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거록대전

삼긱감밥 2020. 11. 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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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라의 왕은 조헐, 신하는 장이와 진여라는 자였다. 조헐은 옛날에 멸망한 조나라 왕가의 후손이었고, 장이와 진여는 위나라 출신의 명사로 둘은 친구들이었다. 장이는 나이가 아주 많은 노인이었지만 사람을 두루 넓게 사귀었고 진여는 유학자 출신이었다.

 

 

장이와 진여는 처음에는 진승을 섬겼지만 그들의 말을 진승이 듣지 않았다.  그러자 둘은 계책을 내어서 진승의 명을 받아 군대를 이끈 뒤에 무신이라는 자를 필두로 조나라에서 독립하여 세력을 이루었다. 하지만 배신이 일어나서 무신은 살해당하고, 둘은 이번엔 조나라 왕가의 후손인 조헐을 데려와서 조나라를 세웠다.

 

 

이렇게 급조된 조나라에 장한이 이끄는 진나라 군대의 일부가 쳐들어와서 성을 포위했다. 조헐과 장이는 도망치다가 거록성 안에 갇혔지만 성 안에는 양식도 별로 없고 군사도 약했다. 진여는 성 바깥에서 장한을 공격하려 했지만 장한의 군대가 너무 강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장이의 아들 장오도 성 바깥에서 군사를 모아 진나라에 대항하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성 안에 갇힌 장이는 장염과 진택이라는 자를 포위망 바깥의 진여에게 보내서 공격을 재촉했다. 진여는 의미가 없는 공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장염과 진택에게 5천 명의 군대를 주어서 포위망을 공격하게 했다. 모두 죽고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조나라는 다른 신생 제후국들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진나라 군대가 너무 강해 다른 국가들은 싸울 엄두도 못냈다. 초나라에서 파견한 조나라 지원군은 송의를 필두로 항우와 범증이 참여했다. 하지만 송의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관망만 했다.

 

 

송의는 조나라와 진나라 군대가 싸우다 약해지면 그 사이를 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항우의 생각은 달랐다. 진나라와 조나라가 싸우다가 둘이 약해지기엔 조나라 군이 너무나도 약해서 진나라는 전혀 타격을 입을 것 같지 않았다. 또한 날씨가 추워지고 군사들이 굶주릴 지경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송의는 항우의 말을 무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제나라의 상국으로 보냈다. 항우는 송의의 막사에 난입해서 송의를 살해했다. 이윽고 송의의 아들도 죽인 뒤, 자신이 초나라 군대를 모두 흡수하여 이끌었다. 당시 여러 장군들이 송의를 따라와 있었는데, 항우가 송의를 죽임으로써 모두 항우에게 속하게 되었다.

 

 

성 바깥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진여가 원군을 청하자, 항우는 진나라 군대와 싸우기 위해 강을 건넜다. 그리고 타고 온 배를 바다에 가라앉히고, 솥을 다 부숴버리고, 막사를 다 불태워버렸다. 군사들이 필사의 마음으로 싸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항우는 엄청난 무력으로 군대를 지휘하고 군사들도 일당 십의 기개로 싸우도록 만들었다. 초나라 군사는 세상을 뒤흔들 기세로 진나라 군사를 도륙했다.

 

 

다른 제후들은 이를 멀리서 구경만 하다가 천하를 흔들만한 함성소리에 놀랐다. 그리고 그들은 항우의 엄청난 승리에 기가 죽었다. 항우의 군사들은 무시무시한 힘으로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여 대패시켰다. 제후들은 항우의 엄청난 위엄에 기가 죽어서 바들바들 떨 뿐이었다. 항우는 겁먹은 제후들의 군대를 모두 자기 휘하에 두고 제후군을 이끌어 장한이 이끄는 진나라 본군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한편 포위 상태에서 풀려난 장이는 오랜 친구인 진여가 자신을 구원하지 못한 것을 원망했고, 진나라를 이길 힘이 없어서 포위를 뚫지 못했던 진여는 장이가 원망하자 분노가 폭발하여 둘의 수십 년에 걸친 우정은 파탄이 났다.

 

 

진나라 군대를 꺾은 항우군의 기세는 매우 강했다. 또한 항우는 초나라 군대뿐 아니라 제후군을 모두 통솔하고 있었다. 장한이 항우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장한이 대치하면서 퇴각하려다가 진나라 조정의 책망을 들었다. 장한에게는 사마흔과 동예라는 부하가 있었고, 사마흔을 진나라 조정에 보내 사정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진나라 조정은 이미 환관 조고의 손에 들어간 다음이었다.

 

 

조고는 진시황의 첫째 아들인 부소를 살해했고, 나중에는 자신과 손잡았던 승상 이사마저 죽여 완벽한 권력자가 되었다. 조고는 사마흔도 죽이려 했으나 사마흔이 가까스로 피했다. 사마흔이 돌아와서 장한에게 이러다가는 이기면 조고의 견제를 받아 죽고, 지면 졌다고 죽일 테니 차라리 항복하자고 말했다.

 

 

장한은 항우와 항복을 교섭하다가 결국 항복했다. 진나라의 어지러운 정치가 결국 장군이 나라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조고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살해하고 권력을 독차지한 것을 보고 충성심에 회의가 들었는지도 모른다.

 

 

일단 항우는 군량미가 모자라니 항복을 받아들였다. 항복한 장한의 군사들은 제후군이 진나라를 이기지 못하면 장한의 군대를 동쪽으로 끌고 갈 것이고, 그러면 동쪽으로 떠난 이들의 남은 가족들은 진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라 생각해서 걱정했다. 한편 제후군의 장군들은 진나라 군사들이 항복은 했어도 마음속으로 복종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했다.

 

 

항우는 진나라의 항복한 군대 20만 명 가량을 전부 생매장시켜서 죽여 버렸다. 이를 신안대학살이라고 한다. 항우는 장군 장한과 그의 부하인 사마흔, 동예만 남기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장한을 옹 지역의 왕으로 봉하기로 했다. 항우는 자신이 휘하에 거느린 제후군을 데리고 진나라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계속해서 서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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