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로 유명한 주경철 교수가 큰 영향력을 가졌던 중세와 근대의 유럽인에 대해서 쓴 역사책이다. 워낙 주경철 교수가 역사 교양서를 잘 쓰는데, 인터넷에 연재한 글을 다시 정리한 글이라 더 일긱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각 인물 선정을 잘해서 역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이들을 상세하게 역사학계의 논의와 함께 소개하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고 좋은 책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할 용의가 있다.
1권은 그중에서도 중세 사람들이지만 근대로 나아가는 길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잔 다르크, 부르고뉴 공작, 카를 5세, 헨리 8세, 콜럼버스, 코르테스와 말린체,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터가 등장한다.
잔 다르크는 100년 전쟁 당시 프랑스 측에서 싸운 여성으로, 보잘 것 없는 배경을 가진 여성이었지만 전투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하여 프랑스군을 지원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여성이라는 점이나 배경 때문에 무시받았지만 전쟁터에서 열심히 싸웠기 때문에 권위가 부족한 왕세자가 왕이 되는 것을 도왔다. 그러나 부르고뉴 공작, 영국, 파리의 적으로 찍혀서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부르고뉴 공작가는 네덜란드 벨기에의 저지대 지역과 프랑스 중동부의 부르고뉴 지역을 통치한 공작가문이다. 애초에 프랑스 왕실의 한 가문이었으나 이후 상속과 협박을 통해 저지대 지역의 영지를 부풀리면서 프랑스 왕을 위협할 정도의 거대한 세력가로 자라났다. 이후 영국과 느슨한 동맹관계를 맺으며 프랑스 정치의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한다.
하지만 훗날 인근 지역 제후들과 적이 되고 로렌, 스위스 등에 패하여 망한다. 이후 부르고뉴 공작가의 자산은 일부는 오스트리아에, 일부는 프랑스에 넘어간다. 부르고뉴 공작가가 망함으로써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독립된 국가가 생성되지 못하고 오늘날의 유럽이 된다.
카를 5세는 스페인의 공동왕 카스티야의 이사벨, 아라곤의 페르난도의 후손인 동시에 오스트리아의 상속자였다. 이 당시 오스트리아는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서북부 헝가리, 저지대 지역까지 다스렸으므로 어마어마한 영토를 손에 넣었다. 그는 거대한 영토와 자산을 가진 최강의 군주였다. 그러나 카를 5세는 종교에 대한 신념이 강한 군주였으며 종교 문제로 인하여 독일이 쪼개지자 협상 대신 신교 탄압에 나섰고 이후 제국은 큰 분열을 겪게 된다.
헨리 8세는 영국의 왕으로, 독단적인 행동으로 신하나 다른 부인들을 처형시켜 악명을 얻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국내의 다른 세력을 탄압하고 강한 권력을 쌓아올린 것이 훗날 잉글랜드가 강한 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다.
콜럼버스는 그는 초급 수준의 학교를 졸업하고 선원 활동을 하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뱃사람이다. 아이슬란드 등 다양한 곳을 선원으로 경험하면서 숙련된 뱃사람이 되었다. 이후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제도를 개발하던 가문과 결혼하면서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포르투갈에서 신세계 탐험 지원을 얻으려고 했으나, 포르투갈은 이미 아프리카 곳곳에 거점을 개발하고 아프리카를 돌아서 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개발중이었으므로 콜롬버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콜롬버스는 대신 통합왕국을 이루었던 카스티야의 이사벨, 아라곤의 페르난도 공동왕을 찾아갔다. 여기서도 역시 처음에는 거절당했으나 이후 이사벨 여왕의 회계를 맡은 신하가 받아들일 것을 제안하여 지원을 얻게 된다.
항간에는 콜롬버스가 세상이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편견에 맡서서 서쪽으로 간 것으로 알려진 이야기도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세에도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지동설과 천동설 이야기를 누군가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콜롬버스는 서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사실 콜롬버스의 항해는 뭔가 정확하게 이루어진 과학적인 계산이 아니었다. 콜롬버스가 항해를 떠나기 전에 했던 전제 자체가 틀렸었기 때문이다. 콜롬버스는 지구의 대부분이 바다가 아니라 육지라고 생각했고, 지구가 실제보다 훨씬 작다고 착각하고 출발했다. 곧 아시아에 도착할 것이라는 잘못된 계산을 하고 서쪽으로 떠났던 것이다. 애초에 틀린 계산을 하고 이동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었으나, 그는 대신 아시아 대신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였다.
콜롬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한 이후 자신의 종교적 열정에 힘입어 자신이 위대하고 성스러운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남미에서 자신이 성경에서 예언된 곳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거나, 자기 아들을 추기경으로 삼아달라고 하거나, 다른 항해 지원을 요구하거나 하면서 계속해서 서쪽에 대한 항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은 좋았는데 그 이후의 성과가 보잘것 없자 스페인은 지원을 끊었다. 근대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으나 참 중세스러운 사람이었다.
코르테스는 멋대로 스페인 식민지를 떠나서 오늘날의 멕시코 땅으로 향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상관의 명령을 어겼기에 목숨걸고 원정에 나서야 했다. 다행히 현지에서 말린체라는 여성과 만나서 말린체의 도움을 받는다. 말린체는 높은 신분이었으나 우여곡절끝에 신분이 격하되어 낮은 신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말린체의 출신 부족은 아즈텍과는 다른 부족이었다.
말린체는 뛰어난 언어능력으로 코르테스를 도왔고, 코르테스는 말린체와 가까이 지내 정부이자 가이드로 삼았으나 이후 말린체와 소원한 관계가 된다. 자녀는 스페인의 기사가 되었다.
코르테스와 말린체의 관계는 복잡한데, 코르테스는 외부에서 온 침략자이지만 말린체는 단순하게 볼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린체는 낮은 신분의 여성으로 적극적으로 외부 세력과 협력했던 사람인데, 사람 죽이는 것이 유흥이자 잔치이던, 주변 부족에 잔혹했던 아즈텍 사회를 생각하면 코르테스와의 협력을 말린체의 입장에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즈텍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인간 제물을 바치던 사회였고, 이를 위해 주변 부족을 잡아다 제물로 쓰는 곳이었다. 말린체는 코르테스의 적인 부족민도 아니었으므로 코르테스와 손잡고 이들과 싸웠다고 배신자나 매국노로 볼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던 북부 이탈리아의 예술가로, 군사 기술이나 건설 등의 업무에도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루터는 종교개혁에 불을 붙인 인물이다. 나는 전부터 왜 루터는 후스와 다르게 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부 학자들은 루터가 후스와는 달리 인쇄술이 있는 시대의 사람이라 그렇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루터는 꽤 편협하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인물로 다른 사람과 갈등이 심했다. 다만 작센 선제후가 루터에 우호적이었고 그를 따르는 사람도 많았기에 끔찍한 벌은 피할 수 있었다.
루터는 가톨릭의 잘못된 점을 잘 비판한 사람이지만, 극단적인 반유대주의자였다. 말년에 기이한 행동을 보였고 다른 사람과 비타협적이었으며 독일 농노들의 반란에 대해 탄압할 것을 지지했다.
저자가 인물에 대해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재밌고 쉽게 썼기 때문에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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