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과 자본주의 / 페르낭 브로델

삼긱감밥 2020. 12. 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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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1
국내도서
저자 :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 / 주경철역
출판 : 까치(까치글방) 199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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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의 책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인 주경철이 번역한 것이다. 총 6권이고, 다합해서 한 3000페이지가 넘는 것같다. 

 

이 책은 역사를 정치를 위주로 다루기 보다는 경제와 사회, 문화를 중심으로 다룬다. 때문에 이런 정보에 낯선 독자라면 이 책이 주는 정보에 당황할 수도 있다. 일례로, 내가 놀란 것은 의자에 관한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러시아는 의자가 오랜 세월 보급되지 않아 러시아에 간 네덜란드 상인들은 질긴 종이가 필요했다. 무릎에 종이를 대고 써야 했기 때문이다. 의자가 그렇게 드문 물건이었다니! 또, 오랜 세월 리투아니아인들은 귀족들조차도 바닥에 누워서 잤다. 

 

저자는 경제와 무역의 흐름, 산업의 발달이라는 주제에 특히 주목하는데, 결국 이 모든 내용은 마지막 권에서 왜 어째서 영국이 산업발달의 시초가 되고 산업혁명을 일으켰냐는 주제로 나아간다. 6권을 다 읽으면 영국이 가장 앞서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영국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갔는데, 다른 나라와 다른 발달된 금융제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국채 제도, 은행, 넓은 식민지 시장을 가지고 있었다. 국채는 처음 도입할 때 사람들이 너무 공포에 휩싸여서 외국인이 국채를 사서 나라가 망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고 한다.

 

동유럽과 서유럽의 차이

 

서유럽의 국가들이 한 알의 곡물을 심으면 최대 10알의 곡물을 얻은 것과는 달리, 동유럽과 러시아는 끽해야 3알의 곡물을 얻었다. 하나는 내년에 또 심어야 하니 2개 얻은 셈이다. (독일과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이 사이에 위치한다.)이렇게 낮은 농업 효율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서유럽과 동유럽의 농촌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점은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즉 농업 효율성이 나쁜 곳에서 좋은 곳으로 곡물이 팔려나갔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폴란드는 비스와강의 곡물무역에 큰 비중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곡물무역이라는 것이 네덜란드 상인의 대출에 의해 성장한 것이었다. 즉, 네덜란드 인들은 폴란드 대귀족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들이 밀을 키우면 밀을 사가서 서유럽에 팔았다. 이 수익은 30% 정도였다. 이외에도 리보니아 지역도 곡물 무역에 참여했다. 폴란드 농민들이 키운 밀을 영주가 외국에 수출해서 폴란드 농민들은 다른 나라에서 먹지 않는 호밀을 먹었다.

 

 

또한 동유럽에서는 농노제가 부활, 15세기 이후로 농노의 상황이 크게 악화되었다. 폴란드같은 나라의 경우 농노들은 일주일에 6일 정도 영주의 농지에서 일해야 했다. 러시아는 이것이 많아야 2,3일에 불과했다. 그동안 서유럽은 자유로운 토지 이용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러시아는 후진적인 나라였지만, 나름의  경제권을 구축하고 서유럽의 경제에 종속되지 않았다. 이는 워낙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에 진출하면서 가죽 무역에 종사했고, 이는 큰 이득으로 돌아왔다. 허허벌판에 거점을 하나 만들고 동쪽으로 진출하는 식으로 이어지는 진출은 매우 험난한 것이었지만 러시아에 큰 이득을 안겨주었다.  

 

먹고 살기

 

산업혁명 이전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민들이 농업의 작황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을 막지 못했다. 농민들은 아무리 좋은 나라라도 갑자기 닥친 기근에 죽어나가는 일이 허다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빈민들은 인근 도시로 모여들었고, 사회 혼란과 소요의 원인이 되었다.

 

흑사병 이후로 서유럽의 농민들 삶은 크게 좋아졌다고 한다. 이는 인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인데 책의 내용을 보면 다잇 농민들이 꽤 풍족하게 고기를 먹고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혁명직전 프랑스의 파리인들의 칼로리 섭취는 하루 2000칼로리 정도였다. 이것은 평균적인 값이고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이정도의 칼로리를 먹었을 지는 불투명한데다, 곡물 작황에 큰 영향을 받아 변동치가 컸음을 감안하면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영국과 프랑스

 

영국은 런던만이 중심지였고 다른 지역은 런던의 배후지 역할을 했다. 영국인들은 식민지를 경영하는 법을 알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도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해다 썼다. 이 책에는 영국과 인도간의 무역이 프랑스 동부와 서부간의 무역보다 훨씬 수송비가 저렴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반면 프랑스는 북부의 파리와 남부의 리옹, 중심지가 두개나 있어서 발달에 방해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왜 스페인은 그렇게 천천히 약체화했는가인데, 이는 저자가 쓴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이 책의 장점

이 책은 그야말로 역사의 고전이다. 다른 책과 비교하기 어렵다. 산업혁명 이전 유럽의 경제, 사회 구조, 영국의 이점 등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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