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회

노동의 배신 / 바버라 에런라이크

삼긱감밥 2021. 8. 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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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썼던 긍정의 배신을 본 기억이 나서 다른 책인 노동의 배신도 보게 되었다. 알고보니 노동의 배신이 먼저 쓰여진 책인데 한국에는 늦게 번역된듯하다.

 

1. 소개

이 책은 생물학 박사이자 작가로 활동중인 글쓴이가 일정 기간동안 단순노동자로 생활하면서 겪은 것들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원래 글을 기고하던 작가지만 잠시 평범한 여성 노동자로서 근무한다.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 가서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하게 된 저자. '단순'노동이지만 별로 단순하지 않으며 다양한 기능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음식점 직원, 청소, 옷가게 점원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저자는 단순노동을 통해서 생계를 이어 나가기에는 임금은 적고 거주비는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2. 내용

저자는 원래 글을 써서 생활하는 작가였다. 평소 중산층으로 살면서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살아왔다. 저소득층의 삶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아예 저소득층 노동자로 살아보기로 마음먹는다. 

 

맨 처음엔 플로리다 키웨스트에서 음식점 점원으로 근무했다. 허스사이드(이 책에 나오는 지명 및 인명은 진짜 이름이 아닌듯하다. 개인정보 때문인듯) 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근무하게 된 저자. 500달러짜리 원룸을 구해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기 시작했다. 구직과정에서 일자리 공고를 냈다고 하더라도 바로 사람을 뽑을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며 당장 뽑을 생각이 없는데도 공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지런히 웨이트리스로 일하지만 팁으로 받는 일부 금액이 온전히 독차지가 아닌 데다가 관광객이 주는 팁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시급이 5.15달러에 근접해진다. 주변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밴에서 살거나 트레일러 파크(먹고 사는 용도로 쓰이는 트레일러를 놓은 주차장)에 산다. 결국 주거비부담이 심해져서 다른 더 큰 음식점인 제리스로 옮긴다. 트레일러에서 살게 된 저자.

 

 

그럭저럭 다른 것은 감내할만 하지만 굉장히 좁은 공간이라 불편을 겪는다. 넓이 2.5m로 묘사된다. 잠시 호텔청소부로도 투잡도 뛰어본다. 같이 근무하는 사람의 치아 상태를 보고 건강보험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 같이 근무하는 동료는 몸에 문제가 있어보인다. 물론 웨이트리스로 근무하는 일도 쉽지 않다. 박봉인데다가 하루종일 서있다보니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는데다가 고압적인 관리자의 태도에 불쾌함을 느끼기 일쑤이다. 

 

두번째 거주지는 메인이었다. 비교적 노동력 공급 부족현상에 시달렸고 대부분 백인들이 살았기 때문에 백인이 저임금 단순 일자리에 지원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매일 59달러씩 모텔에 내다가 주당120달러짜리 방을 구해서 거주하기 시작한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시간당 7달러를 받는다. 다른 날에는 청소부 일을 하는데, 상류층의 집에 조를 이루어 파견되어 청소를 하는 것이다. 고객은 이용료로 25달러를 내고 청소부는 6.65달러를 받는다(시간당).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력 수준이 낮고 그중 일부는 carry같은 단어의 철자를 제대로 알지 못해 주인공에게 묻는다.

 

청소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사전에 애큐트랙 테스트라는 테스트를 받는데, 이 테스트의 목적은 심리적으로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 검사(혹은 이런 것이 회사에 적합한 가치라고 지도)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노동력 공급 부족에 시달려도 대부분의 일자리는 시급이 6-7달러였다. 

 

이렇게 요양원/청소부 일을 하는데 요양원 일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음식 설거지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청소부 일이 훨씬 더 힘들다. 조를 나누어서 청소를 하러 들어가야 하는데 워낙 짧은 시간내에 청소를 하도록 하다보니 청소회사의 지침은 거의 청소를 하는게 아니라 '마치 깨끗한 것처럼' 환경을 만들어 두고 나가는 것이었다.

 

제대로 삶은 물로 빡빡 닦아서 멸균하는 게 아니라 대충닦은 물걸레로 흔들어놓고 나가서 반짝반짝 빛나게 하듯이 말이다. 변기에 묻은 똥찌꺼기를 닦는 일도 힘들지만 변기물이 튀어도 신발을 새로 사거나 여벌의 양말로 갈아신을 수 없는 환경도 노동자에게 고통스럽다. 집주인들은 청소부들을 테스트하기 위해 일부러 더러운 먼지를 일정 구역에 놓고 청소가 끝난뒤 와서 보거나 물건을 훔쳐가기 쉬운 곳에 두고 CCTV로 감시하거나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관절이나 몸에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으며 육체 노동량에 비해서 매우 부실한 샌드위치를 먹는다. 

 

세번째 거주지는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이다. 그나마 진보적인 주중 하나로 사회복지에 있어서 다른 주보다 관대하다고 한다. 여기서 월마트 점원으로 일하는데 월마트의 이념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월마트는 커지고 있고 노조는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 월마트의 옷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하루종일 옷을 정리하면서 산다.

 

아무리 옷을 정리해도 또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탈의실에서 입어보고 걸어놓으면 8카트어치씩 다시 제자리에 정리해야 한다. 휴식시간은 미리 체크한 뒤 쉬고 돌아와서 근무시간에 돌입해야 하며 시간절도(근무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행위)는 금지대상이다. 시급은 7달러이며 모텔이 주당 295달러인데 불안을 느껴야 할 만큼의 상태라서 어려움을 겪는다.

 

저자에 따르면 저소득층으로 사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정말 쉽지않은 이유중 하나는 주거비부담이다. 식비와 주거비부담은 없앨 수가 없다. 주거비를 부담하는 그나마 나은 방법은 적절한 아파트에 보증금을 주고 세를 구하는 것인데 이 글이 쓰일 당시 미국의 임대공급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보증금을 마련해서 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대신 트레일러 파크의 트레일러나 모텔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 모텔이 참 비싸다. (주당 250달러 이상으로 묘사되니 1달에 1000달러이상) 이외에 직장에 따라 제공되는 의료보험(한국과 크게 다른 점)도 저소득 노동자가 다친 경우 이후의 재기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대부분 자신들의 소득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주변의 임금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 어떤 지역의 어떤 직장 월급이 어느정도인지 알면 이동할 요인이 되겠지만 서로 말을 안하다보니 정보가 부족하고 따라서 적절한 일자리가 제공되어도 옮길 수가 없다. 또 직장에서 잡담을 금지하는 곳이 많아 이 현상은 심화된다.

 

권위적 관리체제 역시 직원들의 사기를 깎는데 공헌한다. 고용에 대한 사업주의 공헌을 과대평가하고 직원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서 임금협상의 유리한 토대를 마련한다. 

 

미국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미국의 공공임대 주택제공은 매우 수가 적다. 공공임대 비율도 한국보다 낮은 것같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를 주는 것이 좋은 복지라고 전제되어 복지가 설계되어있는데 문제는 저임금 일자리를 얻어서 소득을 얻고있는 사람들이 자립이 안되는 상황이다. 일자리가 있고 소득이 있음에도 복지서비스를 받아야할 만큼 아슬아슬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 많이 언급된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내용이 경제위기를 겪고 빈곤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후가 아니라 상당히 호황기라고 평해지던 2000년대 즈음에 쓰여졌다는 것이다. 당시 세계경기는 호황을 겪고 있었음에도 빈곤층 대부분은 워킹푸어상태로 거주비부담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주인공은 이렇게 생활하다가 주변 동료들에게 사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라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별로 궁금해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고 한다.

 

3. 특징

저자가 시니컬한 어조를 많이 보인다. 종종 싸늘한 자조를 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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