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상앙과 상군서

삼긱감밥 2021. 6. 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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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진나라의 대량조를 지냈던 공손앙(상땅에 봉해져서 상앙이라고도)의 책인 상군서를 읽고 있다. 상군서는 상앙이 쓴 것이라고도 하고 상앙의 후예들이 쓴 것이라고도 하는데 그 나눔이 획일적이기보다는 대충 이것저것 섞인 것으로 보인다. 상앙의 사상은 법가로, 유가를 주장한 진나라의 감룡과 두지등을 논파한 뒤 진나라 효공에 의해 등용되어 철두철미한 법가개혁을 통해 진나라를 강국으로 이뤄냈다.

 

상군서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독특하다. 

 

상앙은 가벼운 죄를 가볍게 처벌하고, 무거운 죄를 무겁게 처벌하면 가벼운 죄를 짓는 것을 막을 수 없기에 가벼운 죄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상과 벌은 1:9면 적당하고, 상은 전쟁과 농업에 관한 것에 주어야 한다고 본다. 철저하게 농업과 군사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었고 다른 산업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범죄는 연좌제로 처벌한다.

 

(미국 정치인 루돌프 줄리아니는 깨진 유리창이론을 받아들여 경범죄 단속의 강화를 통한 범죄 소탕에 나선 적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경범죄를 혹독하고 무겁게 처벌해서 처리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상앙의 주장은 범죄와 형벌의 비례성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아마 형벌의 위하효과를 극단적으로 강조한 것 같다. 연좌제 처벌은 감시와 공포를 극단화하는 장치중 하나이다.)

 

상앙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좋아해주는 것을 해주면 그들은 나태해지고,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면 그걸 조심하기 때문에 차라리 그들에게 좋은 일이 된다고 보았다. 인간관이 어둡다. 기본적으로 상앙은 인간의 자제력과 자율성에 대해 매우 깊은 의심을 품고 있다.

 

선한 사람은 선으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의 죄를 덮고, 간사한 사람은 자신에겐 선하고 남은 감시하기 때문에 법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는 간사한 사람이 필요하다. 따라서 선한 사람 대신 간사한 사람을 등용해야한다는 것이 상앙의 인사론이다.  서로를 감시하는 경찰국가를 이상적 국가로 본게 아닌가 싶다.

 

교육관도 극단적이어서, 백성들이 학문을 배우지 못하게 하여 농사에만 집중하고 다른 일(상업,유학)을 못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대부의 자제들이 다른 곳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하여 외국의 다른 학문도 못 배우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잡다한 학문도 못배우게 해야한다고 보았다. 계몽이 아닌 우민화를 통한 부국강병책의 주장이다. 독특한 것은 하층 지배계급인 일반 백성 이외에 지배 계급인 대부 계급 까지 모두의 우민화를 꾀한 것이다. 사상의 단일화를 꾀했다.

 

종합하자면 자유가 박탈된 우민들을 농업과 전쟁에 힘쓰게 하되, 그 다스림에 있어서 감시와 공포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사상을 금지 대상으로 보니 당연히 획일화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고, 우민화 교육을 실시하니 여론이나 공론의 존재가 사멸해간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당연히 없고, 직업선택의 자유도 없다.(직업이 농민 군인 공무원뿐) 

 

조지오웰의 1984의 세계에서는 외부당원과 내부당원 합쳐서 한 10%되고 나머지 대다수인구는 노동자로 이루어진 국가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지인은 아들에 의해 고발당해서 감옥에 갇히고, 모든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감시당한다고 느끼고  실제로 체포가 일어난다. 죄에 대한 처벌은 혹독하며 외국의 포로들은 개처럼 끌고다녀서 국민들에게 보이게한다. 직접적으로 묘사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장소를 가지 못했던 것처럼 말한다. 상앙이 보면 감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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