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이 괜찮은 이유
시중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렌 버핏에 대해 많은 책이 있다. 그러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서한을 제외하면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버핏의 말과 행동을 이것저것 주워서 쓴 것이다. 버핏 본인은 책도 안 쓰고 책 추천도 참 잘 안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이 책은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한 보고서를 썼던 애널리스트인 앨리스 슈뢰더가, 버핏에게 요청받아서 썼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의 1권만 보고 2권은 보지 않았다. 가격이 워낙 비싼 책인데다가 절판까지 되어서 책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고 있었는데 기한이 다 되는 바람에 2권은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 글은 1권만 보고 쓰는 글이다. 1권만 해도 거의 900페이지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 이 책을 심심풀이로 읽으려면 구매해야 하고 빌려서 읽기엔 좀 부적절하지 않나 싶다.
닷컴 버블과 버핏
책의 시작은 닷컴 버블이다. 닷컴 버블은 90년대 후반부터 00년대 초기까지 있었던 버블 현상이다. 이 당시 많은 기술, 인터넷 회사들이 앞으로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단순한 전망만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사업모델은 딱히 효율적이지 않았고 결국 거품이 꺼져서 붕괴하고 만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이 버블이 터지기 전엔 사람들이 버블과 함께 환호했다.
닷컴 버블 당시, 버핏은 컨퍼런스에서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대강 앞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였다. 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기술이 돈되는게 어렵다면서, 자동차회사가 아주 많았지만 지금 몇개나 남았냐, 나는 과거로 가면 비행기가 수익성있는 사업되기 기다리는 대신 라이트 형제에게 공매도 칠 것이다, 내 이야기 듣고도 기분 안나쁘냐? 이런 잘 다듬어진 날카로운 말이었다.
당시 많은 닷컴버블 벼락부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불쾌해 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다고 한다. 결국 닷컴버블이 터지자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내실없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붕괴했다. 투자자들은 큰 돈을 잃어야 했고 벼락출세한 증권, 금융인들도 그들의 평판이 붕괴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사실 2권에서도 버핏과 닷컴버블 이야기가 나온다. 닷컴버블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가 버블에 뛰어들지 않아서 많은 돈을 벌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당신때문에 내가 대학교 갈 돈이 통신대학교 갈 돈으로 떨어졌고, 버핏도 이제 끝물이라고 조롱하는 장면이 있다.)
버핏 가족
그 다음부터 이 책은 버핏의 가족과 버핏 이야기로 넘어간다.
버핏 가문은 네브라스카의 오마하에 자리잡은 가문이다. 그들은 식료품점을 운영했고, 다른 지역이 아닌 오마하에 오래 머물렀다. 아빠는 하워드, 엄마는 레일라 버핏이다. 이 집은 유전적으로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버핏의 어머니인 레일라 버핏을 비롯한 외가에 정신질환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정신질환은 책읽는 내낸 잊을만 하면 등장해서 우울함을 배가시켜준다.
외가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외가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거나 정신병원에 갔다. 어머니 레일라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으나 결국 잘 되지 않았는지, 자신의 가족들에게 그다지 좋은 어머니로 남지 못한 듯하다. 버핏도 어디 가면 아버지 얘기는 해도 어머니 얘기는 잘 안한다고 한다. 때문에 버핏은 평생꽤 오랜 세월 어머니를 피하고 같이 있는 것을 꺼리면서 살아가게 된다. 이것은 버핏의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니 참으로 우중충한 일이다.
버핏의 아버지는 펀드 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출마하여 당선되기도 하는 등 정계에 진출한 사람이었다. 이 점에서 버핏의 가족이 확실히 일반적인 서민 가족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꽤 성공한 집안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버핏 가문의 배경을 과대평가할 일도 아니다. 어느정도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난다고 해서 다들 세계 1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의원이 상원의원에 비해 매우 많기도 하다.
하워드 버핏은 정계의 극단적 소수파였다. 2차대전 당시 루즈벨트를 엄청나게 두려워하여서 루즈벨트로 인해 미국이 독재국가가 되고 나라가 파탄날까봐 두려워했고, 공화당 내에서도 극단적인 소수파인 고립주의자를 자칭했다. 이들 고립주의자들은 아예 2차대전 참전 자체에 반대했던 사람들이라 공화당에서도 인기가 없었다. 버핏의 아버지가 발의한 법안이 고작 몇표도 못 받는 상황이 일어날 정도였다고 하니 잘 나가는 정치인이나 급이 있는 권력자라고 보기는 좀 무리가 있다. 별종 정치인이었던 것이다.
버핏의 어린 시절
어쨌든 이런 부모 사이에서 버핏이 태어났다. 버핏은 여자 형제가 둘 있었다. 버핏은 어릴 때부터 사교적이거나 외향적인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돈이나 추리, 연역적인 논증이 들어가는 것을 잘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돈을 모으고 주식하는 것에 재미를 들여서 주식으로 돈을 벌어보기도 했다. 호승심도 엄청나게 셌고, 분석력, 대담한 배짱도 좀 있었다.
청소년기 버핏은 이발소에 핀볼 게임기를 들여놓는 사업을 실시하여 어릴 때부터 많은 돈을 긁어모았다. 그렇지만 학교 수업은 잘 따라갈 때도 있고 못 따라갈 때도 있었으며, 선생과 맞지 않은 과목은 학점이 나빴다고도 하니 일반적인 모범생은 아니었다. 어떤 선생과 사이가 좋지 않자 선생이 퇴직 연금 용으로 산 아메리칸 텔레콤 주식에 공매도친걸 보여줘서 놀려먹었다고 하니 엄청나다.
버핏은 어릴 때부터 돈에 관심이 많아서 신문배달로 돈을 버느라 학업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버핏은 사교적인 의례나 댄스에 미숙하였고 체격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머리는 똑똑했지만 타인에게 배려가 많은 느낌은 아니다. 나중에 가족 이야기 들어보면 일상생활에도 미숙했다고 나온다.
버핏은 하버드 대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이후 네브래스카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 들어간다. 버핏 자체가 워낙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하버드에 떨어졌었다는 것이 놀랍다.
버핏의 스승
청년 버핏이 스승으로 삼은 사람은 벤자민 그레이엄이었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책은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인문학이나 고전, 역사 를 좋아하는 투자자였다. 그는 땅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워서 한대 피고 다시 버리듯이, 저평가된 회사를 구매해서 돈을 버는 거래를 하는 천재였다. 그는 시장의 수익률보다 2.5 퍼센트 높은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을 찾아가 함께하고 싶어했으나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그러나 이후 받아들여져서 그와 함께 일하며 돈을 벌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방법을 배운 버핏은 곧 돈을 버는데 뛰어난 모습을 보여서 막대한 부를 모으고 20대 후반에 이미 미국 국내 기준으로 부자가 되었다.
다만 버핏은 그레이엄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그를 존경했지만 나중에 투자 방법은 바꿧다. 아주 저평가된 회사의 주식을 사서 돈을 버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마치 떨어진 담배를 한번 더 피는 정도밖에 못써먹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는 필립 피셔나 멍거같은 사람의 투자관에도 영향을 받아서 아주 저평가된 주식이 아니라도 성장가능성이 보이는 주식에도 손을 대게 된다.
버핏의 투자
성공한 버핏은 이후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친지나 친구들을 중심으로 돈을 모았다고 한다. 이 투자에는 무서운 조건이 있었는데 바로 버핏은 1년에 한두번밖에 투자 설명을 안해주고 투자자가 버핏의 투자방식에 간섭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런 규칙때문에 투자를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매우 과감하고 무서운 투자 조건이다.
당시 버핏은 똑똑한 성공한 사람이긴 하지만 나이가 굉장히 어렸고 사회적 위신을 노련하게 이용하는 기술이 없었는데, 그런 청년에게 돈을 뭉텅이로 내주는 것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당시 버핏에게 돈을 맡긴 친구, 가족이나 지역 사람들은 나중에 말도 안되는 부자가 되었다. 버핏이 자신만의 투자법으로 돈을 벌어서 그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버핏은 점점 돈을 많이 모아서 성공한 투자로 부자가 되었다. 나중에는 돈이 많아지자 기업의 경영에도 신경을 썼다. 물론 그도 별로 좋지 못한 투자를 한 적이 있는데,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를 산 것이다. 이 오래된 직물 회사는 비용에 비해 버는 돈이 시원찮았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있었으나, 버핏은 직물회사의 성격을 바꾸어서 오늘날까지 가지고 있다. 이외에 블루칩 스탬프라는 쿠폰 회사도 사들였다.
버핏은 찰리 멍거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나, 어느날 누군가가 당신이 찰리 멍거랑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 멍거는 미국 서부지역에서 활동한 천재 엘리트 변호사이네, 변호사로서도 성공했지만 투자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고 버핏과 사고방식이 비슷했다. 그래서 버핏과 멍거는 점점 의기투합하다가 오늘날에는 멍거가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을 맡고 있다. 나이는 멍거가 더 많지만 대부분 친구처럼 지내고 사고의 방향도 비슷하다고 한다.
버핏도 사업상의 어려움을 많이 겪은 바 있다.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산 백화점 회사가 별로 돈이 안 된적도 있고, 버크셔해서웨이를 손에 넣은 후에는 공장이 비효율적이라 문을 닫아야 했다. 또한 지역 기업을 사들였다가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한 적도 있다. 언론사를 샀는데 언론사 노조가 반발하거나, 다른 언론사가 독점을 시도했다면서 문제삼은 적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버핏이 결국 뚫고 나아갔다. 이 책은 버핏이라는 인간에 대한 전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버핏이 부자가 되었는지를 세세하게 액수마다 따져서 설명하거나, 기업을 요리조리 요리하는 기술을 잘 쓴 사례같은건 거의 설명하지 않는다 어쨌든 버핏이 승리했다.
버핏의 가치관
버핏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부자가 되었음에도 평소 살던대로 검소한 삶을 사는 것을 유지했다. 그래서 미국 동부 엘리트들의 사치스러운 모임이나 사교 파티 등은 그에게 별로 맞지 않았다고 한다.
돈을 번 버핏은 나중에 언론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언론 사업을 하면서 나름의 사회 정의 실현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마하 선, 워싱턴 포스트 같은 기업에 투자하면서 오마하 선에서 퓰리쳐 상을 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버핏은 사실 공화당원이었다. 그가 워낙 정치적인 신념이 강하여 젊은 시절 사람들이 상원의원이냐고 놀릴 정도였다고 한다. 아버지도 골수 공화당원이라 나중엔 켄 버치 협회에 가입하는 등 이상한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버핏의 아내인 수지는 60년대에도 흑인이나 유대인과 가깝게 지낼 정도로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었고, 차별에 반대했다. 버핏도 민권운동에 영향을 받아서 부모에겐 비밀로 하고 민주당 지지로 성향이 바뀌게 된다. 그런 버핏이 언론 사업에 들어간 이유는 짐작할 수 있을 법하다.
버핏이 다른 일에 신경을 쓰는 동안, 아내인 수지는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오마하 인근의 흑인들을 위한 노력을 진행했다. 버핏도 권위주의적이고 차별적인 인물은 아닌데다가 아내와 함께 민주당 관련 일이나 사회 사업등을 같이 하게 된다.
어쨌든 버핏은 워싱턴 포스트에 투자하면서 캐서린 그레이엄과 만나게 된다. 캐서린 그레이엄은 걸물이지만 매우 독특한 사람인데, 더 포스트라는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캐서린 그레이엄은 미국의 거대한 언론사주의 딸로, 남편이 언론사를 계승하였으나 그는 요즘 말로 가스라이팅을 하면서 아내를 무시하다가 심적인 문제로 자살을 택하였다.
따라서 캐서린은 여자이면서 언론사를 경영하게 된 상황이었는데, 여성 언론사주라는 것도 당시에 납득하기 쉽지 않았지만 행정부와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크게 다투었다. 워터게이트 사건(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란 작품에 잘 설명되어 있다)도 있고, 그 전으로 가면 베트남전 관련해서 정부와 불화한 적(더 포스트라는 영화에 잘 설명됨)도 있으니 당대의 엄청난 언론이었다.
그런데 이 캐서린 그레이엄은 가스라이팅을 많이 당해서 그런가 자신감도 좀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버핏이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자신감있게 하라고 하면서 서로 친해지게 된다.
버핏과 가족
버핏은 아내 수지와의 사이에서 세 자녀를 얻었다. 아들 둘에 딸 하나다. 그런데 원래 그렇게 사교적이고 살가운 성격이 아닌 버핏은 친구나 투자자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느라 가족에게 엄청 잘해주지는 못한 것 같다. 작중에 버핏 부부가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다른 사람이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사람을 도와주는 삶에 대해 말하자 아내가 그런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다. 그러자 버핏이 하나 사줄까라고 말한다. 이 부부의 가치관이 꽤.. 다르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버핏과 아내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었다. 버핏은 가족을 존중했지만 가깝게 지내기엔 너무 바쁜 사람이었다. 수지와 버핏이 갖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나중에 지친 수지는 아예 버핏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수지는 버핏 근처에 다른 여성이 머물면서 지내는 것은 허락하여 기묘한 관계가 되었다. 즉, 공식적으론 버핏은 아내와 이혼하지 않고 다른 여성과 집에서 사는 셈이 되었다. 이후 수지가 죽자 버핏은 다른 여성과 재혼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이 나중에 버핏과 소원한 관계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 가정사에 관한 부분을 보면 자신의 가정사나 과실에 대해서 그렇게 밝히고 싶어하지 않았을 버핏이 왜 저자와 멀어졌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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