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번지가 공자에게 농사짓는 법과 씨뿌리고 원예하는 법을 물었다. 공자는 이것이 군자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번지는 그냥 나가버렸다. 이외에도 번지는 공자에게 기술적인 내용을 질문하다가 공자에게 소인배 소리를 듣기도 했다. 공자는 군자불기라 하여, 군자는 특정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specialist가 아닌 두루 통할 수 있는 generalist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었다. 이것을 번지가 어기고 계속해서 질문하자 공자가 비판하게 된 것이다.
번지가 농사짓는 법을 물었을때 공자는 군자가 바른 정치를 하면 농사꾼들이 각지에서 몰려들어서 성황을 이룰텐데 어찌하여 직접 농사지을 시간이 남아돌겠냐고 말했다.
한편, 맹자 등문공 편에는 농가에 대한 맹자의 비판이 남아있다. 허행은 농가를 주장한 사람으로, 모든 사람이 직접 자신이 먹을 것을 농사지어서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는 군자의 다스림과 지배계층의 분리를 비판적으로 보았다. 그러자 맹자는 허행에게 이렇게 묻는다. "농기구와 장비는 어떻게 구했소?" "그것은 농사를 지으면서 만들기엔 너무 힘든 것입니다. 대장장이에게 구할 일입니다." 이어지는 맹자의 말에 그의 사상이 잘 압축되어 있다. "사람을 다스리는 일도 농사를 지으면서 하기엔 힘든 일이오."
이렇듯 유교에서는 농사짓는 일을 군자가 직접 할 일로 보지 않았다. 군자는 직접 농사를 지어서 자급자족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재를 적재적소에게 배치하고 수기치인을 통해 주변 사람을 감화시키는 사람이었다. 그 외의 것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사람들이 덕을 따르게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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