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

삼긱감밥 2020. 12. 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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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과 항우는 출신도 달랐지만, 자신이 가진 리더십과 그 리더십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이로 인하여 세력이 미약했던 유방이 강대했던 항우를 꺾고 중국의 천하를 통일하게 된 것으로 보볼 수 있다. 둘은 굉장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라이벌인 두 사람의 대립구도의 극적인 성격을 강화하는 면 중 하나가 리더십이다. 유방의 리더십은 솔직하고 거칠다.

 

 

유방은 다른 세력에는 계책을 썼을지언정 충성하는 신하를 배반하거나 속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신하들이 자신에게 거친 말을 하거나 심한 비판을 쏟아내도 유방은 그를 중용했다. 어사대부를 지냈던 주창은 입이 몹시 걸어서, 유방을 걸, 주와 같은 고대 중국의 폭군에 비유했는데, 유방은 그를 내쫓기는 커녕 그를 중용해서 높은 자리에 임명한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후하게 대할 줄 알았던 것이다. 또한 유방은 자신과 다른 독립 세력 출신이거나, 자신을 배반했던 사람이라도 나중에는 후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토사구팽을 통해서 한신, 영포 등을 숙청하기도 하나, 이들은 이미 초한 전쟁 중에서 유방의 세력권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대놓고 했던 사람이었고, 유방에게 충성하기보다는 간을 보는 행동을 굉장히 많이 하였기 때문에 사실상의 위험세력이라고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유방과 초기에 힘을 합쳤던 옹치는 나중에 유방을 배반하고 떠나 버렸다가 다시 유방에게 합류한다. 그러나 유방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거나 살해당하기는 커녕 유방에게 후한 대접을 받는다. 가장 유방과 사이가 안좋아야 할 옹치를 후하게 대접하면 다른 장군들이 유방을 신뢰하리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었다. 조나라에서 세력을 이루었던 장이 역시 독립된 세력이었으나 유방과 함께하며 높은 지위를 누리고 그의 아들인 장오도 제후로서 봉해진다.

 

 

유방의 솔직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가 장오의 사례이다. 유방은 통일 이후 건방지고 오만한 자신의 모습을 조나라에 방문하여 장오를 만났을 때 그대로 보여준다. 장오를 오랫동안 섬긴 관고 등은 이것을 보고 분노하여 유방 암살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하고 이 사건이 발각되는 바람에 관고 등은 죽임을 당하고 장오도 죽을 위기에 처한다. 장오를 압송하는 과정에서 장오를 따라오는 이들은 엄벌에 처하겠다고 했으나, 몇몇 신하들은 장오를 쫓아왔다. 관고는 자신이 그냥 유방을 죽이려 했던 것이지 장오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한다.

 

 

장오는 물론이고 쫓아온 신하들까지 엄벌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유방은 장오의 조나라왕 직위만 박탈하는 대신 제후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장오를 쫓아왔던 신하들은 충직한 신하라 하여 혼내거나 죽이지 않았다. 이들은 후에 높은 고위관직에 올랐다고 한다. 또한 항우를 모셨던 이들 중, 유방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될 위기에서 살아난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한신에게 유방을 공격할 것을 권했던 괴철이나, 초나라에 있었다가 유방에 의해 목에 현상금이 걸렸지만 한나라 조정에 들어온 계포가 그렇다. 반면 유방을 죽일 기회가 있었으나 유방을 죽이지 않고 풀어준 적장은 이후 사형시켰다. 주군이었던 항우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은 신하로 본 것이다.

 

 

유방의 리더십은 실리와 경청을 위주로 한다. 난세를 살아가는 세력의 군주에 걸맞게 거친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의 신하들의 조언은 잘 귀담아 들었다. 자신의 고향 사람인 조참이나 소하뿐 아니라, 자신과 출신성분이 전혀 다른 장량의 조언과 진평의 계략을 받아들였기에 어려운 순간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었고, 신하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수 있었따. 유방은 깐깐하게 사람을 골라서 털어내지 않고 통합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의 주군을 배신하려는 이가 아니면 호쾌하게 인정해 주었다.

 

 

물론 이런 유방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어서, 워낙 거칠고 자신의 말을 막하였기 때문에 위나라 왕이었던 위표는 유방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한 거친 점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던지 여러 위험을 겪기도 한다. 죽기 전에는 번쾌를 사형시키라는 명령을 내리는 등 판단이 흐려진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자를 모욕했던 것은 역이기를 만난 후에는 고쳐졌다.

 

 

반면 항우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항우는 신하들에게 유방처럼 거칠게 굴지 않고, 신하들에게 눈물까지 흘리며 걱정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대의나 조직 운영과는 상관없는 작은 마음에 불과한 것으로, 항복하고 항우를 섬기려고 하는 백성들을 학살하는 일이 잦았다. 이때문에 항우와 싸웠던 이들은 학살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사적으로 항우와 싸워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문에 항우는 엄청난 야전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천하를 통일하지 못한다. 모든 주민들이 가능한 한 죽을 힘을 다해서 성을 지키려 했기 때문에 유방이 협상이나 항복 권고를 통해 성을 얻은 것과 달리 모든 영토 확장을 전투로 치뤄야 했다. 유방이 간단한 법을 통해서 진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던 것과 달리 항우는 진나라 사람들도 학살했다.

 

 

또한 항우는 다른 세력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조나라왕 장이는 원래 항우를 따라가려다가 유방을 따라가는데, 이때 자신의 감시역인 항씨 일족을 살해하고 유방에게 간다. 이를 통해 항우가 지방 세력을 믿지 못하여 항씨 일족을 감시역으로 두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방은 자기가 직접 군에 들어가 군대를 빼앗는 일은 있어도 자신의 일족을 제후의 곁에 두어서 감시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항우는 가장 중요한 일인 제후왕 분봉에서 기존 제후들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자신들의 부하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만다. 실리를 위해서는 다른 세력의 지위도 보장해주고, 자신의 부하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옹치까지도 후하게 대했던 유방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결국 이런 차이가 유방을 초한전쟁의 승자로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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