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사토끼 만화를 처음 본 것은 종이책인 "누가 울새를 죽였나"였다. 이 책은 마푸와 들쿠달스...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점에서 스타에 관심이 있었던 나에게 흥미를 끌었지만, 나머지 요소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다 읽고 나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캐릭터들이 개성이 없고 플롯에 정해져 있는 대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다음으로 본 것은 킬더킹이었는데, 킬더킹 자체가 워낙 재미가 있어서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가졌고 대박이 났다. 마사토끼 만화가 대박이 나는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근데 나랑 잘 안맞았다... 그 당시에 작가가 라이어게임을 봤냐 안봤냐로 논란이 있었던 것은 기억난다(라이어게임 표절이라는 것이 아니다, 장르가 같았다. 그런데 당시 마사토끼는 이걸 안봤다고 했는데 사실 나중에 봤었다고 설명). 라이어게임을 안봤기에 나는 별 관심이 안갔다.
이외에 공공기관이 습격해오는 행복이론 만화는 재밌었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 생각해보니 내가 마사토끼 만화를 재밌게 여기지 않은 것은 일본 만화를 잘 보지 않아서 만화의 장르별 문법이라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왜 얘는 살아있는 사람처럼 안움직이냐고! 라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가장 재밌게 본 마사토끼 만화는 영걸전 1599 도전 만화였다. 이건 고전게임인 삼국지 영걸전을 15캐릭 99레벨로 도전한다는 내용의 만화였는데, 중간에 셰르파 역할을 한 캐릭터의 대사도 재미가 있었고 등산을 하는 느낌으로 게임에 도전한다는 컨셉이 아주 흥미로웠다. 그래서 나는 마사토끼 하면 셰르파가 우는(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냐며 코믹한 대사를 치는) 만화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데뷔로부터 10몇년이 지난 즈음에 마사토끼가 게임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뢰찾기 게임으로 처음 봤고 그 다음에 메타 용사, 무리무리는 직접 플레이했는데 재밌었다. 다만 버튜버가 나오는 게임은 나랑좀 안맞는다고 해야하나... (버튜버를 내가 잘 못본다)해서 관뒀는데 나중에 보니 평이 참 좋더라.
그리고 또 잊고 있었는데
게임 제작자이신 똥똥배님이 돌아가셨다.
똥똥배 님은 한국의 게임제작자로, 대출산 시리즈와 임금체불 시리즈 게임을 제작하셨고 가테 제작에도 참여하셨던 분이다. 나중에는 그림도 배워서 만화도 그리셨다.
마사토끼와 똥똥배님이 알고 지내는 사이였던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누가 울새를 죽였나가 출간되자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리신 적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저때는 09년이고 나중에 똥똥배님도 게임 제작으로 잘 풀림)
마사토끼가 똥똥배님이 돌아가시자 자신과 알고 지낸 사이를 추모하는 만화를 그려서 올렸는데, 그 만화의 일부분에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해서 있는 인연도 자르는데 예외였던 분'이라고 똥똥배님과 자신의 관계를 표현했다. 그 만화를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만화는 나랑 안맞으니까 평소 보고 읽고 생각한 것에 대해 정리하는 부분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멤버십 B를 결제해서 마사토끼의 만화를 읽었다. 5천원을 내고 거의 10일간 마사토끼 만화만 계속 읽었다.
마사토끼는 컴퓨터와 만화를 즐기면서 비교적 어린 시절부터 제작에 몰두했던 것 같다.대학다닐 때도 하루종일 알피지 만들기만 했다고 하니 게임 제작 쪽에 조예가 깊은 셈이다. 창조도시에서 똥똥배 님을 만났다고 하니 그 인연도 엄청나게 길며, 둘이서 게임과 만화에 대해 교류를 오랫동안 쌓아왔다. 둘은 서울에서 살던 동네도 가까웠고 고향도 PK니 대충 비슷..하진 않네
이후 만화를 그리면서 네이버,레진 등의 사이트에서 연재하고 만화를 모으고 스캔떠서 저장하고 또 읽고 모으고 그리고 살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제는 연재는 추가적으로 늘리지 않고 포스타입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사토끼가 대단한 이유
1. 정보공개
과거 마사토끼는 만화만 그려서 먹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래서 자기가 나중에 인터넷 사이트 이곳저곳에 만화도 그리고 일본에도 연재 해보고 한국에도 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득을 창출했다가 이젠 포스타입에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은 그냥 이러고 끝일텐데 자기가 포스타입으로 번 내역을 그대로 공개하여 소득 창출에 대한 내역을 다른 사람이 알 수 있게하고 있다. 과거에 자기가 궁금해한 부분을 미래에 궁금해할 사람을 위해 오픈하는 부분이 대단하다.
2.높은 성실성
마사토끼는 한때 만화나 일러스트로 유명했지만 나중에 조용히 사라진, 아니면 시끄럽게 사라진 사람들과 다르게 엄청난 성실성으로 만화에 몰입한다. 게임도 짧은 기간 내에빠르게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포스타입에 연재된 만화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많이 그렸지 놀랐다. 아주 장기간의 열정으로 오랜 세월 인터넷에서 만화를 그리며 살아남은 사람다운 성실성이라 대단하다.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의 자료를 정리하는 일에도 엄청난 시간이 드는데 묵묵히 전부 다 처리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3.개인의 경험에 기반하여 보편적 원리를 추출하지 않음
미개척된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떠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기반하여 보편적 원리를 추출하곤 하는데 이게 좋게 말하면 경험이고 나쁘게 말하면 곤조, 환경이 쉽게 바뀌고 무규칙적인 곳에서 나쁘게 말하면 ...이 된다.
그런데 마사토끼는 혼자서 살아남은 사람인데도 딱히 이런 모습이 없다. 자기가 본 것에 대해서 자신만을 원천으로 하여 뭔가를 추천하거나 표현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또 범작 미만의 작품에 대해서도 사람마다의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로 말을 한다. (몇 안되는 예외가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추천이다. 이거는 진짜 재밌으니 꼭 보라고 한다)
4. 의외
이세계 피크닉 봤구나... 소라오에 관심이 있구나... 진짜 의외네
소라오가 안경썼다는 묘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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