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의 죽음

그사이 유방이 없는 수도 장안에서는 한신이 반란을 모의했다. 진희와 한신은 반란 약속을 꾸민 적이 있었기에, 한신은 절호의 기회라 여겼다. 한신은 자신들의 심복과 모의하여 범죄자와 노예를 풀어서 유방의 아내 여후와 태자를 공격하려고 했다. 한신은 진희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의 부하의 동생이 한신의 모반을 고변했다.

 

 

여후와 소하는 한신을 속여서 진희의 사형 축하를 하자며 아파도 꼭 와달라고 부탁했다. 한신은 축하연에 가는 줄 알고 나갔다가 붙잡혀 참수되었다. 한신의 삼족도 멸족되었다. 한신을 등용한 것도 소하였고, 한신이 멸족당하게 만든 것도 소하였다. 훗날 진희와 내통했던 노관은 그 사실이 발각되어 반란을 일으키고 북쪽으로 도망갔다.

 

 

앞서 진희의 반란 때 유방은 수적 출신인 양나라 왕(위나라를 양나라라고도 함) 팽월에게 군대를 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팽월은 핑계를 대며 직접 가지 않았다. 팽월이 대신 장수와 군대만 보냈다. 유방은 화가 나서 팽월을 책망했다. 팽월은 사죄할까 했지만 수행하는 부하 장수 호첩이라는 신하가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하자 갈팡질팡했다. 팽월은 유방에게 사죄하러 가지도 않았고 바로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팽월의 수레를 모는 태복 직위에 있는 사람이 팽월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팽월이 그를 참수하려고 하자 그가 먼저 도망쳐서 유방에게 팽월과 호첩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고발했다. 유방은 사람을 보내 팽월을 잡아서 제후 지위를 박탈하고 촉 땅에 서민으로 보냈다.

 

 

팽월은 촉으로 가는 길에 여후를 만났다. 팽월은 여후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며 자신의 고향에서 살게 해달라고 청했다. 여후는 알았다고 말하며 팽월을 유방에게 데리고 왔다. 여후는 유방에게 팽월은 장사이므로 후환이 될 테니 살려 보내지 말고 죽여 버릴 것을 청했다. 팽월과 그의 삼족은 모두 처형되었다. 팽월의 고기는 젓갈로 담가져 각 제후국에 보내졌다.

 

 

회남왕으로 봉해졌던 영포도 반란을 일으켜 유방의 군대와 맞붙었다. 한때 초나라에서 벼슬 살이를 했던 이가 말하기를, 한신과 팽월과 영포는 공이 같으니, 앞선 둘이 죽었으니 영포가 반란을 일으키는 것도 당연하다고 했다. 영포는 과연 한신과 팽월이 없으니 이길 만하다고 생각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영포는 그저 황제가 되고 싶었다며 기세등등하게 전투에 들어갔다. 유방이 전투에서 상처를 입는 등 격렬한 전투가 진행되었지만 결국 영포가 패배했다. 도망치던 영포는 장사왕 오예의 아들 오신에게 속아서 살해당했다.

 

 

이리하여 유씨가 아닌데도 왕으로 봉해진 사람은 모두 죽고, 궁벽한 위치에 봉해진 장사왕 오씨 일가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