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악의 樂毅

삼긱감밥 2020. 12. 1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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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는 전국시대 연나라의 명장이다. 위나라를 섬기며 위문후를 도와 중산국을 멸망시켰던 악양의 손자이다. 연소왕, 연혜왕의 시대에 걸쳐 연나라를 섬겼으며 제나라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이나 연혜왕에 의해 파직당하여 조나라로 옮긴다.

 

악의는 본래 연나라 사람이 아니다. 악양이 중산국을 멸망시킨 이후 악씨들은 이 근처에 살았단 것으로 보인다. 중산국은 위나라에 의해 1차로 멸망하나, 이후 조나라의 조무령왕에 의해 2차로 멸망한다. 따라서 악씨들은 조나라에 살게 된다. 조나라의 조무령왕은 오랑캐의 옷을 입고 말을 타는 호복기사 정책을 채택하여 조나라를 강국으로 만든 명군주였으나, 후계자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궁에서 내란이 일어나 굶어죽는다. 악의는 이런 조나라를 떠나 위로 간다. 그러나 위 역시 악양과 위문후시대의 전국을 주름잡고 서쪽으로 진나라에 쳐들어가던 나라가 아닌 동네북이 된 상황이었다.

 

비슷한 무렵 연나라에서도 내란이 일어났었다. 연왕 쾌는 요순임금을 흉내낸답시고 녹모수라는 자의 권유로 신하 자지에게 나라를 넘긴다. 자지는 이를 사양하지 않고 나라를 그냥 먹어버렸다. 졸지에 나라를 빼앗긴 연왕 쾌의 아들 태자 평은 장군 시피와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장군 시피가 배반하여 태자 평을 공격하는 혼란 끝에 결판이 나지 않고 연나라는 쑥대밭이 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제나라의 군주 제선왕(제위왕의 아들, 직하학파를 운영한 것으로 유명)이 군대를 이끌어 연나라에 쳐들어온다. 연나라 백성들은 제나라를 막지도 않고 연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나라가 개판이었던 것이다. 제나라는 장군 광장을 보내 연나라를 점령하고 한번에 동방의 패자로 부흥할 뻔하나 연나라 사람들의 비협조 등으로 실패한다. 자지, 태자 평, 연왕 쾌등은 정리되고 조나라에 가있던 연나라 왕족 공자 직이 돌아와 왕이 되니 연소왕이다.

 

연소왕은 제나라에 의해 쑥대밭이 된 나라를 되살리고 어떻게 해서든 개혁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북방 맨끝에 위치한 시골국가에 인재가 많을 수가 없었다. 신하 곽외에게 조언을 구하자 곽외는 천리마의 뼈를 산 사람에게 천리마를 가진 사람들이 '뼈를 살 정도면 말도 사겠지'하고 모여든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귀히 대접하면 다른 나라의 인재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연소왕은 곽외를 모시고, 과연 외국에서 인재가 모여드니 조의 극신, 제의 추연, 그리고 악의가 연나라에 들어온다. 연나라에 모인 이 인재중에서 악의가 으뜸이었다. 악의는 아경이라는 높은 관직에 오른다.

 

당시 제나라에선 제나라 선왕이 죽고 제나라 민왕이 왕위에 오른 상황이었다. 제나라는 원래 동방에 위치한 강국으로, 물산이 풍부하고 평야와 바다를 접하여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게다가 원래 춘추시대부터 공작국가였다. 앞서 선선대왕 이던 제나라 위왕은 간신을 내치고 성실히 자기 일에 임하는 신하들을 중용하여 나라를 강국으로 개혁하고, 선대 왕인 제나라 선왕이 직하 학파를 운영하며 학문을 중흥시킨 상황이었다. 제나라 민왕은 교만한 인물로 그릇이 작은 사람이었다. 그는 인근의 초나라 군을 대파했으며, 위,한나라와 싸우는가 하면, 위,한나라가 제에 기울자 진에 대립하기도 하였다. 또한 송나라를 멸망시켰으며 송나라를 멸망시키는데 도움을 준 국가들을 배신하기도 했다. 제나라가 강해서 주변 국가들이 제민왕을 따랐지만 마음속 깊이 원망하고 있었다.

 

결국 제민왕을 증오한 위,조,한,초,연의 5국 동맹이 맺어지고 이들이 그대로 제나라에 쳐들어간다. 총사령관은 연나라의 악의였다. 5국 연합국은 제나라 군대를 대파한다. 이후 외국의 군대는 돌아가고 연나라 군대만이 악의의 지휘하에 계속해서 진격한다. 제나라 수도 임치는 약탈당하고 제민왕은 거로 도망친다. 악의는 공성을 계속하여 5년간 남쪽의 거, 동쪽의 즉묵을 제외한 모든 성을 점령한다. 거에 파견나온 초나라 장수 요치가 제나라 민왕을 죽여버린다. 실질적으로 제나라는 즉묵만 남은 상황이었으며, 악의는 의로운 사람을 우대하고 조심스레 행동하며 민심을 얻으려 노력했다.

 

마침 연소왕이 죽는다. 태자가 즉위하니 연혜왕이다. 연혜왕은 원래 악의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악의를 의심하고 결국 장군 자리에서 해임하고 기겁을 등용한다. 악의는 왕의 의심을 피해 조나라로 떠난다. 거에서는 왕손가가 요치를 죽였으며, 즉묵에서 장수 전단이 기겁을 화우의 진으로 대파한다. 결국 연나라는 5년간 점령한 70여개의 성을 모두 잃는다.  

 

연혜왕이 잘못을 빌자, 악의는 비록 조나라에 있어도 옛 정에 따라 연나라에 쳐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악의는 끝내 연나라로 돌아가지 않았고 대신 연혜왕은 악의의 아들 악간을 창국군에 봉한다. 이후 악의는 조나라에서 죽었다.

 

악의의 아들 악간과 일족 악승은 연나라에서 벼슬하였는데, 시간이 흘러 조나라가 장평대전에서 백기에게 대패하여 40만 병사가 생매장당하는 일이 생긴다. 연나라 재상 율복은 이때를 노려 조에 쳐들어가자고 말하나 악간은 반대한다. 연왕 희가 전쟁에 찬성하여 연나라 군대는 조나라에 쳐들어가나 호 땅에서 백전노장 조나라 장수 염파에게 처참하게 박살나서 오히려 연나라에 조나라 군대가 쳐들어와 땅을 주고 화친을 구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율복과 악승은 조나라에 포로로 잡히고 악간은 조나라로 망명한다. 연왕은 악씨 일족을 도로 부르려 하였으나 악간과 악승은 돌아가지 않았다.

 

악승은 조나라에서 장군으로 활동하게 된다. 조사가 진나라 군을 격파하기 전 이기기 힘들다고 보고 전투에 반대한 기록과, 염파가 해임되자 후임으로 임명되나 염파에게 공격당한 기록이 있다.

 

훗날 유방은 악의의 후손 악숙을 악향에 봉하고 화성군이라 칭했다.

 

사마천은 5개군을 연합하여 약한 연을 위해 강한 제에게 원수를 갚아 치욕을 씻었기에 사기에 악의 열전을 저술하였다고 한다.

 

생각하기를, 쑥대밭이 된 나라를 이끌고 스스로를 낮춘 연소왕은 훌륭한 군주이다. 변방의 소국으로서는 치욕을 참고 후일을 도모하면서 내실을 키워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것을 해냈다. 이런 군주를 찾아 들어와 장군으로 활약한 악의 역시 명신이다. 작은 나라의 힘을 모아 큰 나라의 군대를 쳐부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악의는 적국의 의인이라도 정중히 대했고 연소왕은 군대를 맡긴 신하를 의심하지 않았다. 비록 조나라로 떠나게 되었지만, 밖에 나가서도 예를 지켜 옛 군주의 나라를 치지 않았으니 중용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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