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량의 세력에 유방이라는 자와 한신이라는 자가 합류했다. 둘 다 초나라 사람이었다. 유방은 패현이라는 고을의 지방 관리였다. 어릴 적부터 항상 술을 마시고 남들과 탱자탱자 노는 것을 좋아하여 아버지에게 혼이 자주 났다. 유방의 아버지는 이전부터 유방에게 둘째 형을 좀 본받으라고 권했지만 유방은 말을 듣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다. 유방은 특히 위나라의 명사 장이, 같은 고을의 왕릉이라는 사람과 어울려 다녔다.
유방이 이렇게 놀기만 하니 그의 형수도 유방을 무시했다. 유방의 형수는 유방이 친구들을 데리고 들어오면 국그릇 바닥을 두드리면서 국이 없다고 말했다. 나중에 유방이 찾아와서 확인해 보니 국이 있었는데 유방의 형수가 그를 속인 것이었다. 유방은 이를 기억하고 잊지 않았다.
유방은 같은 고을의 사람들 중 소하, 조참이라는 관리와 알고 지냈다. 소하는 고을에서 제일 유능한 관리로, 머리가 비상하게 좋고 행정 능력이 뛰어났다. 유방은 관리로서 진시황릉을 짓는 노역에 죄수들을 데리고 가게 되었다. 사람들은 전별금을 유방에게 주었다. 소하는 200전을 더 주었다.
전별금을 받고 유방은 목적지로 향했다. 그런데 중간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도망쳤다. 유방은 그냥 그들을 풀어주었다. 유방은 남들과 술도 잘 마시고 호기로운 기질이 있었기에 진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고을 사람들은 유방을 세력의 우두머리로 모셨다. 소하와 조참은 나중에 일이 틀어져도 자신과 가까운 이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유방을 우두머리로 모셨다.
유방은 같은 고을의 관리 소하와 조참, 비단장수 관영, 개백정 번쾌, 장례식에서 악기연주를 하던 주발, 친구 하후영 등을 데리고 다녔다. 소하는 보급과 행정에 밝은 사람이었고, 조참은 장수로 적과 맞서 싸웠다. 관영은 이후에 기병대장으로 활동했고 친구 하후영은 유방의 수레를 모는 운전기사가 되었다. 유방의 세력에는 한나라의 왕족 출신인 미청년 장량이라는 자도 함께했다.
한신이라는 자는 평민으로, 초나라 사람이었다. 한신은 회음이라는 고을 출신으로, 뜻은 컸지만 별다른 돈도 없고 신분도 귀하지 않았다. 예전에 관리의 집에서 밥을 얻어 먹다가 그들의 눈총을 사서 아침밥을 얻어먹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쫄쫄 굶는데 한신의 꼴을 보고 불쌍하게 여긴 여인이 한신에게 밥을 주었다. 한신은 고마워하면서 나중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밥을 준 여인은 한신의 말을 같잖게 여겼다.
한신은 굶으면서 궁핍하게 산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과 무시도 당했다. 어떤 사람이 한신은 키만 크고 칼을 찼을 뿐 겁쟁이라면서 자신을 죽여보이든지, 아니면 자신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고 모욕을 주었다. 한신은 그의 가랑이 밑을 기어갔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한신을 무시했다. 이렇게 힘들게 살던 한신은 항량의 세력에 합류했지만, 항량의 세력에는 딱히 한신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한신은 미관말직을 하며 살 뿐이었다.
항량은 자신의 조카인 항우와 장군 유방을 보내서 진나라를 공격하게 하였다. 이들은 삼천군에 도착했다. 삼천군을 지키는 자는 진나라의 명목상 2인자인 승상 이사의 아들 이유였다. 유방과 항우 둘은 힘을 합쳐서 이사의 아들 삼천군 태수 이유를 격파했다.
유방과 항우는 젊어서 진시황의 행렬을 본 적이 있는데, 유방은 사내 대장부라면 저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항우는 진시황을 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한 세력에 뭉치게 된 것이었다.
아들이 항량군에 패해서 전사하는 동안, 승상 이사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승상 이사는 호해와 조고의 모략에 당하고 말았다. 이사가 나라꼴을 걱정하여 호해에게 간언하였다. 그러나 멍청한 호해의 분노를 사 옥에 갇혔다. 조고는 이사의 아들 이유가 적을 제대로 막지 않고 있다고 모함했다. 이사는 고문을 당하다가 아들 이유가 적과 내통했다는 거짓 자백을 했다. 이사는 허리가 잘려 죽는 처참한 요참형을 당했고 가족은 모두 살해되었다. 조고와 손을 잡고 호해를 황제로 세운 2인자의 비참한 최후였다.
한편 진나라의 장군 장한은 위나라를 격파하고 위나라 왕 위구를 자살시킨 후 항량과의 일전을 앞두었다. 초나라를 중심으로 궐기하여 민심을 얻고 주변 제후들의 편에 선 항량과, 반란군을 쳐부수면서 달려온 장한의 대결이었다. 초나라의 송의는 항량에게 조급하게 싸우지 말고 대비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항량은 이 말을 듣지 않았고, 장한은 항량을 기습하여 그의 군대를 무너뜨리고 항량마져 죽였다.
초나라를 이끌고 모든 것을 세운 항량이 죽자, 초나라의 권력의 중심은 명목상 왕이었던 회왕에게 옮겨지게 되었다. 초나라 회왕은 항량이 죽자 이전에 항량에게 군대를 신중하게 운영할 것을 조언했던 송의를 신임했다. 그리고 진나라 땅인 관중 지역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자에게 그 땅을 주겠다고 말했다.
당시 진나라의 군대가 매우 강하여 장한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항우는 자신의 삼촌이 장한에게 죽은 것이 억울하여 복수를 위해 진나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회왕의 주변 사람들은 회왕에게 항우는 용감한 데다가 사람을 잘 해치며 한 번 성을 함락하면 살육을 행하는 무서운 사람임을 일깨웠다.
주변 사람들은 이어서 항우대신 유방을 서쪽으로 보낼 것을 추천했고 회왕은 유방을 관중 지역에 파견했다. 그리고 조나라 지원군을 편성했따. 회왕은 송의를 상장군으로 삼아 군대를 이끌게 했다. 그리고 항우를 노 땅에 봉하고 차장에 임명했다. 말장은 범증이었다. 회왕은 진나라로 가고 싶어하는 항우를 조나라 지원군으로 보냈다. 항량을 죽인 진나라 장군 장한은 자신의 부하들을 보내 조나라를 포위하고 있었다. 조나라는 무너지기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