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씨의 글을 찾다가 읽게 되었다. 이름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1. 소개
이 책은 이외수씨의 장편 소설이다. 신선과 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연합일을 다뤘다.
선계로 다녀온 소년이 수십년의 방황끝에 다시 선계로 통하는 그림속의 문으로 사라졌다는 설화가 모티프라고 한다.
제목인 벽오금학도는, 벽오동의 벽오와 신선을 따라 하늘을 나는 금학金鶴이 있는 그림, 즉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그림을 뜻한다.
2. 줄거리
여러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며 시점도 계속 바뀌는 소설이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화자로 가장 많이 등장하고 주제의식과 닿아있는 것은 강은백이다. 은백 시점에서 줄거리를 설명하겠다. 강은백은 시골마을에서 농월당선생의 손자로 태어났다. 농월당선생은 풍류를 알고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을 써야하는지 깨달은 도인이었다. 농월당선생은 수년마다 한번씩 집에 돌아오곤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더니 더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일제에 의해 끌려갔고, 은백은 할머니와 함께 가난속에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배워간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은백은 구걸을 하며 살다가 마을의 구석에 있는 도로무기소 라는 연못에 빠지고 만다. 이곳은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는 광경을 다른 사람에게 목격당해 다시 이무기가 되어 갇힌 곳이었다. 은백이 신발 한짝만 남기고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은 몹시 애통히 여겨 신발만 챙겨서 할머니의 무덤 인근에 묻어준다. 그런데 죽은줄 안 은백이 그림 하나를 들고 살아서 돌아온다. 머리는 하얗게 센 채로 돌아온 것이다. 은백은 신선같은 세상인 오학동, 즉 선계에 들어가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경험을 하고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어떻게하면 다시 그림 안으로 들어가서 선계에 돌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한다.
일제에 끌려갔던 아버지는 서울로 상경하여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하여 은백을 부른다. 은백은 계모의 핍박을 피해 명문대 국문과에 입학한뒤, 때때로 도를 깨달은 사람이 없나 찾으러 다닌다. 우연히 한 할머니를 만나 시계를 건너주는 은백. 그림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는 요원하고, 나와 사물이 하나가 되었었던 '편재'의 기억은 아련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황당하게도 식모에 몹쓸 짓을 했다는 억울한 모함을 받아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만다.
정신병원에서 은백은 시를 사랑하는 피해망상증 시인 김도문과, 중사 출신 대통령병 환자, 흰색을 싫어하는 미친 여자사이에서 조용히 지낸다. 다행히도 좋은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 다시 바깥으로 나오게 된 은백. 부모에게 떨어져 나와 아예 혼자 살게 된다.
은백은 이후 혼자서 정육점을 차려서 고기를 팔며 지낸다. 그동안에도 때때로 도인을 만나러 다녔다. 어떻게하면 다시 그림속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물어봐도 답하는 이는 없고, 대부분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도인인척하는 사기꾼이거나, 몇안되는 재주로 돈벌이만 근근히 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삼류 가십기사를 쓰는 잡지에서 하얗게 머리가 센 젊은이를 찾는 할머니 이야기를 보게 된다. 자신의 일은 아닐까, 하고 할머니를 찾아가서 만나게 되는 은백. 자기가 대학생 시절 시계를 벗어서 준 바로 그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그때는 은백의 마음에 더러움이 있어 보내주지 않은 것이다.
할머니의 말대로 정해진 날짜에 산을 올라가는 은백. 우연히 그림이 찢어질 뻔 하자 당장 몸을 날려 막는다. 할머니는 모든 속세에 대한 욕심을 버렸냐고 묻는다. 은백은 그렇다고 말하지만, 할머니는 "그림"과 "오학동"에 대한 집착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은백은 그림을 찢어버리고, 세상에서 사라진다.
3. 등장인물
강은백- 사실상 소설의 주인공. 머리가 새하얗게 센게 특징이다. 어떻게 하면 오학동으로 돌아갈 수 있을찌 고민하며 평생을 보낸다.
고산묵월- 침한의 친구. 난을 그리는 서예가. 매우 아름다운 난을 그리며, 도에도 정평한 사람이지만 은백의 그림을 보고 기절하고 만다. 나중에 은백이 깨달음을 얻어 세상에서 사라지자 자신도 그림을 그리고 사라진다.
침한- 엉망진창이 된 불교계를 떠나 혼자서 수련하는 스님. 바깥 세상에서 머슴으로 일하다가 은백에게 시계를 받은 할머니를 만나고 도망친 적이 있다. 시동 하나를 데리고 있는데...
4. 특징
은백이 어린 시절 갔었던 신선들의 세상은 자연과 합일되어 있고, 마음에 고통이 없는 세상이었지만, 은백이 돌아온 속세는 모든 사람이 이기심을 위해 모든 것을 해치는 아비규환으로 대비되어 나타난다.
모든 종교는 결국 극에 달하면 하나와 같다는 작가의 사상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이 각기 신선같은 풍모를 하나, 둘씩 지니고 있는 것도 특징. 개인적으로 나는 이 작품이 이외수의 다른 작품인 황금비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5. 기억에 남는 장면
마지막 장면은 이 소설의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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