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컬티스트 시뮬레이터

컬티스트 시뮬레이터

삼긱감밥 2021. 1. 28.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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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티스트 시뮬레이터라는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 일부 포함!

 

컬티스트 시뮬레이터는 Sunless sea  게임의 개발자인 알렉시스 케네디가 만든 게임이다. 

 

이 게임은 굉장히 설명하기 어렵고 난해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처음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덜렁 카드패 하나만 나오는 것을 보고 무슨 카드를 이용하는 게임인가 생각이 들 것이다. 카드를 이용하는 게임은 맞는데, 일반적으로 시중에 알려진 슬더스같은 덱 빌딩 게임같은 것은 전혀 아니다. 

 

플레이어는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시작한다. 이 직업을 통해서 특정 행동을 수행하면 우연히 세계에 관련된 비밀에 다가서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알게 된 플레이어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게 된다. 그 종교의 교리에 따라서 추종자들을 키우고 소환수들을 만들며, 현실과는 다른 세계인 환상의 세계를 오가면서 마침내 신의 하수인과 비스무리한 존재, 혹은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것이 기본 플롯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알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다른 게임과 공유되지 않는, 심지어 게임 제작자인 알렉시스 케네디의 선리스 씨 게임과도 공유되지 않는 나름의 스토리와 배경,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읽으면서 스토리와 세계관의 맛을 얻는 것이 이 게임의 궁극적인 재미다.

 

아 그럼 이게 스토리에 기반한 비주얼노벨같은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비주얼 노벨과는 다르다. 쭉 설명이나 설정이 나오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알아서 읽어야 한다. 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는 가상의 세계를 탐험하고 책과 도구를 통해서 소환수를 부르고 던전을 모험한다. 그런데 그 던전들에도 매우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다. 이 게임은 등장하는 모든 아이템, 책, 의식, 이름 등에 자세한 설명을 기록해 두었다. 그 설명을 읽는 것이 이 게임의 재미다. 참으로 기이하고도 이상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선리스 씨의 개발자인 알렉시스 케네디가 만들었으므로 선리스 씨와 비슷하지 않을까? 선리스 씨도 좀 괴팍한 게임이지만 나랑 맞았다, 그러니 이 게임도 나랑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선리스 씨보다도 대중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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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큰 진행은 책, 소환수, 인물, 던전에 나타나는 자세한 설명을 통해서 게임 제작자가 준비해 놓은 캐릭터의 이야기, 배경설정을 읽는 방식이다. 그냥 스토리를 주는 것과 달리 매우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걸리는 텍스트 제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작동 방식은 매우 답답한데, 특정 시간 동안 카드의 뜻에 따른 행동을 진행시키고, 진행이 되면 그 카드에서 얻어낸 자원을 통해서 활동하는 식이다. 이 행동을 다른 카드와 중복되서 여러번 할 수 있고, 게임 시간을 중지하거나 빠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토리를 읽기 위해 하루종일 카드의 설명을 읽고 카드를 움직여야 한다는 이상한 제약이 붙는다. 이 과정이 매우 지루하고 답답하여, 이 게임이 스토리와 설명을 읽으면서 그 맛에 취하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아는데만 한 10시간은 걸린다. 경우에 따라 게임의 기초적 단계를 이해하고 이 게임의 방향을 아는데만 20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즉, 이 게임을 싫어할 이유가 매우 많다. 게임에서 스토리와 설정을 매우 강조하고 다른 게임 요소들은 있으나 마나하므로 없어도 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도 있다. 수도 있는 것이며 아마 안 맞을 것이다. 액션, RPG성, 경영, 시뮬레이션, 전략 등등 대부분의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요소(어쩌면 당연한 것들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과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나름의 인기를 얻어 한글로 번역되고 사람들이 즐기는 것은, 그 스토리와 배경이 매우 재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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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설정은 나름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지만, 이 게임 배경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말고도 꿈을 통해 찾아가는 만수스라는 세계가 있다. 그곳에는 각자의 시간을 담당하는 이삼십여개의 신들이 존재한다. 이 신들은 특정 법칙을 주관하고 다른 신들과 갈등을 벌이는, 말하자면 그리스 신화의 그리스 신같은 존재다. 따라서 절대자인 주신이 없고 그때그때 다른 신들끼리 협의해서 세상 일을 굴리고 있다. 신끼리 서로 견제하기도 하고 다른 신을 죽여서 신의 자리를 대체하려는 이들도 있다.

 

이 신들은 자신들의 부하를 쓰는데, 이름이라고 한다. 이 부하인 이름의 부하 비슷한 존재인(혹은 그로부터 도망친 존재인) 장생자=죽지 않는 자가 되는 것이 컬티스트 시뮬레이터 본판의 목표다. 세계의 법칙과 진리의 일부를 들여다 보고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다. 

 

확장팩 캐릭터라면 그런 목표가 아닌 다른 목표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신같은 존재 - 그 신의 부하인 존재 - 그 신의 부하의 부하같은존재...? 로 나뉘어 있고, 본판에서는 맨 마지막 단계인 신의 부하의 부하같은 존재인 장생자가 되어서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 라고하니 뭔가 허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실들은 모두 게임에서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 그냥 게임에서 하라는 대로 매우 은유적인 지식(그냥 봐서는 대체 뭐 하라는 것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음)을 따라가면 나오는 결론이다.

 

게임의 모든 목표는 제대로 제시되지 않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도 제대로 제시되지 않고 간단한 아이템 구하는 것도 제대로 제시되지 않는다. 게임 내용적으로도 제시가 잘 안되고 게임 방법적으로도 제시가 안된다(다른 게임의 튜토리얼 격에 해당하는 설명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데 게임 목표를 알려주지 않음)

 

그냥 알아서 수십시간에서 수백시간에 걸쳐서 부딪히거나 약간 부딪혀보고 공략을 얻는 것이 방편이다. (바로 공략보면 게임의 의미가 없으니 살짝 부딪혀보고 공략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확장팩 역시 매우 애매모호하고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감이 안나오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확장팩중 추방자는 이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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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여러가지 법칙이 있는데, 화로, 등불, 열쇠, 비밀 역사, 칼날, 화로 등의 법칙이다. 각 신들은 이중에서 몇가지나 한 가지 법칙을 주관한다. 각 법칙이 가지고 있는 힘은 실제 현실에서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소환수 소환에도 사용된다. 화로는 뭔가 만들고 제작하는 힘과, 칼날은 죽이는 것과, 등불은 미쳐버릴 정도의 강한 진리와 관련되는 식으로 법칙마다 나름의 성격이 있고 그 성격의 힘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이 법칙들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일반 게임에서의 레벨과 아주 그나마 대응된다고 할 수 있겠다. 법칙은 책을 통해 얻거나 던전의 탐사를 통해 얻은 물건을 이용하여 그 힘을 강하게 하며, 일정 이상 법칙을 만드는 것이 게임의 엔딩 조건의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어의 직업은 이것저것 여러가지가 있는데, 확장팩 직업인 댄서 구울 성직자가 아니라면 나머진 돈을 버는 방법이 다른 것이고 크게 의미는 없다. 이 게임에서 돈이 필요한 이유는 매턴 돈을 소모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나중에 물건을 사는데 쓰기 위함이다. 직업도 그를 위한 것이므로 확팩 직업이 아니라면 그냥 돈을 가장 무난하게 벌 수 있는 직업을 따르는 것이 맞다. 

 

직업으로 보통 초반에도 좋고 사람들에게 권장되는 것은 의사이다. 그냥 무난하게 카드를 쓰면 돈이 모인다. 만약 의사 직업이 아니라 다른 직업이라면 글로버앤 글로버라는 회사에 취업해서 일자리를 얻고 거기서 상사를 쓱싹하든가 해서 승진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모아야 하는데 계속해서 생계가 돈을 소모하므로 돈이 줄어드는 것이 반복된다. 따라서 돈 모으기가 힘들고 카드를 사용해서 돈을 모으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책을 사고 책을 읽어서 법칙의 지식을 얻고, 지식과 도구, 인간 추종자들을 데리고 소환수를 부르고, 소환수와 인간 추종자로 던전을 돌고 거기서 얻은 지식과 도구로 또 다른 지식과 도구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반복해야한다. 이것이 이 게임을 치매 방지용 도구냐고 비하하는 이유가 된다. 이 게임에 수십 시간 이상 쓰기 어렵다면 이 게임을 안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플레이어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성, 열정, 체력이다. 이성은 지능을 써서 활용하는 능력과 관련되며 일반적인 회사 출근에도 쓰인다. 열정은 게임에서 좀 감성적인 역할을 대신하여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거나 지성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데 쓰인다. 마지막으로 체력은 육체노동에 쓰이고 누군가에 의해서 다치거나 아플 때도 필요하다. 각 능력치는 모두 올려주는 편이 게임에 좋지만 그러기엔 매우 많은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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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빠른 플레이를 막는 요소들이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는게 우울해지고 돈도 쓰이고 뭐 아프고 이런다. 그럼 그것에 맞게 특별한 대응을 해야 하며, 특정 물건과 특정 상태를 합쳐서 조합시키는 식으로 대충 해결이 된다. 이것이 또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그리고 이 게임은 무엇보다 임의 저장이 안되고 자동저장된다. 

 

게임이 시간을 정말 엄청나게 먹으므로, 하다가 안 되면 검색을 하던가 나무위키를 참고해서 플레이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게임은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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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게임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 이 게임의 세계관이 탄탄하다고 배경설정이 되는 역사가 재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임 엔딩은 별 것이 없으므로 이 과정이 게임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게이머라면 이 게임과 안 맞으므로 재미가 없을 것이고,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시간이 없는 사람도 하면 안 된다. 임의 저장이 안 되는 게임이므로 아차 하는 사이에 수십 시간에 걸친 것이 무너질 수 있다. 다른 로그라이크 게임이라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짜릿함과 재미도 얻었겠지만 이 게임은 그런 것이 없다. 단순반복적인 것이 지나치게 많아서 신경질 날 것이다. 또한 어느 순간 반복이 심해지면 하다가 현자타임이 온다. 

 

즉, 많은 시간이 있고, 이상한 게임 방식도 괜찮고, 세계관과 배경 읽는데 시간을 매우 많이 쓰고 싶다는 사람이라면 해볼 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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