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에 케모노 프렌즈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방영 초기에 엄청난 비웃음을 받았는데, 작품에 투자된 자금이 현저히 부족했기 때문인지 프레임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이 이게 사진을 합친 것인지 그래픽으로 뭘한건지 의문을 갖을 정도로 움직임이 느렸다. 오죽하면 캐릭터들이 눈을 제대로 감지도 못했다. 눈을 감고 뜨는데 쓸 그림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은 굉장한 조롱도 받았다. 케모노 프렌즈의 캐릭터들은 설정상 동물이 인간화한 것인데 얼룩말이 민달팽이처럼 보이는 기적도 일어났다. 비슷비슷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방영을 마치자 사람들이 매우 감동하여 명작이라고 칭송했다. 이유는 단 하나, 스토리 때문이었다.
케모노 프렌즈는 애초에 게임을 애니메이션화한 것이다.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주된 이유는 당연히 홍보인데, 케모노 프렌즈의 경우에는 기이하게도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 전에 게임이 망해버리고 말았다. 망한 아이피에 바탕을 둔 애니메이션이니, 홍보나 제작에 지원이 잘 되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이런 작품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타츠키 감독이었다.
물론 없는 돈을 만들어낼 수는 없으므로, 케모노 프렌즈는 매우 열악한 그림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타츠키 감독은 빈약한 아이피에 기반하여 각 캐릭터에 특징을 부여하고, 건전하면서도 재밌는 스토리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자극적인 전개나 혐성 캐릭터 없이도 무척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 완성한 것이다.
케모노 프렌즈의 주된 전개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가방과 사바나 동물인 서벌이 가방의 정체를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가방은 처음엔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존재였으나, 서벌의 도움을 받아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프렌즈들을 만난다. 그 와중에 가방은 자신의 경험을 쌓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중에 위기가 생긴 상황에서 위기를 가방의 손으로 해결한다는 줄거리다.
하지만 이런 줄거리를 타츠키 감독은 매우 세세하고 구체적인 전개를 통해서 풀어냈다. 아이피도 안좋고, 솔직히 성우도 좀 안좋고(신인 성우도 많고 성우 활동을 잘 모르겠는 사람도 많다), 그림도 엉망인데 스토리만으로 이 모든 것을 해낸 것이다.
그러나 타츠키 감독은 모종의 이유로 강판당하고 만다. 팬들은 격렬하게 반발했으나 무를 수가 없었다. 케모노 프렌즈는 2기 애니메이션이 제작된다. 이는 매우 끔찍한 작품으로 설정 붕괴, 스토리 탈선 등이 일어났다. 더는 딱히 이야기하지 않겠다. 팬들은 흑역사로 여기고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이후 타츠키 감독은 케모노 프렌즈에서 강판당했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맡지 못하고,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그 애니메이션의 이름은 케무리쿠사다. 과거 본인이 제작했던 짧은 애니메이션을 1쿨의 길이로 만들어서 제작한 것이다.
케무리쿠사는 기존에 어떠한 아이피가 있는 것이 아니라 타츠키 감독의 오리지널한 방법으로 만들어낸 작품이기 때문에, 뭐라고 설명하기도 어렵고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스포일러다. 이 작품 역시 타츠키 감독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오리지널리티와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케모노 프렌즈와 케무리쿠사를 비교하면 케모노 프렌즈 쪽이 위다. 케무리쿠사는 케모노프렌즈에 비하면 다소 전개가 난삽하고 성긴 부분이 있다. 특히 후반부가 그렇다. 전반부의 미스터리함은 케무리쿠사 쪽이 낫긴 하지만 아무래도 케모노 프렌즈가 너무 뛰어난 작품이라 전체적으로 보면 케모노 프렌즈가 낫다.
케무리쿠사는 후반부에 시간이 부족했는지 이야기를 털기 때문에 뭔가 깔끔하게 쭉 나아가는 느낌이 아니다. 다만 이상한 아이피에 기반하지 않았으므로 캐릭터들의 특징은 케무리쿠사 쪽이 낫다고 본다.
타츠키 감독의 두 작품 케모노 프렌즈와 케무리쿠사에 나오는 특징이 있는데, 건전한 스토리, 좋은 디테일이다. 또 하나는 바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대부분이 악의가 없으며, 적은 잇속을 챙기거나 흉악한 존재가 아닌 절대적이고 자연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따라서 선역인 캐릭터는 불분명한 행동을 잘 하지 않으며 악역인 존재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괴물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케모노프렌즈는 이후 인기를 끌어서 한국 더빙판도 만들어졌는데, 성우의 연기가 더빙판이 훨씬 나으므로 혹시 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케모노프렌즈는 한국판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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