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저소득층과 터널링, 결핍과 몰입

삼긱감밥 2021. 6. 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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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결핍의 경제학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소득층은 돈을 매우 세심하게 계산한다. 똑같이 3달러 주스를 사서 마신 사람에게 달려가서 방금 뭘 얼마에 샀는지 물으면 부자보다 빈자가 훨씬 더 정확하게 대답한다. 또한, 저소득층은 부유층에 비해 물건을 사면 대신 내가 원하는 어떤 물건을 못사게 될지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부유층은 이렇게 생각하기 어렵다. (부유층이 이 물건을 사면 어떤 원하는 물건을 못사게 될지 절박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이미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량할증(대량할인의 반대. 많이 사면 깎아주는 게 아니라 더 비싸게 파는것. 가령 라면이 하나에 480원인데 6개 묶어 2900원에 판다던가. 소비자 입장에선 속임수처럼 여겨진다.)은 빈곤층 밀집 지역 슈퍼마켓보다 부유층 밀집지역 슈퍼마켓에 더 많다. 빈곤층 지역에서 이런 속임수를 쓰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현재에만 집중한다. 빈곤으로 인한 결핍상태에서 빈곤층은 무의식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생각을 걷어 내기 매우 어렵다.  
 
인도의 타밀라두에는 보석은행이 있는데, 전당포처럼 보석을 맡아주고 13%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대신 이곳은 주말에는 영업을 안한다. 한편, 이 마을에는 고리대금업자가 있는데, 이율은 70%이며 매일 영업한다. 이 마을 사람들은 70% 이율의 고리대금업자를 자주 이용한다. 이들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이유 1, 2위는 종자구입비와 학자금이다. (둘다 언제 구입할지 시간이 반영구적으로 정확히 정해져 있는 품목이다.) 특히 종자구입비는 미래 계획을 1년 이상 했다면 절대로 잊을 수가 없지만 상당수 농부가 고리대금업자에게 이걸 빌린다.
 
미국의 페이데이론 대출업체(돈을 대출해주고 월급날 받아가는 고리대금업체)의 수는 2006년 기준으로 23000개로, 맥도날드 (12000개)와 스타벅스 매장(9000)보다 많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 페이데이론 대출업체의 대출금 4분의 3은 돌려막기에 따른 것이다. 이 수수료만 1년에 35억달러(한국으로 치면 3.5조)이다.   
 
빈곤층이 계속해서 대출 연장 수수료와 이자로 파산하는 원인은 사악한 대출업자나 빈곤층의 무지 때문이 아니라 빈곤 그 자체 때문이나 다름없다. 현재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터널을 지나는 자동차가 터널 앞만 보고 주변을 못보듯이 현재를 제외한 모든것 (예를 들자면, 미래)을 버리게 된다. 이것이 터널링이다. 
 
한편, 터널링이 계속되면 저글링이 된다. 계속해서 현재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약간 덜 중요한 일들을 뒤로 미루다가 모든 일들이 계속해서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돈도 시간도 모두 같은 의식(일단 이것부터 해야지)하에 뒤로 미루게 된다.  
 
결핍의 덫에 한 번 빠지게 되면 극복하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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