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ロウワー(로워)와 다자이 오사무 직소(유다의 고백)

삼긱감밥 2024. 6. 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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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는 직소라는 작품을 썼다. 직소는 한국에는 유다의 고백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이므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원문을 살펴볼 수 있다. 나는 다자이 오사무가 쓴 소설 중에서 이게 내 마음에 가장 들었다. 나한테는 다자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여겨지는 인간실격보다도 이게 더 좋았다.

다자이 오사무의 직소는 유다의 시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고발해서 죽게 만드는 내용이다. 유다의 1인칭 시점에서 고백하듯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맨 마지막에 자기가 유다라고 하는데 이미 말하는 태도나 자기가 상인인 점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유다라는 것이 대충 앞 부분에서도 추측이 가능하다.

직소의 유다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매우 복잡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자기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하며 갈피를 못잡는데, 다자이 오사무가 자신의 글로 드러냈던 정신이 이상하고 집착적이지만 애정에는 또 외골수적인 광인의 모범같아서 아주 좋다.

유다는 동갑인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다니다가 갖은 고생을 한다. 마술의 조수를 하고 제자들 몫까지 밥도 구해다 주고 뒤치닥꺼리는 다한다. 그런데 이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 해변 길을 걷다가 기분 개잡친 유다에게 그리스도가 너의 쓸쓸함을 잘 알고있고 신세지고 있다고 말해준다. 유다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알바 아니고 당신만 알아줘도 되고, 당신이 죽으면 나도 그냥 죽겠다고 한다.

유다의 정신은 점점 맛탱이가 가서 다른 사람을 질시하고 그리스도를 멸시하게 된다. 뭐야 저게! 폭언이나 하고! 상인은 또 왜 괴롭혀! 십자가 각이 날카로운데 어차피 죽을건데 내가 신고해서 팔아먹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그런데 어차피 죽을건데 '내가' 신고해야 하고 이게 일편단심의 애정에 대한 마지막 인사말이라고 말하는 점에서 매우 광기가 드러난다.

이후 최후의 만찬에서, 그리스도가 제자의 다리를 씻겨주자 당신은 늘 옳았고 가난한 사람의 편이자 좋은 사람이었는데! 팔면 안돼! 울고 싶어져서 그리스도의 몸에 누가 와도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게 해야겠다! 생각하고는

그리스도가 배신할 사람을 가리키자(이게 아마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것이었던 거 같은데) 달려가서 고발한다. 나를 개망신주고! 사람들앞에서 모욕하는게 복수였냐고! 화나서 고발하러 가는데

막상 또 고발하고 나니까 고발을 듣고 상대방이 돈을 주는데, 얻어맞기전에 손치우라고 반말하고 화낸다! 손 치워! 돈때문에 고소한줄아냐!

아무튼 이걸 참 감명깊게 읽었었다.

일본과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프로세카라는 리듬게임에선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들에게 노래를 의뢰해서 만든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sEptl-psU0

 

 

그 노래중 하나가 인 로워인데 내용이 직소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

마녀는 그리스도, 메이드는 유다이다.

마녀는 기적을 잃으켜서 사람을 고쳐주고, 물고기 귀걸이를 하고 있으며, 유다를 여러 제자중의 한 사람으로 사랑하고, 고발로 인해 십자가에 매달린다.

메이드는 무릎꿇고 고발하는 자인데, 최후의 만찬에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자이고, 마녀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 개빡쳐하며, 오직 그리스도만을 바라보고 자신이 마녀였으면 자신만을 바라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불만이 많은데 해변에서(직소에서 나오는 요소) 마녀를 마주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마녀가 비둘기를 데리고 다닐 때 비둘기 새장이나 치우는=(뒤치닥꺼리하고 마술의 처리를 하는) 메이드의 불만은 계속 사라지지 않으며 말레우스 말레키파룸을 들고다니게 된다.(마녀 재판용 지침)

 

마녀는 메이드를 아끼며, 메이드가 밖에서 비를 맞을 때 우산을 건네주는 대신 함께 비를 맞아주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메이드는 마녀를 고발하려 하고 결국 이것이 드러나자 메이드는 숲으로 도망쳐서 고발하러 간다. 결국 고발의 대가로 메이드는 돈을 받고 우비를 입고 마녀를 찾으러 간다. 메이드는 속으론 울고있으나 겉으론 냉정한 표정을 짓는데, 결국 메이드때문에 붙잡혀서 촛불이 꺼지며 마녀는 죽게 된다.

 

몇가지 재밌는 요소가 더 있는데, 1분 13초, 2분 13초, 3분 13초에 마녀와 메이드는 춤을 춘다. 유다가 상징이라는 것을 드러내는데, 처음엔 마녀가 메이드의 손을 잡아주고, 다음엔 둘이 같이, 마지막엔 메이드가 일방적으로 팔이 꺾일 각도로 마녀를 잡고 흔든다. 또한 마녀는 비가 오면 우산을 내려서 함께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지만 메이드는 자기 혼자 우비입고 오는 사람이다.

 

앞부분에 메이드와 마녀를 상징하는 꽃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 마녀도 메이드도 순수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마녀는 귀걸이를 한쪽만 하고 있다. 메이드는 다른 제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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