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의 자식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한신의 후임으로 제나라에 임명된 제도혜왕 유비다. 하지만 그는 서자였던 것이 문제였다. 그는 어머니가 어떤 신분인지도 알기 어려울 정도의 미천한 신분이었기에 애당초 제위 계승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제위계승 1순위는 유방과 여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유영이었다. 유영은 앞서 팽성대전에서 대패한 유방이 내다 버렸던 아이다. 유방은 초나라 군대가 쫓아오자 유영을 바깥에 던졌지만 그때마다 하후영이 다시 주워와서 수레에 태우고 초나라 군의 추격을 따돌렸다. 그 바람에 유영은 살아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유영은 성격이 어질고 착한 사람이었다.
유방은 어진 성격의 유영 대신 다른 사람을 후계자로 삼고 싶어했다. 바로 척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인 유여의였다. 유여의는 유영보다 어렸기에 원칙적으로 장자 승계의 원칙에 따라서 유방의 뒤를 이을 수 없었다. 하지만 유방이 워낙 유여의를 좋아하여 유여의로 하여금 뒤로 잇게 하는 방책을 고민했다. 이런 유방의 행동은 여후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앞서 예법을 정비했던 유학자 숙손통이 유방에게 장자로 하여금 잇게 하는 것이 맞다고 건의했다. 여후는 장량을 찾아가서 계책을 내놓으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여후는 장량이 일러준대로, 이전에 유방이 찾았지만 끝끝내 초빙하지 못했던 현인드을 후하게 대접하여 모셔왔다. 그리고 그들이 유영의 후견인으로 보이게 했다. 유방이 이를 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유영을 태자에 자리에 두었다.
유여의는 대신 조나라 왕으로 옮겨졌다. 유여의의 나이가 어려 조나라 상국으로 다른 사람을 두어 다스려야 하는 처지였다. 앞서 어사대부 주가가 형양성에서 유방을 대신해 성을 지키다 죽은 바 있었다. 그의 자리는 사촌동생인 주창이 이었는데, 주창은 아주 성미가 강직한 사람이었다. 소하와 조참도 그가 너무 강직해서 그를 싫어했다. 유방이 주창에게 장난을 걸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폭군이라고 대답한 적도 있었다.
유방은 조요라는 자에게 조언을 받아서 주창을 조나라 상국으로 옮기기로 정했다. 자신이 죽어도 주창과 같이 강직한 사람이라면 유여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주창은 중앙 관직에서 갑자기 지방으로 가야 하니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유방이 간곡히 권하여 어쩔 수 없이 조나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