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들어가는 말

삼긱감밥 2020. 11. 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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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과 항우의 싸움이 이루어진 기원전 200년 무렵을 초한쟁패기라고 한다. 이들은 고대 중국에서 천하의 명운을 걸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펼쳤다. 결국 유방이 승리했고, 유방은 한나라를 열어서 400여년이나 가는 왕조를 만들어 중국 역사의 영웅으로 남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삼국지보다 짧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숫자도 적다. 소설 <삼국지연의>의 시간대가 100여년이 넘는 것에 비해 초한쟁패기는 5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여지는 인간의 리더십과 역정이 가지는 서사성은 어떠한 극보다도 뛰어나다.

 

 

유방과 항우는 서로 대립되는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이다. 유방은 평민 출신으로, 자신의 오만함을 잘 알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을 다스리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그에게는 사람을 다스리는 재주가 있어 인간의 본성을 잘 파악했다. 유방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이들을 최적의 장소에 두어서 항우를 격파하는데 썼다. 그리고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주변에 끌여들였으며, 선정을 베풀어서 혼란한 시대의 사람들에게 안정을 주었다.

 

 

반면 항우는 귀족 출신이다. 자신의 항씨 혈족과 처가 사람들에게는 정성을 다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췄다. 아무리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사람이더라도 건방지게 대하는 유방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항우의 예절은 가까운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그는 자신을 방해하는 자는 아무리 어린 자든 민간인이든 모두 살해했다. 뛰어난 전투 재능을 지녀서 수십만의 군대를 수만의 군대로 쳐부수는 데 익숙했고, 다른 사람을 전투에서 벌벌 떨게 만들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 하지만 그가 가진 정치의 재능은 사람을 죽이고 겁먹게 만드는 것이 전부였고, 진심으로 그를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들의 관계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항우의 삼촌 항량이 거병한 이후 유방과 항우는 함께 힘을 합쳐서 진나라를 격파하기도 한다. 진나라라는 절대 악에 맞서서 초나라 사람으로서 힘을 모은 것이다. 항량이 죽자 항우는 그의 세력을 승계하지만 유방은 이를 잇지 못한다. 하지만 항우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였고 유방은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었기 때문에 유방이 진나라 점령에 파견된다.

 

 

그러나 항우는 황제를 살해하고 유방을 진나라 땅이 아닌 구석에 쳐박아버린다. 유방은 이를 갈면서 항우에게 뒤늦게 복수에 성공하여 항우의 수도를 점령하지만, 3만의 군대로 56만의 군대를 꺾어버리는 항우의 전투 능력에 가족까지 버리고 도망갈 처지에 처한다. 실제로 유방의 아내와 아버지는 항우의 포로가 된다.

 

 

하지만 유방은 자신의 처세술과 정치력으로 한신, 소하, 장량과 같은 뛰어난 인재들을 배치하여 항우군을 괴롭혔고, 팽월, 경포와 같은 믿을 수 없는 제후들을 휘하에 둠으로써 마침내 천하의 중심을 자기에게 옮겨놓는데 성공했다. 반면 항우는 전투에서는 계속해서 승리하고 패하는 일이 없었으나 점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남으로써 마침내 파멸하고 죽음을 맞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220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우리와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전쟁터 속에서 보여준 모습은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으며, 재밌기까지 하다. 유방과 항우의 캐릭터성은 소설로 써도 될 정도로 훌륭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유방과 항우의 역사를 좋아한다. 그래서 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초한쟁패기를 알려주고 싶다. 버스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역에서, 심심해서 할 일이 없을 때 이 글을 읽고 영웅들의 기록을 이해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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