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국씨의 춘추전국 이야기 4편의 주인공은 정나라의 자산이다. 자산은 정나라의 재상으로, 약소국 정나라를 춘추시대의 틈바구니에서 살려내고 법치를 통해 국가의 기강을 확립한 명신이다. 공원국씨는 자산이 유물론자다운 면이 있었다고 평했다. 춘추 말기는 아직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매우 비범한 일이다. 그래서 춘추 좌전에서 관련 기록을 찾아보았는데, 그렇게 해석할만한 부분이 꽤 있어 적어둔다.
<이하, 춘추좌전>
노소공 17년 겨울, 혜성이 서쪽으로 날아가 은하를 넘고 있었다. 노나라 대부 신수가 말했다.
-혜성은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것을 펼치는 별이라고 하오. 천문현상은 늘 길흉의 징조를 보이는데, 이제 혜성이 대화성 자리를 청소하고 있으니 대화성이 다시 출현하면 재앙이 터질 것이오. 제후국에 화재가 날듯 하오.
이에 노나라 대부 재신이 말했다.
-혜성이 대화성과 함께 있은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어찌 이처럼 되지 않겠소. 대화성이 나타나는 것은 하나라 달력으로 5월, 은나라 달력으로 4월, 주나라 달력으로는 5월이오. 이중 하대의 역수가 잘 맞으니 송, 위, 진, 정나라에 불이 날 것이오. 송나라의 대진 분야, 진나라의 태호 분야, 정나라의 축융분야는 모두 대화성이 거주하는 지역이오. 위나라를 지배하는 별은 대수인데, 혜성이 은한에 이르고 있고 은한은 물의 상징이오.
정나라 대부 비조가 자산에게 말했다.
-송, 위, 진, 정나라에 불이 날텐데, 미리 우리가 옥으로 만든 국자와 제사용 보물을 이용해 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면 화재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산이 무시했다.
노소공 18년 여름, 대화성이 밤하늘에 출현했다. 이윽고 큰 바람이 불었다. 노나라 대부 재신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불이 나는 곳은 송, 위, 진, 정나라이다.
정나라 대부 이석이 자산에게 곧 불이 날지도 모르니 천도하자고 주장했다. 자산은 거절했다.
정말로 네 나라에 불이 나게 되었다.
자산은 정나라에 불이나자 강대국에서 온 공자들을 문 바깥으로 내보내고, 대부 자관과 자상에게는 순찰을 명했다. 대부 공손등에게는 보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게 하고, 축사에게는 신주를 옮기게 하고, 보물과 병갑의 창고 관원에게는 각자 맡은 바를 지키게 했다. 대부 상성공으로 하여금 공궁의 경계를 명하고, 궁인들을 불길 바깥에 피신시켰다. 사마와 사구에게는 불붙은 곳에 달려가 불을 끄게 했다. 다음날엔 야사구를 보내 인부를 단속시켰다. 화재로 인해 집을 잃은 사람들을 기록한 뒤 그들의 부세를 면하고 집 지을 재료를 주었다. 화재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슬퍼하고 3일동안 도성의 시장의 문을 닫았다.
정나라 사람 비조가 말했다.
-보물을 바쳐서 신령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불이 날 것이오.
정나라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자산에게 달려갔다. 정나라 사람 자태숙이 국가의 보물은 백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니 불이 나기 전에 내어주자고 말했다. 자산이 말했다.
-천도는 천도고, 인도는 인도입니다. 뭘 근거로 하늘의 도로 사람의 도를 안다고 합니까? 비조는 말이 많으니까 어쩌다 그럴듯한 말도 가끔 하는것 뿐입니다.
화재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은 항성과 행성간의 역학 작용으로 인하여 천체가 운행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춘추시대는 아직 청동기시대라 각 나라의 성쇠와 운명은 별에 나타난다고 믿었다. 화재를 예견한 사람이 있었고, 화재가 정말로 일어났지만 자산은 제사를 지내자는 말을 무시하고 대책을 실행했을뿐이다.
노소공 19년 봄, 정나라에 대홍수가 났다. 용들이 정나라 도성 문 밖 호수에서 싸웠다. 이에 대부들이 재앙을 몰아내기 위해 액막이용 제사를 지내자고 했다. 자산은 이를 거부했다.
-사람이 싸울때 용은 거들떠보지 않소. 용이 싸우는데 왜 우리가 가서 알아본단 말이오? 우리가 용들에게 요구할 것이 없고 용도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 없소.
*설마 진짜로 용이 연못에서 돌아다녔을것 같지는 않고, 아마 거대한 물뱀같은것은 아니었을지. 거대한 동물을 보고 숭배하는 현상은 기본적으로 이시기에 크게 퍼져있는 신앙이었다. 그러나 자산은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