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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경제학 / 센딜 멀레이너선, 엘다 샤퍼

삼긱감밥 2021. 8. 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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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저자 소개

*센딜 멀레이너선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행동경제학을 다룬다.

 

*엘다 샤퍼

프린스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잼 실험을 했다. 식료품 가게에서 많은 종류의 잼을 보여주자 소비자들이 당황한다는 것을 알아냈던 사람이다. 또한 데드라인을 정해준 설문조사는 정해주지 않은 설문조사보다 응답률이 높다는 것도 밝혔다. 

 

1. 소개

이 책은 결핍을 다룬다. 주로 다루는 결핍의 대상은 시간과 돈이다. 저자들은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결핍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논한다. 결핍과 관련한 심리 효과, 결핍의 악순환 등을 다룬다.

 

2. 내용 중에서 인상적인 것들

 

*터널링과 저글링

 

결핍은 사람의 정신상태를 지배한다. 결핍은 그 자체로 우리들의 무의식을 지배해서 특정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것은 의식해서 조절하기 어렵다. 결핍된 사람은 효율적인 집중을 추구한다. 결핍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목표를 위해 효율적인 수행을 보인다. 그러나 그 뿐이다. 결핍된 사람은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마치 터널을 지나가는 차량이 터널 출구만 보이듯이 주변의 것을 보지 못한다. 이것이 터널링이다. 

 

한 번 뒤로 미루다 보면 일을 마치고 나서도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결핍된 사람은 계획처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들을 계속해서 뒤로 미룬다. 마치 여러개의 공을 하늘로 던지고 받는 묘기를 부릴때 공을 하나 받으면 또 하나를 위로 던지듯이 말이다. 이것이 저글링이다. 결국 결핍이 끝나지 않는 악순환이 된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서 결핍이 아닌 상황에서 결핍을 대비하여 계획을 만들어 실행할 필요가 있다.

 

*결핍은 몰입으로 나아가지만 그것이 꼭 바람직하진 않다.

 

어린아이들에게 동전에 대해 상상하게 한 뒤,실제 그 동전의 크기에 대해서 추정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가난한 아이들은 동전을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추정했다. 실제 동전을 보여준 다음 크기를 추정하도록 했을 때도 역시 가난한 아이들은 동전을 실제보다 크게 추정했다. 

 

타인의 일기를 읽게 한 다음, 각각의 일기 내용을 얼마나 기억했는지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외로운 다른 사람과의 교감 등의 사회적 내용과 관련된 부분을 외롭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기억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사회적 정보를 상대적으로 많이 상기하는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과 외롭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기 이야기를 재밌게 하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녹음한 다음 다른 객관적인 사람들에게 들려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두 집단의 녹음 파일을 들은 제3의 객관적인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외로운 사람들과 외롭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기 이야기를 재밌게 하라고 했다. 

다음 실험에서는 녹음한 다음 다른 객관적인 사람들에게 들려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두 집단의 녹음 파일을 들은 제3의 객관적인 사람들은 두 이야기가 비슷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외로운 사람은 지나치게 자신의 과제에 몰입, 집중한 것이다. 주의력과 성과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지나친 주의력과 집중은 초킹(chocking, 지나친 긴장감으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심리상태)으로 나아간다.

 

*결핍은 현재 목표에 효율적으로 접근하게 해주지만 그 외의 시야는 차단한다. 장기적인 계획까지도.

 

일련의 프린스턴 대학생을 무작위로 반으로 나누었다. 그 다음 각 학생들에게 퀴즈 프로그램을 풀게 했다. 그런데 여기서 퀴즈프로그램을 풀 시간을 다르게 나누었다. 한 그룹(부자 그룹이라 하자)은 다른 한 그룹(빈자 그룹이라 하자)보다 3배의 시간동안 3배많은 라운드동안 3배 더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었다. 그리고 부자그룹과 빈자그룹 모두, 시간을 빌릴 수 있게 했다. 빌린 시간의 이자율은 100%였다. 가령 첫 문제에서 답을 알듯말듯해서 제한시간을 5초 연장하면 다른 문제에서 제한시간 10초가 사라지는 식이다. 

 

결과를 보니, 부자 그룹의 퀴즈 점수는 빈자그룹의 점수의 1.5배였다. 실제 3배의 시간을 준 것을 생각하면 빈자그룹이 매우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간 것이다. 단위시간당 맞힌 문제 갯수는 빈자 그룹이 50%이상 높았다. 빈자그룹이 적은 시간내에 집중해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능력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부자그룹과 빈자그룹 모두 프린스턴 대학교 학생이란걸 생각해보자) 환경을 극단적으로 바꾸자 효율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위의 퀴즈와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하고 시간을 빌리는 것만 불가능하게 하자 빈자그룹의 성적이 추가적으로 60%향상되었다는 것이다. 부자그룹은 성적에 변화가 없었다. 빈자그룹이 부자그룹보다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긴 했다. 그런데, 사실 빈자그룹에겐 시간을 빌리고 다음 문제를 풀 시간이 없어서 틀리는 것보다 안빌리고 다음 문제에 집중하는것이 더 효율적인 전략이었는데 괜히 빌린 것이다.

 

저소득층은 돈을 매우 세심하게 계산한다. 똑같이 3달러 주스를 사서 마신 사람에게 달려가서 방금 뭘 얼마에 샀는지 물으면 부자보다 빈자가 훨씬 더 정확하게 대답한다. 또한, 저소득층은 부유층에 비해 물건을 사면 대신 내가 원하는 어떤 물건을 못사게 될지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부유층은 이렇게 생각하기 어렵다. (부유층이 이 물건을 사면 어떤 원하는 물건을 못사게 될지 절박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이미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량할증(대량할인의 반대. 많이 사면 깎아주는 게 아니라 더 비싸게 파는것. 가령 라면이 하나에 480원인데 6개 묶어 2900원에 판다던가. 소비자 입장에선 속임수처럼 여겨진다.)은 빈곤층 밀집 지역 슈퍼마켓보다 부유층 밀집지역 슈퍼마켓에 더 많다. 빈곤층 지역에서 이런 속임수를 쓰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현재에만 집중한다. 빈곤으로 인한 결핍상태에서 빈곤층은 무의식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이것을 걷어내기 매우 어렵다. 

 

인도의 타밀라두에는 보석은행이 있는데, 전당포처럼 보석을 맡아주고 13%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대신 이곳은 주말에는 영업을 안한다. 한편, 이 마을에는 고리대금업자가 있는데, 이율은 70%이며 매일 영업한다. 이 마을 사람들은 70% 이율의 고리대금업자를 자주 이용한다. 이들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이유 1, 2위는 종자구입비와 학자금이다. (둘다 언제 구입할지 시간이 반영구적으로 정확히 정해져 있는 품목이다.) 특히 종자구입비는 미래 계획을 1년 이상 했다면 절대로 잊을 수가 없지만 상당수 농부가 고리대금업자에게 이걸 빌린다. 

 

미국의 페이데이론 대출업체(돈을 대출해주고 월급날 받아가는 고리대금업체)의 수는 2006년 기준으로 23000개로, 맥도날드 (12000개)와 스타벅스 매장(9000)보다 많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 페이데이론 대출업체의 대출금 4분의 3은 돌려막기에 따른 것이다. 이 수수료만 1년에 35억달러(한국으로 치면 3.5조)이다. 결핍된 빈곤층이 계속해서 대출 연장 수수료와 이자로 파산하는 원인은 사악한 대출업자나 빈곤층의 무지 때문이 아니라(위의 퀴즈실험집단 모두가 프린스턴 대학생임을 생각해보자) 결핍 그 자체 때문이나 다름없다.

 

현재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터널을 지나는 자동차가 터널 앞만 보고 주변을 못보듯이 현재를 제외한 모든것 (예를 들자면, 미래)을 버리게 된다. 이것이 터널링이다. 한편, 터널링이 계속되면 저글링이 된다. 계속해서 현재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약간 덜 중요한 일들을 뒤로 미루다가 모든 일들이 계속해서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돈도 시간도 모두 같은 의식(일단 이것부터 해야지)하에 뒤로 미루게 된다. 결핍의 덫에 한 번 빠지게 되면 극복하기 매우 어렵다.

 

*대역폭

수확기를 지나 많은 수확을 통해 수입을 얻은 농부는, 돈이 떨어질 무렵의 자신보다 IQ가 9 정도 높게 나온다. 경제적 고민 상황을 접한 뒤 IQ 테스트를 한 저소득층은 그냥 저소득층보다 IQ 테스트가 10 이상 낮게 나온다. 자신이 결핍된 것에 무의식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하면 그 외의 것에 대한 유동성 지능이 떨어진다. 마치 주파수의 대역폭처럼, 우리는 정신적 여유를 우리가 신경써야할 것들에 할당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정신적 여유의 일부가 한 번 결핍된 것에 집중되기 시작하면 우리는 다른 영역과 관련하여 대역폭을 활용할 수가 없다. 이번 달 생활비는 어떻게 구하지...하고 집중하기 시작하면 대학교 시험에 집중이 안되듯이 말이다. 실행제어능력 역시 떨어진다. 다른 결핍된 일에 집중하다 보면 음식은 적당히 아무거나 먹고 때울 수도 있다. 이때 우리가 먹는 음식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 아닌 자극적인 음식들이다.

 

저소득층(상류층과 비교하여)의 아이는 부모의 화풀이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더러운 물을 마실 확률이 높다. 낮은 학업 성적을 갖을 확률이 높다. 일관적이지 못한 교육을 받을 확률이 높다. 매우 중요한 특징중 하나는, 대학을 진학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다양한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생각보다 잘 활용되지 않는다. 저소득층은 대학지원 프로그램도 생각보다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저소득층이 전반적으로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들은 대역폭이 부족한 것이다. 그들은 걱정해야할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급하고 중요한 일을 생각하느라 급하지 않고 중요한 일들을 뒤로 미룬다. 다양한 절차와 복잡한 검사는 이들의 정신적 여유를 소모한다. 절제 능력은 자주 사용될수록 피로해지는 경향이 있다. 결국, 정신적 여유가 없는 이들은 제도를 활용하지 못한다.

 

*느슨함

완벽하고 빽빽한 일정을 진행시켜 느슨함을 전혀 없애면 효율적인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 나사는 화성에 우주탐사선을 보내는 데 1조 이상을 투입했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화성의 궤도와 중력 계산 문제로 특정한 때에만 발사가능) 뭔가를 더 투입해야 했다. 새로운 과학인력을 교육시켜서 운용하는 것은 너무 오래 걸렸기에 이미 투입된 사람들을 닥달해서 더 오랫동안 일하도록 만들었다.

 

이들은 성실하게 느슨함이라고는 전혀 없이 엄청나게 일했다. 열정적으로 노력한 결과, 이들은 미국과 다른 국가의 단위법이 다르다는 것을 깜빡하고 단위를 잘못 입력했다. 1조가 넘게 소비된 우주선은 화성 근처에서 연락이 두절되었다.

 

환자는 많고 수술실은 모자라는 병원이 있었다. 긴급하게 잡히는 수술때문에 종종 예정되었던 수술이 미뤄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의사들은 항상 야근을 했고, 정신없이 일해도 시간이 항상 모자랐다. 야근수당때문에 병원운영에도 타격이 생기기 시작했다. 환자 수술은 비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아예 수술실 하나를 비워버리기로 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의견이냐는 항의가 빗발쳤지만 긴급하게 잡힌 수술을 빈 수술실에서 하게 되자 다른 수술실은 예정된 계획대로 수술이 가능하게 되어 전체 수술건수가 증가했다.

 

일상에서도, 조직내에서도 느슨함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활용된다. 시간적, 경제적 느슨함은 결핍의 악순환으로 나아가지 않는 완충장치의 구실을 한다. 이러한 느슨함이 없다면 바로 악순환으로 돌아갈 것이다. 저소득층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공해도 느슨함이 다른 이들에게 훨씬 모자라기 때문에 약간의 충격으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어떡하면 좋을까

결핍의 문제 상당수는 결핍 상태가 아니던 때에 원인이 있었다. 결핍에 빠지기 전에 결핍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결핍에 빠지면 무의식적으로 결핍에 집중하므로 이것을 피하기 위해 터널 바깥의 것에 주의를 줄 존재나 사람이 있으면 좋다. 터널링을 피해야 한다. 

 

대역폭 할당과 정신적 여유를 활용하여 결정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저축하러 매번 가지 않고 계좌이체 한번으로 해결한다던가, 몸에 해로운 음식을사놓고 냉장고 열때마다 먹을지 안먹을지 고민하지 말고 아예 안사놓는다던가)  

 

3. 특징

다양한 일화를 섞어서 제공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다만 치밀한 통계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책은 아니다.

 

4. 기타

이 책의 리뷰 댓글에는 번역이 이상하다는 의견이 있다. 나도 읽으면서 어? 이거 앞에선 다른 용어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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