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가 숙부 항량의 원수 장한이 이끄는 진나라 군과 싸우는 동안, 먼저 서쪽으로 파견된 유방은 관중으로 향했다. 관중을 가는 도중 고양이라는 지역을 경유하게 되었다. 고양의 수문장인 역이기는 유학을 배운 사람으로, 유방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유방을 찾아갔다.
역이기가 유방을 찾아가서 그를 모시려고 할 때, 유방은 여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발을 씻게 하고 있었다. 역이기는 정말 진나라를 정벌하고 싶다면 예의를 갖추라고 권했다. 유방은 정신을 차리고 역이기에게 예의를 갖췄다. 역이기는 유방에게 진류를 공격하고 그 지역의 양식을 얻을 것을 조언했다. 역이기는 유학자로서 논변에 능했다. 한편 역이기와 함께 합류한 역이기의 동생 역상은 적을 무찌르는 부하 장수로 활약하게 되었다.
유방이 관중에 들어가기 전, 조나라 장이의 부하인 사마앙이 강을 건너서 진나라에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유방은 황하의 나루터를 끊어서 사마앙의 진출을 막고 혼자서 서쪽으로 갔다. 유방은 옛 한나라 땅에 이르러 한나라 귀족 출신인 장량의 도움을 받았다. 유방이 남양군 태수 여의를 격파하자 여의는 완성으로 도망갔다. 유방은 완성을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으나 장량이 뒤를 공격당하면 큰 일이니 그러지 말 것을 권했다.
여의는 자살하려 하다가 마음을 바꾸어 항복했다. 유방은 그를 후히 대접하고 완성을 그대로 지키게 했으며, 완성의 군사들을 데리고 다녔다. 그러자 주위의 성들은 유방에게 항복했다. 진나라 이세 황제 호해를 살해한 조고는 유방에게 사람을 보내서 옛 진나라 땅인 관중을 나눠 갖자고 권했다. 유방은 조고가 자신을 가지고 놀려 한다고 생각하여, 장량의 조언을 구했다.
장량의 조언을 구한 유방은 역이기를 진나라 장수들에게 보내서 설득하는 동시에 돈으로 매수하는 한편 그들을 기습했다. 설득되었거나 돈을 받은 장수들은 당황하여 무너지고 말았다. 관문을 지나자 진나라 대군과 마주하게 되었다. 유방은 군사들의 노략질을 금하고, 깃발을 배치하여 군사가 대군으로 보이게 했다. 진나라 사람들은 유방의 군사가 노략질하지 않는 것을 기뻐했다.
진군의 사기가 떨어졌고, 유방은 진군을 격파하여 마침내 진나라 황제의 항복을 받았다. 진나라의 환관 조고는 진시황의 아들인 2세 황제도 살해한 후에, 황족 자영을 다시 황제로 만들었다. 유방이 진나라 땅에 들어갈 즈음에는 조고의 포악함을 보다 못한 황족 자영이 조고를 막 살해한 상황이었다. 유방의 군대가 앞까지 다가오자 자영은 하는 수 없이 유방에게 항복했다. 관중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사람을 관중에 봉하겠다고 말한 회왕의 약속에 따라 이제 유방이 관중의 왕이 될 예정이었다.
유방은 원래 성격이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미인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미인에게 자신의 발을 닦도록 시키고, 술을 마시면 흥청망청 지내서 사람들의 핀잔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방은 그런 자신의 태도를 고치고 진나라에 들어간 이후에는 최대한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항복한 진나라 황제 자영을 죽이자는 의견도 반대하여, 자신의 관대한 마음을 보였다. 또한 진나라 사람들을 살해하지도 않았고, 최대한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통치로 그들을 다스리려고 했다.
본래 진나라는 자질구레한 법조문도 많고 죄를 지으면 혹독하게 처벌하였기 때문에 항상 백성들이 법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유방은 진나라에 들어가면서 남을 살해한 자는 죽이고,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훔치면 처벌하겠다는 세 가지 규칙만 정하고 자질구레한 법을 없앴다. 그리고 진나라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유방에게 바치려 하자 유방은 먹을 것은 많다며 사양했다.
그러자 유방을 보고 처음엔 긴장했던 진나라 사람들이 유방을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여 환호했다. 그사이 유방의 부하인 소하는 진나라 궁궐에서 법서나 지도를 챙겼다. 번쾌와 장량은 유방에게 진나라의 귀중한 재물에 손대지 못하도록 봉하게 했다.
누군가가 유방에게 진나라 관중 땅과 동쪽을 잇는 관문을 방어하라고 권했다. 지금 항우는 항복한 진나라 장수 장한을 관중의 왕으로 삼으려고 하는데, 관중은 부유한 지역이다. 그러니 유방이 관중을 걸어 잠그고 지키면서 군대를 징집하면 바깥에서 오는 군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유방은 이에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