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공이 어머니와 화해하다

  주나라가 동천하고 권위를 잃자, 각 제후들은 주나라 모시기를 우습게 여기고 이반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고 군사력과 위압을 통해 패도를 좇는 국가들이 출연하게 되었다. 이중 가장 거대한 족적을 남긴 5인을 춘추 5패라 하나, 아직은 등장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춘추시대의 혼란에 오프닝을 연, 작은 패도를 이루어 소패라고 불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정장공이었다.

 

정나라는 앞서 정환공 시기에 처음으로 건립된 국가였다. 정환공은 충성스럽게 주유왕을 보필하였으나 주유왕이 이민족에게 공격당할때 휩쓸려 살해당하고 말았다. 정환공의 아들 정무공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받아 정나라를 계승한 뒤 주유왕의 아들인 주평왕을 보필했다. 정무공은 주나라 왕실의 집정인 사도가 되었다. 정무공은 죽음으로 충성을 바친 아버지 정환공의 뒤를 이어 충성을 다하는듯 했으나, 주평왕이 괵나라 공작을 사도로 삼으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살짝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정무공대에는 주나라와 정나라는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정무공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는데, 오생과 단이었다. 오생이 장자였기에 정장공이 되어서 군위를 계승했으나, 정장공의 어머니 무강은 오생을 몹시 싫어하고 동생 단을 좋아했다. 무강이 오생을 낳을 때 심한 난산을 겪었고 단을 낳을 때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강은 정장공에게 동생 단에게 큰 땅을 주기를 청하였고, 정장공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단은 도리어 반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정장공은 단을 쫓아내면서황천에 가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만나지 않겠노라고 화를 냈다.

 

이때 영고숙이라는 변방의 신하가 함께 정장공과 식사를 하는데, 먹다가 음식을 많이 남겼다. 정장공이 이유를 묻자 영고숙은 "군주가 주신 고깃국을 어머님께 드리고 싶습니다."하고 빌었다. 정장공이 영고숙의 효성에 감탄하면서도 내심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씁쓸해하였다. 영고숙이 정장공에게 사연을 묻자 정장공은 황천에 가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만나지 않겠다고 빌어 자신은 음식을 줄 어머니가 없음이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황천에 가기 전까지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지하수를 파고 지하의 굴을 뚫어 지나가서 만나면 이 또한 황천에 간 셈이나 마찬가지니 어머니를 만나도 되지 않겠습니까?"하고 간언했다. 정장공은 이를 옳다 여겨 굴을 파고 들어간 뒤 어머니와 화해하여 근심을 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