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고바야시 야스미 죽이기 시리즈

앨리스 죽이기 / 고바야시 야스미

삼긱감밥 2021. 4. 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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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는 일본의 소설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고바야시 야스미 씨는 현재는 돌아가셨다. 고뱌야시 야스미 씨는 원래 호러 에스에프 작가로 시작하였으나, 이 앨리스 죽이기를 기점으로 메르헨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고전 소설을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간단하게 내용을 소개하자면, 세계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대 일본 세계. 나머지 하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계다. 현대 일본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의 세계다. 그런데 이 현대 일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앨리스 세계의 특정 등장인물과 대응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현대 일본에서는 멀쩡한 어른인데, 앨리스 세계에서는 험프티 덤프티라던지, 도도새인 식이다.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어떤 존재인지,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는 사람이나 존재마다 약간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신이 꾸는 꿈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 다른 세계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는 반면, 어떤 이들은 자신이 두 가지 세계에서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어쨌든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현실 일본 세계와 앨리스 세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앨리스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모두 사람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앨리스와 도마뱀 빌은 현실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고, 마침내 자기 주변 존재들이 앨리스 세계의 등장인물과 대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끊임없이 앨리스 세계와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이대로 가면 앨리스가 살인범으로 몰려서 사형당할 판이다. 여왕은 사형을 아주 좋아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살인을 막기 위해 진짜 살인범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는 줄거리다.

 

살인과 추리, 미스터리 소설은 원칙적으로 개연성이 중요한 편이다. 호러나 심리를 강조한 것이면 모르겠으나 사람이 죽었고 그 범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존재가 죽었고 그 과정을 숨겼느냐가 독자를 끌어들이는 강한 요인이다. 때문에 마술이나 다른 세계 같은 설정이 끼어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앨리스 죽이기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설정을 시작부터 끌어들여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런데 내적인 개연성이 꼼꼼하고 복선도 잘 배치해 두어서, 이야기의 전개가 이상하지 않다. 독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가 있다는 것만 받아들이면 그 이후의 전개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다.

 

모자장수가 좀 미쳐 보이고, 3월 토끼가 멍청해 보이는 것은 앨리스 세계니까 당연한 것이다. 주된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재판이 엉성하고 아무도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은 역시 앨리스 세계니까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 앨리스 세계에서도 살인범은 조사를 받으며 세계 내적인 규칙과 개연성은 지켜진다. 

 

때문에 이 책은 흥미진진한 동시에 반전까지 가지게 된다. 살인범이 어떤 식으로 내적인 개연성 사이에서 요리조리 돌아다녔는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자가 이를 잘 풀었기 때문에 나는 이 소설을 매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이 소설의 단점이 하나 있다면, 생각보다 잔인하다는 것이다. 앨리스 세계에서나 현실에서나 사람들이 매우 잔인하게 죽는다. 이를 묘사하는 과정도 구체적이기 때문에 잔인한 것을 견디기 힘든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잔인한 장면을 안보고 넘어가기도 쉽지가 않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등장인물에 대해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더 쉽고 재미있게 읽힐 지도 모르겠으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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