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의 세력은 실패했다. 하지만 진나라를 향한 반란의 불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옛 조나라 땅에 조나라 왕족을 중심으로 조나라가 다시 건국되었다. 위나라와 제나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초나라 사람들은 진나라를 원망했다. 이전에 초나라의 왕이 진나라에 방문했다가 붙잡혀서 돌아오지 못하고 죽은 적이 있었기에 그들의 원한은 매우 컸다. 마지막으로 진나라와 크게 싸웠던 초나라 장군 항연의 아들 항량이 군대를 일으켰다.
항씨는 초나라의 귀족 가문으로, 이들은 초나라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진나라와 싸웠던 이들이었다. 옛날 진나라와 싸웠지만 패사한 초나라의 장군 항연의 아들 항량은 젊어서 죄를 지었다가 진나라의 옥리 조구와 사마흔의 도움을 받아 살아났다. 이후에는 나중에 중국의 남동부 변두리인 회계로 도망쳤다. 항량은 인덕이 있어서 선비와 대부들이 항량의 도움을 받았고, 큰 일이 있으면 항상 그가 주재했다.
항량은 그의 조카 항우와 함께했는데, 항우는 공부도 하다가 별 소득이 없자 그만두고, 검술을 배워도 하다가 그만두었다. 항량이 화를 내자 항우는 글은 성과 이름을 쓸 줄 알면 되고 검은 한 사람에게 패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만인을 상대하는 학문을 배우고 싶다고 청했다. 그러자 항량은 항우에게 군대를 조련하는 병법을 가르쳤다.
아직 살아있던 시절의 진시황이 회계를 방문하자, 항우는 진시황의 행렬을 보고 자신이 저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항량은 그때부터 항우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항우는 키가 거대했고, 힘은 솥을 들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진승의 반란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회계의 관리자인 회계태수 은통이 항량과 항우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항량은 항우를 데려올 것을 말했고, 항우가 오자 항량은 항우를 시켜서 은통과 주변 사람들을 다 죽이고 조직을 접수했다. 항우는 엄청난 무용과 잔인한 과단성뿐 아니라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일 정도의 무용이 있었다.
항량은 회계를 접수한 후에 군대를 8천 명을 모았다. 그리고 이 군대를 모아서 서쪽으로 진격했다. 항씨는 이전부터 명성이 있는 가문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천하의 이름을 알고 항량을 따랐다. 항량은 많은 군사를 모아서 점점 군대가 커졌다. 옛날에 죄수의 형벌을 받았던 영포라는 장군(얼굴에 먹을 뜨는 경형을 받아서 경포라고도 함)이 항량에 합류했다. 항량은 자신에게 저항하는 세력은 죽이고 합류하는 이들은 받아들였다. 이때, 나이가 70이 먹은 늙은 모사 범증이 항량 세력에 합류했다.
범증은 초나라 사람들은 ‘초나라 사람이 다 죽고 세 집만 남아도 진나라를 초나라 사람이 망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전하며, 진나라에 의해 망한 나라 중 초나라가 가장 큰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 초나라 왕을 세울 것을 권했다. 그에 따르면, 초나라 왕을 세우지 않고 진승이 직접 왕을 칭했기 때문에 진승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옳다고 생각한 항량은 초나라 왕실의 후손을 찾았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면서 양을 치던 웅심이라는 사람을 찾아서 그를 초나라 회왕으로 세웠다. 항량 자신은 무신군이라고 칭했다. 항량은 항우와 자신의 부하인 유방을 보내서 승상 이사의 아들 삼천군 태수 이유를 죽였다.
이렇게 세력이 성장하자 항량은 점점 교만해져서 진나라를 얕보게 되었다. 송의라는 자가 항량에게 이렇게 교만해졌다가는 패할 것이라며 불안을 전했다. 진나라 군대의 수가 아직 많은데 군사들이 나태해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항량은 송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무시했다.
항량은 송의를 제나라에 사자로 보냈다. 송의는 제나라의 사자를 만나면서 군대는 패하고 항량은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과연 진나라의 장한이 노역하던 이들을 사면해 만든 군대로 항량의 군대를 쳐부쉈다. 항량은 죽임을 당했고, 초나라의 잔병들은 맥없이 꺾였다. 항우와 유방은 후퇴하고 장한은 북쪽의 조나라를 치러 떠났다.
항량이 죽은 것에 당황한 초나라 회왕은 군대를 통합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했다. 이전에 송의를 만난 제나라 사신이 회왕을 만나서 송의가 초나라 군대의 패배와 항량의 전사를 예언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회왕은 송의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송의를 중히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