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마사

로마와 그리스 문화

삼긱감밥 2021. 3. 3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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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들이 피지배자를 정복하고 그들의 통치를 맡게 되면, 많은 경우에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하는 일이 생긴다.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마치 문화를 전파해주기 위해서 그들을 정복한 것처럼 행세하고, 피지배자들은 힘에 눌려서 마지못해 이를 수용하고 문화적으로 동화되어 없어지거나, 극렬하게 저항하거나 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 결과는 다르겠으나 양상은 대부분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주입하는 형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몇 안되는 예외가 있으니, 바로 로마다. 로마는 신기하게도 그리스와 헬레니즘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학문을 사랑했다. 피로스의 에페이로스나 마케도니아 등의 국가들이 쇠락하고 그리스 도시국가의 행방이 로마의 손에 맡겨지자, 로마는 그리스인들의 문화를 더욱 더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많은 그리스인들이 로마에 가서 학문을 가르치며 먹고 살았다. 이는 놀라운 일이다. 

 

지금이야 정보통신의 발달, 평화로 인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교류하면서 받아들이기 쉬워졌지만, 고대국가에서는 그런 일이 흔하지 않았다. 많은 경우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피지배자들에게 강요했고, 종교도 강요했다. 피지배자들을 데리고 와서 공부를 배운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로마인들은 그리스어도 열심히 배워서 교양에 사용하곤 했으니, 신기한 사례이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당시에 있었다 그리스인들의 문화는 사치스럽고 나약하며, 로마인들을 약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그리스 문화의 흡수를 반대한 사람들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토, (소 카토가 아닌 대 카토)가 그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카토 이외에도 그리스 문화가 로마에 유입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사람들이 많았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그리스 문화 학습에 열정적이었던 사람으로 이런 흐름에 반대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로마에서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바라보는 태도가 찬성과 반대만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당장 카토부터가 그리스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 이는 키케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인들은 로마에 와서 자신들의 가르침을 전하곤 했는데, 이는 그 자체로 로마에 그리스어를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도 된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그리스 문화 반대자들이 그냥 그리스를 알지도 못하고 배우기도 싫어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시선이다. 그리스 문화 반대자들도 그리스 지식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그리스 문화 자체를 반대했기 보다는, 특정한 요소를 반대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로마인들이 왜 그리스 문화를 활용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원래 로마에는 다른 도시를 정복하고 피지배층의 예술품이나 종교를 모셔오는 문화가 있었다. 이는 그리스와 상관없이 로마 초기부터 있던 것이다. 때문에 로마의 도시 영역에 원래 없던 신의 신전이 생기기도 했다. 

 

로마인들은 자신들이 트로이의 후예라고 주장했다. 에트루리아나 마그나 그라이키아 지역에 그리스 문화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로마인들이 트로이의 후손이기는 어려운데, 아무튼 그런 주장을 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점은 카르타고에 맞서서 시칠리아에 있던 그리스계 국가 도시들에게 동류 의식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트로이가 그리스 다른 도시 국가와 한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리스 권인 것은 카르타고에 비해 분명했다. 

 

(트로이가 그리스 다른 국가들의 반대편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에페이로스의 피로스 정도였고, 다른 그리스 국가들은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로마는 이런 선전을 이어나갔고 카르타고와의 전쟁에 써먹었다. 

 

이 와중에 로마 장군이 그리스의 문화재나 종교적 상징물들을 구해서 로마에 가져오기도 한다. 이것을 두고 어떤 이는 이런 행동으로 인해서 로마가 유약해지고 사치 풍조가 남발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그 전에 한 육십년 전에도 이런 일은 있었으니 이건 틀린 것이다. 로마는 원래 다른 문화재를 가져오고 그런 풍습이 있었다. 

 

어쨌든 확장 과정에서 로마는 그리스 문화를 수입했다. 이는 단순히 그리스를 따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로마의 문화를 융성하게 하고 번영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로마인들은 그리스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이 주체적임을 강조했는데, 가령 그리스에 가서 연설을 라틴어로 한다던지(통역이 라틴어를 그리스어로 길게 전달함으로써 로마어가 간결하게 좋다는 것을 표현), 어디까지나 로마의 것이 우위임을 알리는 조치, 예를들면 소수의 철학자를 추방하거나 피타고라스의 책을 태우거나 하는 조치가 그런 것이다.

 

이것을 박해라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리스 문화의 향유는 저택마다 그리스인 가정교사 두는 것이 간지나게 보일 정도로 엄청난데 탄압은 극히 소수에 그치고 게다가 그리스로 돌려보내는 것이었으므로 고대국가의 탄압이라고 하기 좀 뭣하다. 어디까지나 주도권과 지배권이 로마에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로마는 그리스 문화를 배우고 그리스어를 배우면서 헬레니즘 세계의 시민권과도 같은 언어를 습득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자신들의 주도권은 잃지 않으려고 했다. 즉,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문화를 융성하기 위해 그리스 문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로마 내부에서 그리스 문화에 대해 반대한 사람들이 그리스 문화에 잘 알았던 것도 설명이 된다. 그들은 그리스 문화가 다 싫었다기 보다는 그리스 문화를 받는게 문화 융성은 되는데, 로마 문화보다는 주도권이 떨어진다, 혹은 떨어져야 나라에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반대자들은 그리스의 수사학이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현학적인 점도 싫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런 문화 교류로 인하여 로마에는 그리스 문화가 크게 융성했다. 나중의 황제인 하드리아누스도 특히 그리스 문화를 좋아했다고 알려진다. 많은 학문들이 그리스에서 로마로 퍼졌으며, 로마인들은 그리스 가정교사를 두고 사는 것을 나름의 위엄이자 신분 표현으로 생각했다. 

 

그리스 의사를 매우 싫어했다고 여겨지는 카토는 소크라테스도 싫어했지만, 테미스토클레스나 페리클레스같은 사람은 지금에 없다며 그들의 업적을 칭송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그리스의 문화는 로마의 문화에 영향을 끼치면서 문화를 융성시켰다. 

 

출처: 로마 제국과 그리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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