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회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 김영란

삼긱감밥 2021. 8. 1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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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영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 서울대 법대 입학후 사법고시에 붙었다. 이후 강지원(전 검사, 전 청소년 보호위원회 위원장)씨와 결혼. 서울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등에서 판사로 근무하다가 대법원장 추천으로 대법관이 되었다. 나이도 어린 편이었고(56년생이었는데 04년부터 대법관했으니 50되기 전에 대법관이 된셈)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김두식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책에는 김영란 대법관이 나이가 어린 여성이었기 때문에 다른 판사들이 대법관의 순시를 싫어하여 대법관이 지방 법원을 돌아다니는 (형식상 감사 목적이었던가?) 제도가 없어졌다는 설이 있다.

 

비교적 대법원 내에서 진보적인 입장이었다.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에선 진보적인 의견을 주로 제출했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나뉘는 사건에서 안대희 대법관과 같은 의견을 거의 내지 않았다. 대법관 임기 이후엔 국민 권익위원장으로 부임, 공직자 부패에 관련한 법률의 도입을 주장했다. 속칭 김영란 법인데 입법시에는 약간 원안과는 다른 내용을 담게 되었다.

 

 

2. 소개

이 책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재직중 있었던 대법원 판결 10가지를 뽑은 것이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고 다수와 소수의견이 갈린 판결들을 가려냈다. 그리고 재판의 배경지식과 사건 정황,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그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논리적 논거와 보충의견에 대해 적었다. 당시 판결에 관한 자신의 의견도 일부 적었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법학 지식이 있어야 이해되기 쉬운 책이다. 특히 당사자의 적격에 관한 내용은 그냥 보면 약간 어렵게 되어 있다. 사건 정황도 긴 편은 아니기 때문에 따로 알아보면서 학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3. 내용

 

1. 존엄하게 죽을 권리 vs 생명을 보호할 의무 -김 할머니 사건

 

식물인간이 된 할머니가 존엄사를 맞이할 수 있도록 가족이 소송한 사건이다. 평소 김 할머니가 나이들어 인위적인 방법으로 생명유지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점, 행복추구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근거로 다수의견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되었다. 소수의견중 하나가 평소 일상에서 나이들어서 연명치료 하고 싶지않다고 말하는 것만 보고 바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던게 기억에 남는다.

 

김영란 대법관은 한국은 적극적, 소극적 안락사 모두 허용하지 않고 존엄사만 허용한다고 본다.

 

2. 주식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삼성 사건

 

삼성 에버랜드 사건과 삼성 SDS 사건을 논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 문제와 관련하여 소셜네트워크라는 영화 내용이 앞부분에 나온다.

 

3.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포털사이트 명예훼손 사건

 

포털사이트가 포털사이트 내에 달린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내려진 판결이다. 결론적으로는 포털 사이트도 관리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4.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K군 사건

 

사립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종교교육을 거부한 학생이 이후 학교 측에 손해배상을 걸었다. 다수의견에 따라 사립학교가 패하고 학생이 승소했다. 이전에 학생이 종교교육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이 고려되어 다수의견은 학생 승소 판결.  소수의견은 사립학교가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고교 평준화정책에서 학생이 할 선택권도 별로 없는 것 아닌가.

 

5. 교육의 공공성 vs 사립학교의 자율성 -상지대 사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상지대 사건. 재판의 핵심은 구 재단 마지막 이사들의 원고 적격과 임시 이사에 의한 정식 이사 선임의 유무효였다. 사법적극주의?적인 태도로 사립학교법에 미비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다수 의견은 사립학교는 창립자의 뜻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으나 소수의견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후 상지대는 구 재단이 돌아왔으나 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다시 교육부가 개입하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소수의견과 비슷한 논지를 들면서 다수의견은 사실상 폐기되었다는 듯.

 

6. 성 소수자의 기본권 vs 사회 통념의 한계 -성전환자 성별정정 사건

 

성전환자가 성별의 정정을 청구한 사건. 몇가지 정황이 있었으나 다수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7. 변화하는 전통과 장남의 권한 -호주제 폐지 이후의 관습법

 

분묘에는 유골이 포함되는데, 그 처우를 누구가 정해야할지? 소수의견중에 기존에 고인이 남긴 유언에 따라 하는 것이 맞지않냐는 의견이 인상깊었다.

 

8. 환경의 가치 vs 대규모 국책사업의 가치 -새만금, 천성산, 4대강

 

환경단체와 새만금 인근 주민들이 소송했던 새만금 사건이다. 이 판결 이전엔 사업하는 동네 주민만 원고적격이 인정되었다. 이 판결에서는 환경단체의 원고 적격은 부정되었으며 원고가 되려면 환경 사업 하는 동네에 살던가 그 근처에 살면서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변해 사실 입증의 책임으로 넘어간 것인지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이후 원래 목적인 농지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간척지가 이용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사정변경, 많은 비용이 들어간 국책 사업을 막는 손익 등에 대해 다수와 소수의견이 나뉘었다.

 

다수의견은 아직 농지로 안쓴다고 한것도 아니고 법률로 정해서 뭐 바뀐것도 없지않냐, 이만큼 지었는데 그만두면 공익은 어떡하냐 이런 입장이었고 소수의견은 어차피 농지로 안 할거 다 알고 담수호 농업용수로 쓰지도 못하는데 왜 사정변경이 없으며, 법률과 사정변경에 대해 말하는 건 법률이 안바뀌면 사정변경이 없고 법률이 바뀌면 법률이 바뀌었으면 그대로 따라가자는 건데 이 논리구조는 이상하다는 입장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이 더 투입될 것인지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에 대한 의견도 다수는 맞다, 소수는 더 들거라고 나뉘었다. 결국 다수의견에 따라 새만금은 진행되었다.

 

지금은 결국 농지로 안쓰기로 되었다. 쌀농사 지어봐야 인건비 떼면 남지도 않는다는 뉴스를 본 듯한데. 김영란 대법관은 결국 농지로 쓰지도 못할 것을 그때도 예측가능했었다며 아쉽다는 평이다.

 

도롱뇽 사건은 새만금과는 달리 이미 건설공사가 한참 진행되었던 상태라고 한다.

 

9. 출퇴근, 업무의 연장인가 아닌가 -출퇴근 재해에 대한 사회적 합의

 

회사에 가려면 출퇴근을 해야하는데, 출퇴근중 재해를 당하면 업무상 재해로 쳐야 할까 말까. 회사측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가다 다친 것은 업무상 재해라는데 이견이 없으나 그냥 내 차로 출근하다가 사골 당하면 어떻게 되는지가 쟁점이었다. 다수의견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보았다. 사측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관리 하에 이동한 것이 아니라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의견은 다수의견 논리대로라면 근로자의 교통복지를 제공할 수록 회사만 손해보는데 누가 근로자 복지를 신경쓰겠으며, 차타고 회사가는건 사실 개인 자유의 영역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10. 퇴직금은 무엇을 보장해야 하는가 -퇴직금 분할지급 사건

 

퇴직금은 후불임금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일본은 자율적 노사관계에 따라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근대적인 노사관계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기 떄문에 이것을 법으로 국가가 강제해야 했다. 퇴직금을 나중에 받지 못하고 미리 줘버린걸로 치려는 사장과 퇴직금 달라는 근로자의 소송에서 다수의견은 퇴직금은 퇴직하고 주어야 하는 것이지 미리 줘버리면 안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미 받은 돈중에 퇴직금 조로 받은것은 퇴직금도 임금도 아닌 부당이익으로 받은 것이 되며 상계된다고... 판결해서 사용자가 손해를 아예 안보고 퇴직금을 미리 지급해도 되게 한 것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퇴직금 제도를 형해화할 경우엔 부당이득으로 보지 않도록 판례가 나온듯.

 

4. 특징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논리적 논조를 잘 살펴가면서 그 논조를 바탕으로 한 해석을 한다. 그래서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소수의견으로 글을 작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부 다수의견에 비판적이다.

 

*일부 내용은 간단하게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2장과 8장에서 영화 이야기가 나오기도.

 

*판결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판이 담긴 내용도 있다.

 

5. 기억에 남는 장면

 

*새만금 사건 대법원 다수의견이 사정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부분이 있다. 새만금은  결국 농지로 쓰이지도 못하게 되었고 그걸 그 시점에서 예측할 수 있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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