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 14 숙종실록

삼긱감밥 2021. 6.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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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즉위한 숙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왕이었다. 숙종은 앞서 아버지 현종이 예송논쟁 뒤집기로 노론 견제의 틀을 만들어 놓은 것을 이용하여 노론을 제압하고, 그 외 세력들을 적절히 바꿔가며 왕권강화의 틀을 갖춘다. 

 

그런데 이때 발생한 왕권강화가 다른 시기에 비하여 특이한 점은 바로 환국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특별한 원칙없이 어느날 갑자기 숙종의 의도에 따라 환국이 이루어지면 이전에 재임하던 정승 판서들은 모두 귀양을 가고 그들의 스승이나 학문적 계보에 있는 사람들은 비판받게 되었다.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니 노론도 소론도 많은 사람들이 죽고 쫓겨나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왕은 이 불안한 정국을 이끌게 되었다. 이를 통해 숙종은 왕권강화에 성공했다.

 

장희빈과 인현왕후, 숙빈최씨의 갈등도 크게 보면 환국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남인이 지원한 장희빈과 서인들이 지지하는 인현왕후의 대립 구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숙종은 장희빈을 총애하였다가 훗날 숙빈 최씨가 연잉군(훗날의 영조)를 낳자 장희빈을 죽이고 다시 서인을 등용한다.

 

그렇게 강해진 왕권으로 큰 개혁을 하지는 않았다. 대동법이 확대 시행되고 산성을 정비하는 노력이 있었다. 숙종은 집권기간 내내 군사제도의 개혁과 군포 문제를 처리하여 하였으나 이는 거꾸로 말하면 집권기간 내내 개혁을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군역과 관련된 악폐습은 점점 악화되어 갔다. 이점은 강한 힘으로 좋은 정치를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다. 

 

그가 왕권강화로 이용한 정치적 수단인 환국도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였는데, 특별한 원칙이나 정당성 없이 계속해서 정권이 갈려나가는 환국은 당파간의 너죽고 나살자식의 극단적인 정쟁을 유도할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이상 서로간에 느슨한 교체나 견제를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숙종은 장희빈과의 사이에서 경종을 두고 숙빈 최씨와의 사이에서 영조를 둔 채로 죽는다. 죽기 직전에 숙종의 건강이 악화되어 사실상 경종에게 권력의 축이 이동했다. 다만 노론 대신들이 집권한 상황이었다. 

 

이 권의 표지에서 숙종은 손가락을 아래로 하고 있는데, 환국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숙종은 왕권을 강화시켰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권력을 키우진 않았다는 점에서 광해군보단 수가 노련한 사람이었으나, 그 왕권으로 만든 업적이 태종에는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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