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토사구팽?

삼긱감밥 2020. 12. 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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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성어 토사구팽은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도 잡아먹힌다는 뜻으로, 사람을 이용하고 나서 이용당한 사람을을 버린다는 뜻이다. 이 어원은 유방이 한신을 초나라 왕 직위에서 박탈한 데서 유래한다. 하지만 잘 따져보면 한신은 아무 이유없이 유방에 의해 배신당한 것이 전혀 아니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한신은 아주 인기가 많은 인물이다. 그런데 토사구팽을 당하며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신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은 한신이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해서 큰 공을 세운 다음 유방에게 버려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한신을 추천한 것도 소하인 점을 생각하면 소하가 한신을 살리고 죽인 것이다. 한신은 어떻게 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가 살펴보자. 왜 유방은 한신을 죽이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1) 이미 항복한 제나라 공격

한신이 조나라를 점령하고 연나라를 항복시킬 즈음, 유방은 이미 자신에게 합류했던 연사 역이기를 제나라에 보내서 제나라를 항복시킨다. 제나라는 딱히 유방과 처절하게 싸울 생각이 없었고, 이는 항복하자마자 군대의 경계를 느슨하게 바꾼 것으로 증명된다. 그런데 한신은 그런 제나라에 쳐들어가서 항복한 나라의 군대를 죽였다. 역이기는 삶아서 죽임을 당했다.

 

 

유방은 제나라의 왕족들인 전씨들을 높이 보았는데, 이는 나중에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다음 전씨들을 수도에 부르고 역이기의 동생인 역상에게 복수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또한 실제로 전씨를 따르던 사람들은 끝까지 유방 세력에 합류하지 않다가 모두 자살했다. 유방은 여기서 한신에 대한 신뢰를 크게 잃었을 것이다.

 

 

2) 칭왕

게다가 한신은 제나라를 점령한 이후에는 자신이 제나라의 임시 왕이 되어야겠다고 말하며 유방에게 사신을 보낸다. 유방은 이것을 보고 몹시 분노하였지만 진평과 장량이 말리자 제나라 왕으로 봉했다고 한다. 장이처럼 이미 조나라를 다스리던 사람이 조나라 왕이 된 것도 아니고, 제나라와 아무 연고도 없는 한신이 항우와의 결전을 앞두고 이런 요구를 한 것에 대해 분노했음을 알 수 있다.

 

 

3) 항우와의 결전 직전의 배신

유방은 항우와 전쟁을 벌이다가 천하의 서쪽은 유방이, 동쪽은 항우가 나눠갖기로 하고 협정을 맺는다. 그러나 유방은 이를 지키지 않고 항우를 공격한다. 그리고 팽월과 한신에게 군대를 불러서 한 군데서 모이자고 하는데 이 둘은 오지 않고 유방은 패배한다. 이후 유방은 수비세로 일관하다가, 팽월과 한신에게 봉토를 주기로 약속하고 그 둘이 오자 항우를 무찌를 수 있었다.

 

 

여기서 한신이 계속 오지 않고 유방이 혼자서 항우와 싸웠으면 천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이미 한번 그만 싸우자고 하고 공격했으니 이번엔 도저히 외교를 할 수가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신은 유방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4) 불화

한신은 초나라 왕에서 회음후로 격하된 후에 자신이 번쾌 따위와 동격이 되었다고 화를 내고 다녔다. 그런데 이미 번쾌는 공적은 한신에 비해 못하지만, 친함은 다른 사람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번쾌의 아내가 유방의 아내인 여후의 여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나중에 진평이나 주발같은 신하들은 번쾌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지 않고 살려서 압송하기까지 한다. 또한 한신이 번쾌따위와 동급이 되었다고 말한 시점은 번쾌의 집에 방문해서 번쾌의 공손한 인사를 받은 시점이다.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다.

 

 

5) 군사적 재능 과시

속담 다다익선은 한신과 유방의 고사다. 유방이 한신에게 자신의 군사적 재능에 대해 묻자, 한신은 유방이 10만의 군사를 다룰 수 있으며, 자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답한다. 이 대화가 이루어진 당시는 이미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상황이었다. 위의 일화로 이미 한신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처절하게 떨어진 유방에게 자신의 군사적 능력에 대해 과시하는 한신의 모습이 어떨지 생각해보면 유방이 내심 좋게 생각했을리가 전혀 없다.

 

 

6) 출신성분

한신은 번쾌, 관영, 주발처럼 유방을 처음부터 섬긴 패현 사람도 아니고, 소하, 조참과 같은 관리 동료도 아니었으며, 항우를 섬겼다가 유방의 세력으로 넘어온 이였다. 평생을 친하게 지낸 노관과 같은 이들도 나중에 유방과 관계가 틀어져서 반란을 일으키는 마당에 한신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계략과 처신에 매우 밝았던 진평을 제외하면, 살아서 한나라의 고위관직을 역임한 소하,조참,하후영,관영,주발 등은 모두 패현 출신이다.

 

 

7) 유방의 정책

유방은 이성 제후왕을 장사왕을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고 죽여서 유씨로 대체하는 정책을 펼쳤다. 한신이 제나라에 있었든 초나라에 있었든 제후 직위를 박탈당하는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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