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그리스 비극이 실현됨

삼긱감밥 2024. 7. 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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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고대 그리스 시대의 작품을 보면 가끔 종류가 비극인 것들이 있다. 테베 가문에 나오는 일들이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데, 대표적으로 오이디푸스가 있겠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신화이지만 이오카스테의 하르모니아 목걸이(젊음을 유지해주는 목걸이)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신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대부분 테베 사람들을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가장 중요한 인생의 고난을 다른 신화와 다르게 '혼자서' 해결한다.

이 부분이 다른 신화랑 크게 차이나는 점은 어떤 영웅이라도 중간에 고난을 겪고 다른 신의 도움을 받거나 귀띔을 듣고, 스승에 해당하는 인물에게 배워서 해결하는데 오직 오이디푸스만 그냥 자기가 알아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시비가 붙은 상대를 처리하고, 사람들을 공격하는 괴물의 문제를 맞춰서 해결한다. 자기가 가진 지혜로 스스로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이렇게 똑똑한 오이디푸스가 자기한테 일어날 가장 중요한 문제에는 지헤롭게 굴지 않는다. 크레온한테 무슨일있냐고 알아보라고 한다음 테이레시아스의 이야기를 들어오자 크레온의 음모라며 멀쩡한 사람한테 시비나 털고, 테이레시아스보고 눈이 안보인다고 비웃는(이후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매우 끔찍한 일이다.) 등 엉망으로 군다.

그리고 일어날 비극을 그대로 당해서 인생이 박살이 난다.

옛날에는 이게 그리스 비극이 옛날 글이라서 그렇구나 하고 이해를 했다. 서사 구조가 발달하지 못한 시절의 이야기라서 행동들이 입체적이지가 않고 단순하게 흘러간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스 비극처럼 사람은 자신에게 찾아올 문제가 있어도 피하지 못하고 부딪히기 때문에 이걸 피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쓰면 오히려 현실에 안맞을 것이다.

봄이 되면 주식 상장폐지하는 시기가 온다. 작년 결산을 하기 때문인데 이 시기에 많은 회사가 상장폐지를 당한다. 그러나 상장폐지를 당하기 직전인 회사라도 주주들은 낙관적인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런 걱정을 안하려고 노력한다. 다시 감사 받으면 된다, 이런 걸로 상장폐지 안한다... 어쩌다 아닐 때도 있지만 결국 그러다가 상장폐지된다. 어떤 회계사님이 쓴 책을 보니까 코스닥 5년 적자로 상장폐지 되기 직전까지도 주가가 안 떨어지다가 폐지 공시 뜨면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리한 투자도 그렇다. 도저히 갚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투자 계획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는데, 당시에 이게 너무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어차피 듣지 않는다. 공부를 더 잘 하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니 시드머니를 모으기 위해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봤었다. 그러다가 실패로 생활에 무리가 온다. 그러나 그때 생각해도 과거에 말려도 안 말려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자기가 망하게 되었는데도 망했다는 것을 재무적으로 이해를 못해서 자기가 부러워서 그렇냐고 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건 심리학적으로는 자기확신 편향, 근본적 귀인 오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는 일이어도 나는 나라서 괜찮고 남은 망하면 걔 탓이라고 생각하도록 되어있다 보니까 냉정하게 생각하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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