해서 50개의 조나라 성을 얻었는데, 역이기는 세치 혀를 놀려서 한 번에 제나라의 70여 성을 얻었음을 상기시키고, 유방이 한신에게는 말도 안하고 역이기를 보내서 제나라를 항복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설득된 한신은 이미 항복한 제나라에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간다. 한신은 힘들여서 자신이 세운 공을 뒤로 하고 역이기가 혓바닥을 놀려 제나라의 수많은 성을 손에 넣은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듯하다. 그래서 이미 항복한 제나라군을 공격한 것이다.

 

 

당연히 제나라 지휘부는 한신과의 싸움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기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제나라 사람들은 역이기가 한신과 내통하고 자신들을 기만한 것으로 착각해 역이기를 끓는 솥에 넣어서 삶아 죽였다. 허무한 죽음이었다. 괴철의 충동질에 넘어간 한신때문에 엉뚱하게 역이기가 비참한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신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항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신을 막기 위해 초나라에서 출전한 장수는 과거에 경포를 구강에서 격파한 적 있는 용저였다. 항우는 용저를 신임하여 그에게 20만에 달하는 군대를 주어 제나라와 함께 한신을 막도록 시켰다. 이때 어떤 사람이 용저에게 계책을 냈다. 당장 한신과 싸울 것이 아니라, 한신과 바로 싸우지 말고 대치하면서 한신에게 항복한지 얼마 안 된 제나라 성들을 회유하여 한신을 고립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용저는 이미 교만해져 있었다.

 

 

옛날에 초군에 있었던 시절 한신의 모습을 생각하고는 그깟 한신은 자기가 싸우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여 회유책을 거절했다. 한신과 용저는 유수라는 곳에서 전투를 벌였다. 용저가 한신을 공격하자, 한신은 싸우는 척 하면서 군대를 뒤로 물렸다. 용저는 역시 한신은 수준낮은 겁쟁이에 불과하다며 전력을 다해 진격했다.

 

 

그때, 갑자기 물이 쏟아져 내렸다. 한신의 명령으로 강 상류에 가 있던 부대가 미리 강을 모래가 가득한 모래부대로 막아두었다가 강물이 흐르도록 한 것이었다. 갑자기 강물이 쏟아져 내리자 용저와 초나라 군대는 허둥지둥하며 물에 쓸려 내려갔다. 이때 한신의 부대에 속해있던 조참과 관영이 달려들자 초나라 군대는 낙엽처럼 무너졌고 용저도 죽고 말았다. 항우는 용저와 초나라 군대가 속절없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한신의 무서움을 두려워했다.

 

 

용저가 교만해졌던 것처럼, 한신도 점점 교만해져 갔다. 한신은 유방에게 사절은 보내서 제나라는 평정하기 어려운 땅이니 임시로 권위를 세울 필요가 있다며 자신을 임시 제나라 왕으로 봉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방 입장에서는 화가 치솟았다. 항복한 제나라를 다시 공격해서 자신의 명을 어긴 것 자체가 큰 죄였다. 이 때문에 역이기가 처참한 죽음을 당했고, 유방의 위신도 꺾였다.

 

 

유방은 군대를 가진 한신이 스스로 임시 제나라 왕이 되려고 하는 꼴을 봐줄 수가 없어 화가 났다. 그러나 유방의 책사인 진평과 장량이 유방을 말렸다. 여기서 한신을 적대해서는 도저히 항우를 대적할 수 없었다.

 

 

유방도 분노하다가 잠시 화를 참았다. 그리고 한신이 임시 제나라 왕을 할 이유가 무엇이 있냐면서, 임시가 아닌 그냥 제나라 왕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한신을 제나라 왕으로 임명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유방과 한신의 사이는 이 시점에서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항우는 무섭이라는 자를 보내서 한신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한신은 이를 거절했다. 항우를 섬기던 시절에는 보잘 것 없었지만 유방을 섬기고 나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는데 이제와서 배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때 다시 괴철이 한신에게 독립을 권유했다. 괴철은 과거 장이와 진여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장이와 진여가 그동안 아주 친한 친구로 유명했지만 결국엔 갈라졌듯이 유방과 한신도 결국엔 갈라질 사이라고 말했다. 유방과 한신의 사이는 장이와 진여보다 친하지 않고, 앞으로 유방과 한신은 장이와 진여가 진나라 군대 때문에 겪은 일보다 더 많은 갈등을 겪을텐데 뭘 믿고 유방과 함께하냐는 것이었다.

 

 

한신은 괴철의 이 제안도 거절한다. 그러자 괴철은 미친 척하고 무당이 되어 한신을 떠났다. 한신은 계속해서 갈팡질팡하며 유방의 화를 건드렸음에도 독립이나 배신에는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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