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상앙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

삼긱감밥 2020. 12. 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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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열전에는 상군열전이 있다. 상군은 상땅에 봉해진 군을 의미하니, 즉 위나라 출신의 공손앙을 의미한다. 공손앙은 원래 위나라 사람이지만, 위나라 왕에 의해 등용되지 못하였다. 그의 재주를 아깝게 여긴 재상 공숙좌는 공손앙을 위나라 왕에게 추천하며, "이 사람은 꼭 등용해서 관리로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로 가지 못하게 죽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상앙에게 "내가 충성을 다하여 군주께 자네를 등용하라고 권했네. 그러나 만약 자네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 자네를 죽이라고 권했다네.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네. 도망칠 것이라면 도망치게." 그러나 공손앙은 이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말을 따라 저를 등용하지도 않는 왕께서, 어찌 저를 대단한 사람으로 보고 다른 나라에 가지 못하게 죽이겠습니까?" 과연 공손앙의 말이 맞아 위나라 왕은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상앙은 그 당시 가장 강대한 나라였던 진나라에 갔다. 진나라를 다스리고 있던 왕은 효공으로, 어떻게 하면 진나라를 강대하게 만들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을지 골몰하고 있었다. 상앙은 진효공에게 유세하기로 결심하고, 먼저 진효공에게 총애를 받는 신하인 경감이라는 자에게 줄을 대었다. 상앙은 경감덕분에 진효공을 만나서 유세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상앙은 진효공에게 3황5제의 도인 성인의 도를 말했다. 그러나 진효공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두번째로, 상앙은 하-은-주 성군들의 도인 천자의 도를 말했다. 역시 진효공은 관심이 없었다. 그러자 상앙은 마지막으로 패자의 도를 말했는데, 진효공이 이를 듣자 바로 그를 중용하였다. 상앙은 이리하여 진나라 정치무대의 전반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상앙이 실권을 잡게 되자 그는 법가에 기반한 정치를 펼쳤다. 그의 개혁은 매우 급진적이었는데, 부국강병과 가혹한 법집행으로 요약된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열명, 다섯명씩 묶어서 서로 상호감시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서로 조세나 병역을 면탈하지 못하고 책임을 지도로 강제한 것이다. 또한 그는 군사력의 바탕이 되는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천시하여 상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채택했다. 그리고 전쟁에서 군공을 세우면 누구든지 귀한 신분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의 개혁을 통해서 진나라는 매우 강해졌다. 전쟁터에선 모든 군사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려 들었고, 법이 두려워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급격히 줄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제도들을 매우 가혹하게 집행하여, 귀족과 중신을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법을 적용하려 들었다. 그는 법을 어긴 사람은 벌에 처했다. 어느날, 장차 미래의 진나라 임금이 될 태자가 죄를 지었다. 그러자 상앙은 태자의 스승인 건의 코를 베어버렸다. 이후에 또 태자가 죄를 짓자 건의 발꿈치를 베어버렸다. 

 

여기서 상앙의 법치에 대한하나 독특한 이야기가 있다. 상앙덕분에 범죄가 줄어들고 나라가 튼튼해지자 사람들이 그를 칭찬했다. 그러나 상앙은 그들을 잡아오게 시켰다. 

 

이것은 꽤 미묘한 이야기이다. 보통 아무리 폭력적인 정치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겐 살가운 편이다. 모든 지지세력을 잃어버리면 권력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앙은 여기서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 역시 처벌하려 들었다. 이유가 왜였을까.

 

상앙이 보기에, 법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법은 그 자체로 지켜야할 대상이고 나라 사람들에게 평가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법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도 잡아들이고, 칭찬하면서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잡아들인 것이다. 백성들은 그냥 지키라는 강압적인 태도를 살필 수 있다.

 

여기서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서양의 사회계약론 사상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 서양의 사회계약론은 자연상태의 개인들이 각각 계약을 통해서 사회를 구성하게 되었다는 사상이다. 이러한 사회계약론자로는 홉스, 로크, 루소 등의 고전 인물부터 현대에는 고티에, 롤즈 등의 철학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사상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한 사상은 인간이 관심있는 것은 오직 개개인의 이익뿐이라고 본다. 이런 시점에서 보면 인간이 중요히여기고 실천하는 것은 이익밖에 없게 된다. 이런 사상을 대표적으로 주장한 자가 바로 홉스이다. 또 다른 사상은,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는 것엔 동의한다. 그러나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그외의 다른 성격도 지닌다고 본다. 루소와 롤즈 등이 이런 사상을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개인의 이득을 위해서 노력하는 존재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특징이나 사회의 관점에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노력을 시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중 어떤 관점이 맞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관심을 많이 갖는다고 본다. 

 

그런데 상앙은 그렇게 보지 않은 것이다. 그는 아무래도 강력한 법치가 아니면 인간들을 다스릴 수 없고 그들에게 여유도 주어선 안된다고 본 듯 하다. 이런 면에서 그는 인간의 악한 면과 이기심을 강조한 한비자나 홉스와도 맥이 닿는다. 그래서 그는 정책 집행의 정당성 문제나 사회적 배려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런 통치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지지될 리가 만무하다. 아무리 부국강병에 이득이 되어도 지나치게 혹독하면 불만을 사기 마련이다. 그가 여론을 분쇄하였기에 아무도 정당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권력이 약해지면 반드시 비판여론이 불거질 수 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상앙은 진효공의 지지덕분에 집권하고 있었지만, 사실 외국인으로서 그가 특별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진효공이 죽고 태자가 즉위하자 그는 반대세력에 의해 공격받아 도망치는 비참한 꼴이 되었다. 그가 관문을 넘어서 도망치려 하자, 관문을 지키는 관리는 상앙의 명령으로 절대 날이 밝기 전에는 관문을 열면 안된다고 그를 막아섰다. 상앙은 태자의 군대에 붙잡혔고, 거열형을 당해 온몸이 찢어져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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