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성을 탈출하는 유방

삼긱감밥 2020. 12. 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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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이 북쪽을 공략하는 사이 유방은 계속해서 항우를 방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유방이 군대를 수습하여 형양성에 머무르는 동안 항우가 쳐들어와 포위에 성공한다. 성 안에는 군량도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다 죽을 수는 없었다. 매우 충직한 신하인 기신이 꾀를 냈다. 자신이 유방인 척 하고 유방의 수레를 타고 깃발을 들어 항우를 유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모략의 달인인 진평이 덧붙여 계책을 냈다. 바로 성 안의 여자 2천명에게 한나라 갑옷을 입혀 바깥으로 내보내자는 것이었다.

 

 

결국 기신이 유방인척 바깥으로 나가고 성 안의 여자들이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자 초나라 군은 그들을 공격했다. 유방은 그사이 진평과 함께 다른 문으로 도망쳐서 형양 성을 떠났다. 대노한 항우는 기신을 불에 태워 죽인다. 아직 성안에는 어사대부 주가, 옛 위나라 왕 위표, 한왕 신, 종공이 남아있었다.

 

 

어사대부 주가는 지금으로 치면 감사원장을 맡은 인물로, 진나라 졸사였으나 유방이 거병하자 따른 인물이다. 매우 고참급이며, 사촌동생 주창도 유방을 섬기고 있었다.

 

 

위표는 원래 위나라 공자 출신으로, 위구를 따라서 위나라 재건에 참여했으나 위구가 죽자 항우에 붙었다. 항우를 따라 옛 진나라 땅까지 종군한 덕에 서위나라 왕으로 봉해졌다. 이후 중원으로 나온 유방에게 붙었다가, 유방이 대패하자 어머니를 모신다는 핑계를 대고 항우에 붙었다가, 한신에게 격파당해 유방에게 다시 항복한 상황이었다.

 

 

한왕 신은 옛 6국중 하나였던 한나라 왕족의 후손으로, 유방에 의해 한나라 왕으로 봉해졌다. 유방의 모사인 장량과는 친척 관계로, 회음후 한신과는 동명이인이다. 

 

 

잘 살펴보면 약간 이상한 상황이었다. 왕이 최전방에서 도망쳐서 따로 떨어져 수비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유방의 장수 출신도 아니고 심지어 항우 측 제후였던 위표가 성을 수비하고 있었다.

 

 

주가와 종공은 위표가 배신한 왕이니 같이 수비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여겨 먼저 위표를 죽였다. 그렇지만 유방이 있었던 때부터 상황이 악화일로였던 형양성의 병력으로 항우를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성이 함락된다.

 

 

주가를 만난 항우는 주가에게, 나를 섬기면 상장군으로 삼고 3만호의 제후로 봉하겠다고 말한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데, 항우는 항복한 이들을 학살하는 것으로 악명을 떨쳤고, 그가 직접 패장을 제후로 삼겠다고 제안한 것은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주가가 감찰직으로서 최고직책인 어사대부를 맡았던 것으로 볼 때, 몹시 강직하고 충성스러운 사람이었으며 이것을 항우가 마음에 들어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주가는 항우에게 어차피 넌 한나라 포로가 될 놈이라고 조롱했다. 화난 항우는 주가를 가마솥에 삶아 죽였다. 종공은 죽음을 맞았고, 한왕 신은 항복했다가 한나라로 도망쳤다. 주가의 어사대부 직위는 주가의 사촌동생 주창이 이었다.

 

 

한신이 조나라를 정벌하는 사이, 유방은 형양성에서 퇴각하여 성고성으로 이동했으나 역시 성고성마저 포위되어 함락당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유방은 성고성에서 탈출하여 한신의 군영으로 이동했다. 한신이 자고 있는 사이, 새벽에 유방의 사절이 들어왔다.

 

 

알고보니 유방의 사절은 유방 본인이었다. 유방이 성고성을 탈출하여 한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한신과 장이는 새벽이라 잠을 자고 있었는데, 유방이 사절인 척 하고 들어와서 군대의 모든 지휘권을 장악한 것이었다. 유방은 장이를 조나라 왕에 임명하고 한신을 조나라 상국에 임명하여 한신으로 하여금 제나라를 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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