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보드게임 후기 엘드리치 호러/ 루터즈 / 맨덤의던전

삼긱감밥 2021. 6. 2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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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드리치 호러 3인 플레이를 했다. 고대의 존재는 이그로 했고, 나는 처음 해보는 캐릭터인 트리시 스카보로, 다른 플레이어 둘은 사일러스 마쉬와 노먼 위더스를 플레이했다.

 

트리시 스카보로의 행동 능력은 단서가 0개일때 단서를 하나 얻는 것이고, 지속 능력은 단서를 소모해서 주사위를 굴릴 때 1개가 아닌 2개를 굴리는 것이다. 그래서 능력치 업그레이드를 자주 하지 않아도 나름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작 해보니 턴이 모자라서 그런지 게임 플레이하는 도중 단서를 받을 턴이 모자라서 단서를 못받는 때가 많았다. 

 

이게 단서를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플레이할 때 능력치가 모자라는 것을 보충해야 하는데, 트리시 스카보로의 가장 높은 능력치는 관찰력인데 관찰 다음이 바로 영향력이다. 그래서 영향력을 써서 자산 획득을 할 타이밍과 단서를 얻을 타이밍이 동시에 겹쳤다. 능력치와 행동 중 하나는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이그의 미스터리를 초반에 간단하게 하나 깨고, 내가 조우를 통해서 파멸 토큰을 뒤로 돌려놨는데 이게 두번째 미스터리와 소문이 아주 안 좋게 겹쳤다. 두번째 미스터리는 단서가 있는 칸에서 조우를 해야 하는데 소문이 단서를 없애는 것이라 플레이하기 힘들었다. 하필 소문에서 이타콰가 나와서 사일러스 마시 플레이어가 이타콰를 잡고 여파로 골로 갔다. 노먼 위더스 플레이어도 능력치를 많이 올렸는데 사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냥 GG치고 포기하였다. 안타까운 판이었다.



이그를 쉽게 보고 플레이했던 것이 패착인지 정말 어렵게 느껴졌다. 이번이 벌써 두번째 이그 패배였다. 이그를 잡기 전에 누가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하고 했어야 하는데 그냥 하고 싶은 캐릭터를 해서 그랬는지 참 쉽지 않았다. 2시간 플레이해도 미스터리를 1개밖에 처리할 수 없었다.

 

확장팩 버려진 지식을 끼고 플레이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템 활용이 엄청나게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영향력을 통해서 최대한 좋은 아이템을 모으는 것이 능력치를 올리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행운의 반지를 부채를 써서라도 먹으면 능력치를 모두 +1 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반면 능력치 올리는 조우는 조우가 늘어나면서 자주 뜨지 않게 된 듯한 느낌이다. 

 

이후에는 루터즈를 플레이 했다. 루터즈를 플레이하면서 처음에는 허수아비, 죽음의 기사, 고블린과 같은 금화강탈 카드들을 그때그때 마구 썼는데, 이런 카드들을 후반까지 손에 들고 있다가 기습적으로 내면서 금화를 뺏으면 플레이하기 훨씬 쉽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카드를 절약하는 법도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 어차피 이 게임은 연금술사나 폭탄마가 반드시 한 번은 터지기 때문에 그때 많은 카드를 내려놓았으면 손해다. 적당하게 다른 사람들이 판을 정리할 즈음에는 손에 카드를 들고 최대한 덜 놓으면서 효율적으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한 게임 중 가장 신기한 게임은 바로 맨덤의 던전이었다.



이 게임은 일본의 오잉크 게임즈에서 만든 것인데, 게임의 크기가 왠만한 트럼프보다 작다. 게임 안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은 비스킷만하다. 아주 적은 용량으로 좋은 게임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 맨덤의 던전은 설정상 마왕과 몬스터들이 쳐들어오는 던전에 위기를 맞은 마을에서 용사를 보내는 게임이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던전에 서로 가고 싶지 않다. 그리고 용사가 던전을 잘 클리어해서 성공하는 꼴은 보고싶지 않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용사의 장비를 홀딱 다 빼앗아서 거지꼴로 던전에 보내 용사를 살해하는 게임이다.

 

 

어떻게 이런 컨셉을 생각했는지 신기하다.

 

각 플레이어들은 순서를 정한다. 몬스터 카드를 섞어서 엎어놓고, 하얀 카드를 하나씩 받는다. 용사는 모든 장비를 갖춘 채로 시작한다.





이것이 하얀 카드다.  하얀카드의 앞면은 하얀, 뒷면은 빨간 색인데 모두 몬스터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몬스터들은 위와같이 존재한다. 몬스터 옆에 적힌 숫자는 몬스터를 잡는 도구가 없을 경우에 용사가 입는 데미지다. 고블린, 해골전사, 오크는 횃불, 해골전사, 뱀파이어, 사신은 성배, 드래곤은 창이 있어야 잡을 수 있고, 그때그때 필요한 아이템이 없으면 데미지를 입게 된다. 골렘이나 마왕은 둘중 하나만 잡을 수 있는데 용자의 검으로 어떤 몬스터를 잡을지 잡기 직전에 미리 지정해야 한다.

 

게임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각 플레이어마다 하얀 카드를 받는다. 용사는 장비를 갖춘 채로 시작한다.



용사의 기본 체력은 3이다. 방패는 체력을 3 추가시켜주며 갑옷은 5 추가시켜준다. 창은 드래곤을 잡는데, 성배는 위에서 언급한 특정 몬스터, 횃불은 위에서 언급한 특정 몬스터를 잡는데 쓰인다. 용사의 검은 특정 종류의 몬스터를 잡는데 쓰는데 던전에 가기 직전에 던전에 가게 된 플레이어가 그 종류를 정한다.

 

자신의 순서가 온 플레이어는 세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1. 몬스터 카드를 하나 뽑아서 용사 옆에 둔다. (이것으로 던전을 구성한다.)

2. 몬스터 카드를 하나 뽑아서 자기 앞에 둔다. 이 카드는 던전에 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용사의 장비 하나를 빼앗는다.

3. 패스 (패스하면 게임에서 아예 배제됨)

 

1을 하면 몬스터 카드를 뽑아서 용사 옆에 두는데, 이 용사 옆에 두어진 몬스터 카드들이 나중에 용사가 던전을 가야할 때 상대해야 할 괴물들이다.  

패스를 한 플레이어는 앞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없고 그 플레이어는 용사로 보내지지도 않는다.

한 플레이어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플레이어가 패스를 한다면, (3명인데 2명이 패스한다면) 남은 플레이어는 용사가 되어서 던전에 가야 한다. 

 

던전에서 싸워야 하는 몬스터는 1을 통해서 플레이어들이 쌓은 몬스터다. 용사의 검이 아직 용사에게 있다면 용사의 검의 능력으로 어떤 몬스터 한 종류를 잡도록 할 것인지 정한다. 이후 몬스터 카드를 하나하나 꺼내서 확인한다. 몬스터를 잡는데 필요한 무기가 없다면 용사가 타격을 입는다. 용사의 체력이 다 달면 처음에 받은 하얀 카드를 하나 뒤집는다. 빨간 면이 앞으로 나오게 된다. 용사가 체력이 다 닳지 않고 몬스터 카드를 다 썼다면

 

 

위와 같은 퀘스트 성공 표식을 하나 갖는다. 이후 위와 같이 계속 진행한다. 한번 더 실패하여 빨간 카드를 뒤집은 사람(즉 2번 실패)은 게임에서 아웃된다. 

 

성공 표식을 2번 갖는 사람이 승리하거나 / 다른 모든 플레이어가 2번 실패하면 승리한다.

 

이 게임은 간단간단하게 할 수 있고 작은 게임인 것 치고는 심리전이 엄청난 게임이다. 플레이하면서 두통이 느껴졌을 정도다. 내가 용사가 될지, 남이 용사가 될지, 던전 몬스터는 나중에 어느 시점에서 상대하게 될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용사가 가진 아이템은 기본 hp3에 3을 추가하는 방패, 5를 추가하는 갑옷, 드래곤 잡는 창, 몬스터를 잡는데 쓰는 성배와 횃불, 한 종류의 몬스터를 잡는데 쓰는 용사의 검이 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마왕과 골렘은 동시에 다 잡을 수가 없다. 용사의 검을 통해서 한 종류만 선택해야 한다. 만약 던전에 두 종류의 몬스터가 다들어갔으면 모든 아이템을 다 가지고 있어도 다 잡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용사가 된 플레이어가 용사의 검을 어떻게 쓰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그만큼 중요한 만큼 초반에 가장 잘 뺏기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처음에 강한 몬스터가 손에 들어오면 묻을 것인지 말것인지 잘 정해야 한다. 또한 초반에 갑옷을 빼버리면 용사 체력이 휴지조각이 되어서 툭치면 사망하므로(마왕에 1대) 굉장히 극단적으로 불안정한 게임이 된다. 모래성을 조금씩 부시는 느낌이다. 여러 카드를 넣는 척 하면서 다 성배나 횃불같은 특정 카드에 잡히도록 넣은 다음 다른 플레이어가 성배나 횃불을 빼면 그때 바로 패스하는 것도 좋다. 

 

플레이어가 2인이 되면 서로 머리를 쓰느라 심리전이 더 극심해지는데, 엄청나게 카드를 부어서 던전을 만들고도 대부분이 성배나 횃불에 잡히는 몬스터라서 체력도 안 깎이고 쉽게 사냥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애당초 용사가 되지 않는 것이 좋다. 미리 패스를 적절한 타이밍에 외쳐서 자신은 게임에서 빠지고 남은 플레이어들끼리 머리를 쓰게 하도록 빠지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모두 성공 표식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면 자기도 위험부담을 하면서 플레이해야 하니 이렇게 하긴 어렵다.

 

용사에게 장비를 주어서 맞서 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용사를 다 벗겨서 방패도 장비도 칼도 아무런 무기도 없는 채로 던전에 보내 죽게 만드는 게임이란 점에서 테마성이 아주 우수하다. 또한 전략이나 심리도 적절. 게임이 약간 스케일이 작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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