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문

담론과 분서갱유

삼긱감밥 2021. 7. 2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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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이라는 책은 신영복 씨가 쓰신 책으로, 고전에 대해서 논하는 책이다. 이 책의 187P~188P에서는 이사와 분서갱유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담겨 있다. 

 

우선 책을 이사는 주공, 관중에 버금가는 승상이라고 평한다. 또한 이사야말로 천하통일의 일등 공신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법가로서의 엄정함과 원칙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조고의 간계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한다.

 

진나라의 통일 업적에 이사가 일등 공신인지 의심스럽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백기와 왕전같이 이름이 알려진 진나라 후기의 장군보다 이전의 장군을 더 높게 친다. 이름값은 후대에 더 큰 전투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크게 남기겠지만, 토대를 닦는 일은 이미 강해진 나라의 장군으로 활동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이사가 진나라에 들어간 무렵은 장양왕 무렵이다. 이 당시 이미 진나라는 초강대국이 된 상태였다. 7국의 하나로 다른 국가보다 약간 강한 정도였다면 이때부터 일한 사람들이 통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이겠지만, 이미 초강대국이 된 상태에서 벼슬살이를 시작했는데 이사를 일등 공신으로 볼 이유는 없다.

 

이사가 벼슬에 오른 시점은 이미 위, 한나라가 진에게 대항하기 힘들 정도로 작아진 후 조나라가 장평 대전에서 진에게 대패한 이후이다. 범저나 상앙처럼 토대를 닦은 이들의 공로가 크면 컸지 이사의 공이 더 클 수는 없다. 

 

또한 이사는 조고의 간계에 넘어갔다고 하지만 동시에 주된 협력자다. 조고의 계략에 넘어가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사가 아무 일도 없는데 애꿏은 공격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 이후 대부분의 왕조의 원칙이 되었던 장자 승계 원칙을 깨는데 협력했다. 주공은 어린 나이에 왕이 된 성왕을 보좌하고 왕권을 다시 성왕에게 돌려주어 주나라의 치세를 연 사람이다.

 

관중은 제환공을 도와 패권을 이루고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주공의 치세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주나라가 약해지기 시작했고, 관중과 공손습붕, 포숙아가 모두 죽은 후에야 제환공은 비극을 당했다. 그러나 이사는 살아서 요참형을 당했고 죽은 후에는 진나라가 망하였다. 이사가 주공, 관중에 버금가는 승상일 수는 없다. 

 

책은 과거 성왕들의 치세를 칭송하는 서책이 분서갱유의 대상이었으며, 지방분권을 옹호하고 중앙집권에 반대하는 반혁명적 서적을 불태운 것이라고 한다. 또한 대상도 국가 소유의 서책이 아니라 민간 소유의 서책이며 민간 소유의 책은 얼마 안 된다고 한다. 

 

그 당시 분서갱유의 대상이 된 서적이 '반혁명적'이라는 뜻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태워진 서적이 반혁명적 서적이라면 그 대립에 놓인 혁명적인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법가를 받아들인 것을 혁명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는데, 상앙의 법가를 받아들인 것은 변법이라고 하지 혁명이라고 하지 않는다. 애당초 이런 단어를 여기다 써도 되는지 의문이다.

 

책은 유자를 묻었다고 하지만 유자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 수도 460으로 당시 중국에서는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근거를 모르겠다. 유자가 아니었다면 부소가 올린 글과 맥락이 맞지 않는다.

 

분서갱유는 통일 국가의 기틀을 공고히 하고 지방분권의 봉건적 질서로 복귀하려는 반혁명의 소지를 없애는 정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분서갱유로 통일 국가의 기틀을 공고히 하였다면 진나라가 반란으로 빠르게 무너진 원인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다. 분서갱유를 통해서 기틀을 공고히 하였는데 망했다는 설명보다는 통일 국가의 기틀을 공고히 하는데 실패하여 진시황 사후 곧 망했다고 설명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지만 자세한 설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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