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7 순조실록

삼긱감밥 2021. 6. 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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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권은 순조실록이다. 이전에 정조가 죽었을 당시 순조의 나이가 많지 않았기에 정순왕후에 의한 수렴청정이 이루어진다. 세간에는 정순왕후가 노론 벽파의 수장으로 정조의 개혁을 다 짓밟아놓고 순조 이후의 정치를 벽파 위주로 몰아쳤으며 조선사회를 퇴보시킨 악녀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렇게 보면 정조가 이루어 놓은 업적을 정순왕후가 벽파를 끌고 파괴한 셈이 된다. 

 

그러나 박시백 화백은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본다. 그는 정순왕후가 권력욕도 꽤 있었고 정치에 관심도 많긴 했으나 그렇다고 그가 시파를 다 쓸어서 없앴다고 보기 어렵고(오히려 이후 시파에 의해 벽파가 파멸한다), 나름의 명분에 입각하여 정치를 시행했으며 순조가 나이가 들자(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수렴청정을 그만두었기에 악평이 과장된 것은 아닌가 보고 있다.

 

어찌되었든 순조는 자라서 실질적으로 정치를 하게 된다. 이미 정조시기에 김조순이 조용히 막후에서 활약하면서 권력을 다지던 상황에서, 정순왕후가 물러나고 순조가 친정하게되자 순조의 장인인 김조순의 세력은 매우 커져갔다. 조선의 많은 왕들이 걱정하던 외척의 발호가 시작된 것이다.

 

김조순 자신은 왕릉 천장이외에는 특별한 정치적 개입을 자제한듯 보이나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평이나 안동 김씨 가문의 관직분포를 보면 엄청난 권력을 손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관직에 자기 사람을 다 넣은 사람이 대놓고 앞에 나서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실력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박시백 화백은 김조순이 막후의 실력자 타입이라고 보았다. 시파에 의해 벽파가 파멸하면서 붕당정치는 붕괴한다. 이리하여 안동김씨가가 풍양조씨와 반남박씨를 끌어들여 세도정치를 이끌게 된다.

 

순조의 대에 조선은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었다. 환곡을 비롯한 삼정의 폐단이 지나치게 심해져 농민의 삶을 어렵게 했고, 이런 와중에서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 서북부 지방이 뒤흔들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사회균열의 조짐이 나타났다.

 

순조는 부지런히 일했지만 큰 식견이 있거나 원대한 판단력이 있던 것이 아니었고 안동김씨 세력도 컸기에 별다른 개혁을 이루지 못한다. 문제를 타파할 만한 그릇이 아니었던 것이다. 운도 나빠서 이런 와중에서 효명세자에게 정치를 맡기나 이번엔 효명세자가 요절한다.

 

결국 순조는 정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게되고, 나라의 중요한 일들이 비변사에서 처리되면서 붕당정치가 붕괴한 조선의 권력은 한 곳에 쏠리리고 부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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