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역사

조선의 못난 개항 / 문소영

삼긱감밥 2021. 8. 1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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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이 책은 서울신문 기자인 저자가(비전공자) 조선의 개항을 일본의 개항과 비교해서 쓴 책이다. 비전공자가 쓴 책이기에 학문적 깊이가 있는 주제를 세세하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개괄적으로 조선의 개항 전 상황은 어떠하였고, 개항 당시 정치 세력들은 어떻게 행동하였으며, 왜 결과적으로 일본과 달리 개항에 실패하였는지를 논한다.

 

2. 내용

조선은 왜 일본과 달리 개항에 실패하였을까.

 

어떤 사람들은 일본과는 달리 조선에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고 열강의 위협이 강했다는 점을 든다. 일본이 조선보다 20년 먼저 개항하였고, 조선과 달리 일본엔 다양한 열강 세력이 이권을 다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개항에 성공했고, 조선은 후발주자로서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는 설이다. 저자는 이런 해석에 반대한다.

 

저자가 보기에 이런 문제 말고도 다른 문제가 있었다. 조선은 오랫동안 주자 성리학의 영향을 받아 다른 학문과 외세를 배척했으며,  일본보다 인구가 적고 재정이 궁핍했다. 집권층 역시 개항에 대비하여 충분한 역량을 키우지 못했다. 따라서 일본과 달리 살아남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교토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대도시가 형성되었으며, 그 인구 비율도 조선보다 높았다. 상인과 수공업자가 전체 인구의 10%가량이었고 이들은 자본을 모아 공장제 수공업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조선은 오랫동안 가내수공업에 머물렀으며 개항전까지 공장제 수공업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인구는 일본이 조선보다 2배 더 많았고, 조선은 농업 생산량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후 세도정치를 거치며 가문 독재가 이루어지고 지방관리의 부패와 국가재정의 궁핍, 병역과 조세제도의 쇠퇴로 나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흥선대원군이 집권하여 부정부패를 일소했으나, 위정척사 유림세력의 반대를 받고 실각하여 고종에게 권력을 양도한다. 반면 일본은 조슈 번이 존왕양이를 기치로 내걸고 서양과 싸웠으나 패전하고 이후 사쓰마와 조슈가 손을 잡고 막부 타도 연합을 이루어 대정봉환에 성공한다. 서양 하급무사세력들은 개화쪽으로 상당수 방향을 틀었고 그 비율도 조선에 비해 높았다. 5%이상으로 저자는 추정한다.

 

고종은 다양한 정책과 인사들을 등용했으나, 꾸준히 유지되지 않았다. 민영환은 고종이 신하를 신임하고 일을 맡기지 않았다고 썼고 황현도 고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기록을 남긴 바 있다. 또한 고종시대에 정권이 바뀌면 이전 관료들은 죽음을 맞이하거나 암살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고종의 왕권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국내 지도 세력의 쇠약으로 이어졌다. 반면 일본의 경우 삿조(사쓰마와 조슈의 연합)동맹 이후로 다양한 내전과 반발이 있었으나 결국 중앙집권과 개화로 힘이 모아지고 후발 교육세력들이 합류하여 근대화 시도와 성공의 경험이 축적된다.

 

이 책은 고종이 망국에 많은 책임을 진다고 본다. 그가 우물쭈물한 정책을 피고 큰 정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혼란이 초래된 바가 있다고 본다. 민씨 척족의 뒤에 숨었다는 견해도 있으나 저자는 동조하지 않고 민씨 세력들의 정치는 고종의 암묵적 동의하에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본다. 고종이 끝내 다양한 시도 사이에서 흔들리면서 조선은 제대로 된 개항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일본은 외교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에 함포외교를 전개, 조선은 불평등한 조약을 맺고 국내 경제기반을 빼앗기며 부채에 시달리게 된다. 원래 조선의 내수는 청과 일본에 비교되지 않았다. 조선이 화폐 주조 권한을 민간과 대사관등에 이양하였기 때문에 조선 화폐의 가치는 끝없이 떨어졌고 경제의 혼란으로 나아갔다.

 

저자는 다양한 세력이 힘을 한데 모으지 못하고 분열한 점을 아쉽게 여긴다.

 

*이 책은 노론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노론을 위시로 한 산림 세력과 그 영향때문에 조선이 쇠락을 걸었다고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것이 심하여 노론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대부분의 책임의 원흉이라 보고, 심지어 동인이었던 김성일도 노론이라고 한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중에 이 책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3. 특징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글에서 비교적 진보적인 색채가 느껴진다.

 

전체적인 논조가 개화파에 우호적이고 고종과 위정척사파에 부정적이다.

 

4. 기억에 남는 장면

*윤치호가 갑신정변을 반대했었던 것.

 

*폐번치현이 각 지방 번중에서 유력한 번이 중앙 권력을 잡고 실행한 것이 아니라 번주와 의견이 다른 하급 사무라이들에 의해서 실행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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