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툴루 신화로도 유명한 러브크래프트는, 공포 소설도 많이 쓴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공포적인 요소가 덜한 환상 문학도 많이 썼다. 그는 작가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존재인 랜돌프 카터라는 몽상가를 주인공으로,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곳에서부터 꿈속의 세상을 자유롭게 탐험하는 소설을 써왔다.
단순히 공포 작가로만 러브크래프트를 알고 있었다면 러브크래프트의 환상 문학 역시 그 양이 꽤 되고 나름의 특색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다. 러브크래프트가 쓴 랜돌프 카터와 관련된 단편으로는 실버 키, 실버 키의 관문을 지나서 등이 있고, 장편으로는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이 있다.
이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은 독특한 작품이다. 일단 내용이 꽤 길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줄거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랜돌프 카터가 어린 시절 자신이 꿈꾸던 성을 신들에게 빼앗기자 다른 이들에게 부탁하고 장소를 돌려받기 위해서 여행하는 이야기다. 여행의 목적지인 곳이 바로 카다스 성이고 그곳에서 다른 신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 속 성을 점령한 신들을 돌려보내려고 한다.
카터는 이를 위해서 다양한 경로를 거치는데, 항구 도시로 갔다가 갤리선 상인들에게 당해서 매우 흉악하고 잔인해보이는 달짐승들의 노예로 끌려간다. 이후 고양이들이 카터를 도와주어서 간신히 살아남아서 돌아간다. 고양이들은 매우 강해서 괴이하게 생긴 짐승들을 손쉽게 쳐부수고 나름의 군대 조직이 있는 것처럼 나온다. 옛날에 자신과 아는 사이였던 픽맨이라는 인간 출신 구울과 연락하여 구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후 나이트 건트들이 노덴스를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이트건트와 구울의 힘을 모아서 달짐승들을 공격해 그들을 격파한다. 그리고 니알랏토텝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려 한다.
니알랏토텝은 도와주는 척하면서 랜돌프 카터를 가지고 놀려고 하나 카터는 재주껏 자신의 의지와 용기를 다하여 이를 피하고 마침내 원하는 바를 성취해서 성공하게 된다.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내용도 동적인 면이 강하지만 그건 그거고 꽤 지루하고 졸리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느끼면서 생각하는 것중 하나는 러브크래프트는 참으로 상상력이 뛰어난 훌륭한 작가지만 문체나 시점 이런 것이 예술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3 권에는 또 다른 작품이 있는데, 바로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다. 이것은 공포적인 면이 있다. 찰스 덱스터 워드는 자신의 조상의 이야기나 과거사에 관심이 있는 청년이었는데, 어느날부터 이상한 연금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상태도 이상해지고 글씨체나 말도 바뀌고 만다.
찰스 덱스터 워드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인 의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워드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기 위해 워드의 연구실이 되었던 오두막을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발견하게 된 워드의 변화는...
이것은 앞에서 말한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보다는 비교적 덜 지루하다.
공포 요소가 있지만 뭐 깜짝 놀라킨다던가 이런 것은 아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괴이한 공포에 가깝다. 당장 고어적인 것이나 잔인한 죽음 이런 것은 별로 없고 추측이나 암시만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다 합치면 450페이지정도 되는데, 앞 부분의 단편은 워낙 쉽고 재밌어서 쉽게 읽히는 반면 뒷부분의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이나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앞부분 단편들을 읽다 보면 남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스스로의 상상에 집중하여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이 생각한 바에 따라 삶을 이어 나가고 성취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작가 본인에게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 나도 부럽다는 생각 등등 다양한 생각이 든다.
'책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녀 지옥 / 유메노 큐우사쿠 (0) | 2021.07.29 |
|---|---|
| 졸업 / 시게마츠 기요시 (0) | 2021.07.29 |
| 희작삼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0) | 2021.07.21 |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김연수 (0) | 2021.07.16 |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 윤흥길 (0) | 2021.07.12 |
|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 미인, 외딴 집 / 미야베 미유키 (0) | 2021.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