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가 핸드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2015년에 미약한 흑자를 보인 후로 계속 적자였다고 하니, 20분기가 넘게 적자를 본 것이다. 핸드폰 사업 철수설이 전부터 계속 흘러나왔고 그때 엘지전자의 주가가 오르기까지 했다. 결국 핸드폰 사업을 접었다. 이전에도 소식이 어느정도 흘러나왓기 때문에 이 사실 자체에 놀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엘지전자의 핸드폰 사업은 그동안 골칫거리였다. 어마어마한 손해를 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굉장히 꾸준히 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엘지가 삼성이나 애플같은 핸드폰 회사들의 이미지를 따라가지도 못하면서 저가폰은 판매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고, 엘지가 다른 업체들보다 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있다. 엘지가 반도체에 관심이 뒤떨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 사람들도 있다. 단통법 시행을 문제의 시작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엘지의 스마트폰 사업 실패는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반면 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인은 별로 없었다. 충성적인 엘지팬 사용자들을 인터넷에선 봤으나 현실에서는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어떻게 해서든 엘지 폰을 팔기 위해 업체가 노력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소비자들이 그것을 좋아하는지 의문이었었다.
어쨋든 피처폰 시기에 잘 나가던 회사던 엘지가 스마트폰 시대에 오랜 방황 끝에 퇴출되고 말았다. 이걸 보니 한 글이 생각이 난다.
ppassa.wordpress.com/2011/08/16/leaving_lg/
LG전자를 떠나며 CEO에게 남긴 글
지난 4월 퇴사를 하면서, 그동안 생각했던 바를 정리해서 CEO에게 메일을 보냈다. 아쉽게도 CEO로부터 답장은 받지 못했다. 사실 CEO가 답장을 할 회사라면 그렇게 떠나지도 않았겠다라는 생각이
ppassa.wordpress.com
2011년 무렵인가, 어떤 사람이 엘지전자를 다니면서 자기가 겪은 엘지전자의 단점을 적은 후 엘지를 떠났다. 그 내용에는 엘지전자가 지나치게 보안을 강조하고, 엘지전자 사람들이 삼성전자의 결정이 있으면 군말없이 따라가는 고루한 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엘지의 낡은 문화를 지적하는 내용이 있었던 거승로 기억이 난다.
그 글에 사람들이 댓글을 달 수 있었는데, 개발자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사실은 인정하지만 다른 각도나 의견으로 보는 글 보다는 글쓴 사람을 욕하는 글이 많았다.
그렇게 잘났으면 니가 바꿔보질 그랬냐, 엘지가 얼마나 좋은 기업인지 아냐, 엘지의 그런 방식이 엘지를 먹여 살린 것이다, 어디로 가는진 모르지만 이렇게 자기가 다니던 직장을 욕하니 업계에서 망할 것이다, 취업이나 되겠냐 등등.
생각해보면 그중에서 삼성도 경직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기에 문화나 분위기를 이유로 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글 정도 빼고는 거의 다 인신공격이었던 것 같다. 특히, 왜 자기가 있던 곳을 욕하느냐며 잘되느냐 보자고 말하는 의견과 엘지가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말하는 의견은 터무니없었다.
어떤 기업이 과거처럼 해서 잘되었다고 앞으로 잘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글 쓴 사람도 솔직히 옛날에 잘나가다 망한 업체의 물건은 안 쓸 것이 뻔하다. 누가 좋은 새것쓰지 일부러 안 좋은 것을 쓰나. 미국이든 한국이든 시가총액 상위권에 있던 기업 상당수가 자리를 놓치고 박살이 났다.
작성자가 어떻게 되냐 보자고 말한 이들도 있었는데, 작성자는 나중에 잘 풀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글이 생각이 나면서 10년전만 해도 사람들이 참 조직 문화나 집단 논리가 쎘구나, 앞으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법은 참 알기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엘지 사람들이 한국에서 특별히 무능한 사람도 아니었을 것이다. 엘지전자 스마트폰 사업쪽에 바보만 있었겠나. 좋은 대학 전자과 나온 사람들 데려다 놓고 이상한 것만 만들라고 해서 돈받고 팔려 하니까 망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수요 예측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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