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토사구팽

삼긱감밥 2020. 12. 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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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연나라 왕 장도가 반란을 일으켰다. 장도는 원래 연나라 왕 한광의 부하였다. 조나라 왕 조헐과 장이가 거록 성에서 포위당하자, 장도는 연나라 군을 이끌고 거록을 구원하러 남하했었다. 거록은 항우에 의해 구원되고, 장도는 그대로 항우를 따라서 진나라 함양까지 진격한다. 항우는 자신을 따라 진나라까지 온 이들을 제후로 봉했는데, 이에 장도가 연나라 왕에 봉해지게 되었다. 장도는 이후 진여와 조헐을 죽인 한신에게 항복하여 연나라 왕의 지위를 유지하였으나, 뒤늦게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유방의 친구 노관이 장도를 토벌하자 평소 노관을 좋아했던 유방이 노관을 연나라 왕으로 삼았다.

 

 

노관은 유방과 같은 패현 마을 출신이다. 노관의 아버지는 고조의 아버지와 친구였고, 노관 자신은 유방과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다. 유방의 거병 이전부터 친하게 지내서 항상 따라다녔다. 유방은 다른 신하보다 노관을 훨씬 더 총애했지만 딱히 노관이 한신과 같은 군공을 쌓거나 진평이나 장량과 같은 계략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천하통일 후 유방은 노관을 왕으로 세우고 싶었지만 공적이 그에 미치지 못해 하지 못했던 차에 마침 연나라 왕으로 삼게 된 것이다.

 

 

유방은 조나라 땅에 방문했다. 유방은 건방지고 오만한 자신의 모습을 조나라에 방문하여 장오를 만났을 때 그대로 보여줬다. 장오는 성심성의껏 유방을 모셨지만 심하게 모욕을 당했다. 장오는 그냥 유방의 오만을 참았다. 하지만 장오의 아버지 장이를 오랫동안 섬긴 부하 관고는 이것을 보고 분노하여 유방 암살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암살계획은 성공하지 못하고 이 사건이 발각되는 바람에 관고는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장오도 죽을 위기에 처한다. 유방은 장오를 압송하는 과정에서 장오를 따라오는 이들은 엄벌에 처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몇몇 신하들은 장오를 쫓아왔다.

 

 

관고는 자신이 그냥 유방을 죽이려 했던 것이지 장오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한다. 장오는 물론이고 쫓아온 신하들까지 멸족당할 상황이었으나, 유방은 관고가 장오는 모르는 일이라고 끝까지 진술을 바꾸지 않자 그의 충직함을 보고 관고를 사면했다. 장오는 조나라 왕 직위만 박탈하는 대신 제후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장오를 쫓아왔던 신하들은 충직한 신하라 하여 혼내거나 죽이지 않았다. 장오를 쫓아온 신하들은 훗날 고위관직에 올랐다. 관고는 사면받았지만 자살했다.

 

 

항우의 장수 종리매는 아직 살아 있었다. 앞서 아무 이유도 없이 진평의 계략에 걸린 항우에게 의심을 받고, 나중에는 조구가 성고성을 나가서 싸우다 죽은 이후 유방군에게 포위당했던 불운한 장수였다. 그는 한신과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항우가 죽은 후에 한신에게 의탁했다. 유방은 한신에게 종리매를 잡아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유방은 남쪽 지방에 방문하여 사냥을 즐기기로 했다. 누군가가 한신에게 종리매를 유방에게 넘길 것을 제안했다. 한신이 종리매에게 어쩌면 좋겠냐고 묻자, 종리매는 한신에게, 당신이 유방의 비위를 맞추고 싶어한다면 내가 자살할 것이지만, 내가 죽으면 한신 당신도 곧 죽을 것이라고 저주하며 자살했다. 한신은 종리매의 목을 바쳐서 유방을 마중갔다. 한신이 유방을 마중 나오자 유방은 바로 한신을 붙잡아서 초나라 왕 직위를 박탈했다.

 

 

사실은, 유방에게 이에 앞서 제나라에서 옮겨 초나라로 봉해진 한신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주변의 신하들이 한신을 군사로 토벌할 것을 권했지만 진평은 다른 생각을 했다. 진평과 유방은 전투로 한신을 이기기는 힘들다고 생각했고, 계략을 쓰기로 했던 것이다. 유방은 한신을 붙잡은 다음 죽이지는 않고 회음후에 봉하였다. 한신은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는 삶아진다며 한탄했다. 이것이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어원이다.

 

 

한신은 초나라 왕에서 회음후로 격하된 후에 자신이 관영이나 번쾌 따위와 동격이 되었다고 화를 내며 분노를 표시했다. 유방은 장도의 반란 이후 북방의 군대를 진희라는 자에게 맡겼다. 진희가 떠나기 전, 초나라 왕에서 쫓겨난 한신은 진희와 훗날 반란을 일으키자고 약속했다. 진희는 이에 응하면서 겉으로는 표시하지 않았다.

 

 

이윽고 계속해서 반란이 일어났다. 제나라를 토벌한 한신과 동명이인인 한왕 신은 천하통일 이후, 한나라의 왕이 되었다. 그런데 그 당시 한나라에 가장 큰 위협이 되었던 것은 묵특이 다스리는 흉노족이었다. 유방은 한왕 신을 영천에서 북쪽 국경지대인 태원으로 옮기고, 흉노에 맞서게 했다. 그러나 흉노의 군대와 싸워 포위당하자, 한왕 신은 자신의 힘으로 흉노를 이기는 게 무리라고 판단하여 화친을 추구했다.

 

 

유방은 이것이 반란이 아닌가 의심하여 책망하였고 한왕 신은 두려워하다 흉노로 투항해버렸다. 유방은 흉노군과 전투하였다가 포위되어 목숨을 잃을 뻔하다가 흉노의 지도자인 묵돌 선우의 아내의 도움을 얻자는 진평의 계략으로 간신히 살아난다. 이후 한왕 신은 흉노와 손을 잡고 진희의 반란을 부추기는 등 한나라를 공격하다가 패해서 죽었다.

 

 

진희는 원래 500명을 거느리고 유방을 섬겼다. 연나라 왕 장도의 반란 진압에 공을 세워 양가후가 되었다. 유방은 진희를 조나라와 대나라 변경에 위치한 북방의 군대를 지휘하게 했다. 진희는 춘추전국시대의 전국 4군자인 신릉군 위무기를 존경하여 그를 따라해 많은 빈객을 모았다. 진희가 조나라를 지나자 조나라 상국 주창이 진희가 수상하다고 유방에게 말했다. 유방이 조사해보니 진희와 관련된 불법이 드러났다. 진희는 이를 두려워 하다가 대나라와 조나라군을 모아 반란을 일으켰다.

 

 

한편 앞서 연나라 왕이 된 노관은 진희의 반란 당시 진희를 토벌하려 했다. 그런데 노관의 부하는 한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연나라를 안정시키자고 건의했다. 노관은 연나라 왕인 자신도 죽임을 당할까봐 속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결국 노관은 몰래 진희와 서신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진희와 손잡은 한신과 노관의 모의가 헛되게도 유방은 진희의 장수들이 상인 출신인 것을 활용하여 금으로 그들을 매수해 진희를 격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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