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역사

비잔티움 제국사 / 게오르크 오스트로고르스키

삼긱감밥 2022. 3. 13. 20:48
728x90

 

이 책은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역사책으로 좋다고 추천하기에 읽게 되었다. 과거 줄리어스 노리치의 비잔티움 제국사를 읽었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이 좀 있었다. 애초에 그 책을 다 읽지 않기도 했고.  

 

까치 출판사에서 내는 책이니 만큼 퀄리티는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잔티움에 대해서는 다른 역사에 비해서 비교적 덜 조망되기도 하니 이 기회에 제대로 읽고 중세의 명멸을 거듭한 제국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의 기독교 개종 이후, 로마는 수도를 동쪽의 비잔티움으로 천도한다. 이 지역은 성벽으로 내륙을 막으면 적에 대한 방어가 매우 유리하고, 흑해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교역에도 유리한 천혜의 위치를 가진 곳이었다. 또한 로마제국의 서부는 게르만족의 침략, 긴 국경으로 인한 방어의 어려움 등의 문제를 겪었지만, 동부 지역은 지중해 무역의 이득을 보고 있었고 스코틀랜드부터 일리리움까지 방어해야하는 서로마에 비하면 방어도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이후 로마 제국은 서부와 동부로 나뉘어 상속되게 된다. 저자는 비잔티움 제국을 비잔틴 제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영어로 비잔틴 엠파이어인 것을 비잔틴 제국이라고 하는데, 로만 엠파이어는 로마 제국이지 로만 제국이라고 안하면서 이건 이상하지 않냐는 것이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나도 어릴 때 이런 주장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마 이 책에서 영향받은 내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잔티움 제국은 그 이후로 무려 1000년이나 지속하게 된다. 왕조는 계속해서 바뀌고 국토는 가면 갈수록 쪼그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쪽에서 로마의 이름으로 정신적 지주로 군림해왔다.

 

비잔티움 제국은 여러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단 처음에는 로마 제국의 일부였으므로 로마 형식의 관료제를 가지고 있었다. 군사적으로는 초기에는 비잔티움 제국은 용병군을 사용하다가 이들이 가지는 불충의 문제점을 깨닫고 이후 각 지역에 둔전병을 두고 그 둔전병이 가지는 토지의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게 유지함으로써 소농 중심의 방어 체제를 구성했다. 이들은 비잔티움의 뿌리가 되어 오랜 세월 나라를 위해 싸우게 된다. 

 

비잔티움 제국은 서부로는 달마티아, 동부로는 메소포타미아에 이르는 영역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지역 중 서부는 헝가리 및 베네치아, 동부는 이슬람 세력과의 경쟁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 번 시리아가 점령당하면 그 이후 이집트까지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였기도 하다. 이로 인해서 이집트는 잃은 후에 회복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잔티움의 강역은 전성기에는 아프리카와 시칠리아, 남부 스페인까지 이르러서 동쪽으로는 메소포타미아와 아르메니아까지 이어져 있어씾만, 늘 이걸 유지하긴 쉽지 않았고 보통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트라키아, 불가리아 및 오늘날의 터키 지역에 머물렀다.

 

비잔티움의 특징 중 하나는 수도의 엄청난 방어력이다. 콘스탄티노플은 로마와 다르게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했다. 멸망하기 전에 넘어간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내응자가 있어서 안에서 반응하거나 기습을 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 점은 교황이 있는데도 늘 공성의 표적이 되어 무너지곤 했던 로마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 점때문에 비잔티움은 수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점령당하는 일이 일어나도 망하지 않고 오랜 세월을 유지할 수 있었다.

 

비잔티움은 양면전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늘 문제였다. 북쪽에서 유목민족들이 쳐들어오기도 하고, 동쪽에서 이슬람 세력들이 쳐들어오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맞이하여 추구할 수 있는 영구적인 해결책은 없었다. 후대의 오스만도 비잔티움 처럼 페르시아와 오스트리아 상대로 양면 전선이엇다. 대신 비잔티움은 서부에서 잡은 포로나 부족들을 바다를 건너서 소아시아 지역에서 둔전병으로 싸우게 하고, 동쪽에서 잡으면 서쪽으로 보내는 사민 정책을 실시하여 나라를 풍요롭게 했다.

 

비잔티움은 중후반에 이르러 나라가 급속히 쇠약하게 된다. 많은 황제들이 대귀족들이 둔전병의 토지를 삼키지 못하도록 막으려 하였으나, 관료귀족들이 궁정 정치에서 승리함으로써 마침내 관료귀족들이 면세 혜택을 누리고, 국가가 보낸 관료가 아닌 징세 청부인이 민중을 착취하고, 둔전 제도는 이름만 남는 허울뿐인 수준에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후기의 군사는 귀족층이 맡게 되었는데, 이 상황에 이르러서는 소토지 보유 농민들 보호하고 싶어도 군사를 귀족이 맡고 있으므로 귀족에 반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비잔티움이 쇠약해지던 즈음에 일어난 사건이 바로 4차 십자군이다. 이들은 헝가리의 달마티아 해안 도시인 자라를 먹은 후에 비잔티움을 쳤다. 니케아에서 이에 대응하는 세력 결집이 이루어져 나중에 다시 라틴인들을 몰아내긴 하지만, 한 번 약체화되니 세르비아, 불가리아, 노르만 등의 공격이 이어졌고, 비잔티움은 이들 세력을 막기 위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또한 라틴 십자군 이후 남은 라틴 제후령들도 오랜 세월 정부에 제대로 충성하지 않으면서 골칫거리가 되었다.

 

이 무렵의 비잔티움은 둔전 체계도 망했고 각 지역의 장악력도 형편없는 수준이라 나중에는 가문에 지역을 맡기는 꼴이 되고 만다. 

 

비잔티움은 종교적으로는 그리스 정교회를 이끌면서 동유럽 세계에 정신적 지주로 자리했다. 서유럽에서 황제와 교황의 대립이 이어지고 교황이 자신의 수위권을 높이 주창했던 것과는 다르게, 동유럽에서는 비잔티움이 교회의 지도자였고 비잔티움 교회는 황제보다는 힘이 약한 존재였다. 때문에 황제가 콘스탄티노플 대주교를 마음대로 교체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비잔티움이 위기에 처한 말기에는 서방 로마 교회와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서 군대를 좀 얻어볼까 하는 노력이 있었으나 로마교회 측은 비잔티움 제국의 신민들이 모두 개종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고, 실제로 그것은 이루어지기 어려웠으며, 군대도 제대로 오지 않아 별 효력없이 비잔티움 내부의 갈등만 엄청나게 증폭시키고 말았다.

 

비잔티움 제국에선 왕조가 교체되면서 다양한 반란과 정치 음모가 성행했는데, 이 당시 정치에서 패한 사람은 코나 눈이 잘리거나 수도사가 되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말기에 이르러 비잔티움은 해군력이 없어서 제노바와 베네치아에게 치이는 신세가 된다. 제노바가 갈라타에 머무르면서 관세 수입을 80%가량 가져갔다. 안 그래도 돈 없는 비잔티움에 막대한 타격이었다. 또한 베네치아도 약한 비잔티움의 섬들을 노리면서 갈등을 이어나갔다. 비잔티움은 종종 제노바나 다른 세력의 도움을 얻어서 베네치아에 대항하려 하였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베네치아가 가진 교역 특권만 재확인해줄 뿐이었다. 

 

비잔티움의 화폐는 오랜 세월 그 안정성을 인정받았으나 이것도 후기에 가면 화폐 가치가 떨어졌고 나중에 비잔티움은 초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세수만으로 버텨나가야 하는 간나한 소국이 되어 간신히 명맥만 이어나가다가 오스만 투르크에게 망하고 만다. 이 당시 비잔티움 군주들이 서유럽에 도움을 요청하던 모습이 매우 처량맞다. 

 

결국 비잔티움은 베네치아와 제노바의 장난감이 되었다가, 나중에 아시아의 오스만 세력이 점점 강대해지면서 오스만에 먹히고 만다. 

 

비잔티움은 로마의 행정(초기), 둔전 및 테마(중기), 귀족 우위(후기), 베네치아와 제노바 사이의 장난감(말기) 사이를 오가며 많은 영향을 끼쳤다. 라틴에서 그리스화 되면서 서구와는 멀어졌고, 서구도 이슬람도 아닌 제3의 존재로 남아있다가 망하기 전에는 라틴에 넘어가느니 그냥 이슬람 밑에 들어가는게 낫겠다는 여론도 많이 형성되었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비잔티움의 각 모습을 분량 조절을 잘 해서 조망하면서, 둔전 토지보유체제를 지킨 황제에게 후한 평가를, 대귀족 위주의 정책을 펼치거나 사방 팔방으로 진출하려다가 후대에 유지하지 못한 황제에게는 박한 평가를 내리는 편이다. 

 

728x90

'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의 못난 개항 / 문소영  (0) 2021.08.13
비잔티움 연대기 / 존 줄리어스 노리치  (0) 2021.08.13
자치통감 2 / 사마광  (0) 2021.08.12
오자 울료자 / 김경현  (0) 2021.08.12
춘추전국이야기 8 / 공원국  (0) 2021.08.11
담배의 사회문화사 / 강준만  (0)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