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역사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 김덕진

삼긱감밥 2021. 8. 9.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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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이 책은 조선 현종때 있었던 조선시대 최악의 기근중 하나인 경신대기근을 다룬다. 경신대기근은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한 재앙이 모두 겹친 조선시대판 아포칼립스이다. 작게는 20만, 크게는 100만이 죽었다 하는 공포의 시기였다. 저자는 이 시기를 다루면서, 이런 재앙을 맞은 당시 관리들의 재이관, 진휼청의 설치와 대응, 재정 확충과 진휼의 딜레마에서 고민하는 신료들의 기록을 살폈다. 이를 통해 조선이 최악의 기근을 어떻게 다루고 변혁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고찰한다.

 

*2021년 8월 기준 품절도서다

 

2. 내용

17세기, 태양 흑점의 운동에 변화가 생긴다. 이로 인해 태양 에너지가 지구에 덜 전해져 지구 평균 온도가 내려가게 되는데, 이를 빙하기에 비유하여 소빙하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 동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재앙과 기근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그 중에서는 조선에서 발생한 현종 대의 경신대기근도 있었다.  

 

현종 즉위초부터 사실 기근이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 나라가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고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다. 경신대기근에 앞서 서인과 남인이 예송논쟁을 통해 힘겨루기를 했는데, 현종의 지지로 서인이 판정승하고 허목 등이 조정에서 나가게 된다. 송시열과 송준길을 비롯한 산당들은 멀리서 신하들을 조정하며 서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왕의 심중을 파악한 정승 허적과 서인의 독주를 막는 김좌명 등의 척신 세력이 견제하는 형국이었다.

 

1670년 봄, 지나치게 가뭄이 들어서 한 해 농사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씨를 뿌리면 물을 먹고 자라야 하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비슷한 시기에 거대한 우박도 떨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우박에 맞아서 죽을 정도이니 농작물도 박살이 났다. 이전에도 기근은 많았지만 가뭄과 우박이 동시에 내리는 초유의 상황이었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현종도 위기감을 느끼고 기우제를 지낸다.

 

그러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미친듯이 내려 남해안이 홍수로 박살난다. 남해안의 집은 물에 떠내려가고 작물은 물을 먹다못해 썩어버렸다. 태풍이 연달아 남해안에 상륙해 남은 사람들도 익사시켰다. 현종은 이제 날이 맑으라고 기청제를 지낸다. 정말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의 곤충들이 떠다니며 닥치는 대로 곡식을 먹었다. 참새 천만마리가 밭에 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 전염병인 우역이 돌아 농사져야 할 소까지 죽기 시작했다. 소 한마리는 인간 노동력의 8-9배 였기에 이는 농업 생산의 붕괴를 의미했다. 가뭄,우박,홍수,태풍,곤충 습격, 새 습격, 전염병 습격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조정은 진휼청을 설치하고, 권력을 쥔 실무파 관료들에게 일을 맡긴다. 김좌명, 민정중, 허적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조세를 감면하고 진휼책을 펼치는 데 의견을 모은다. 김좌명은 화폐의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진휼청 관료들도 전염병에 습격당해 죽어갔다는 것이다. 다행히 다 죽지는 않아 어찌어찌 유지된다. 한양 인근은 진휼소를 세워 죽을 쑤어 먹이는데, 죽을 쑤어 먹일 재료도 떨어지고 남은 쌀마저 모자라게 되었다. 지방 사람들은 서울로 올라와서 그나마 죽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기에 서울에 인구가 집중된다. 진휼소를 닫지 말아야야 한다는 의견과 어차피 먹여봐야 내년도 가뭄이라 다 죽을테니 차라리 비축하자는 실무 관료들의 의견이 충돌하여 결국 진휼소는 문을 닫는다.

 

뭔가 해보려고 해도 사실 전근대 수준에서 감당할 만한 재앙인지 의문이다. 어머니가 자식의 인육을 씹어먹는 상황이 된다. 어머니를 데리고 구걸을 하다가 지친 아들이 어머니를 버리고 가는 일도 생긴다. 식인이 벌어져도 관료들이 분노하지 못한다. 경상도 인구의 20%가 기아상태였고, 굶어죽은 사람은 너무 많은데 보고 후의 문책을 걱정한 지방 수령등에 의해 감춰진다. 그래도 못해도 수십만, 크게는 백만이 죽었다고 추정된다. 왕실의 누이도 전염병으로 죽고 진휼청 관료들도 죽는다. 한양 내에도 시체가 쌓인 데다 진휼소에 온 병자들이 너무 많아 다시 전염병이 퍼지는 형국이었다. 왕실 종친이 진휼소에서 죽을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다.

 

진휼청에서는 의론끝에 강화도와 남한산성의 곳간까지 열어버린다. 어차피 나라가 망해가니 전쟁을 대비해 저축한 식량도 그냥 먹기로 한 것이다. 병조에서 평시엔 손을 대지 못하게 막아둔 창고까지 열어버렸다. 말 그대로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었다. 왕은 도성의 군사를 줄이고, 공명첩을 발행하고 신분과 관직을 매매한다. 청나라 쌀이라도 수입해오자는 말이 나왔지만 운송과 뒷감당이 어렵다고 여겨 기각된다.

 

남인은 실질적인 진휼 정책을 이끌었고, 서인들은 이상주의적인 정책을 논했다. 특히 서인계 유학자들 일부가 왕이 덕이 없어 이 꼴이 난거 아니냐는 전통의 재이관을 보여 현종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현종은 기근 이후의 다시 발생한 예송 논쟁에서 남인의 손을 들어준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도 전에, 원래 몸이 안좋았던 현종이 죽고 만다.

 

3. 특징

*이 책은 재난을 다루는 조선 관료들과 죽어나가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뿐만이 아니다. 조선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인구구조가 변형되었는지도 논한다. 전라도가 조선의 곡창이고 인구가 많았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평안도가 인구가 두 번째로 많았다는 (경상-평안-충청-전라) 중기의 기록은 의외였다. 한파가 몰아친 북부지방, 그 중에서도 인구가 많았던 평안도의 인구가 남하하거나 죽었다는 뜻이 된다.

 

*사실 잘 찾아보면 조선시대 세종때에도 함경도 사람들이 2천명 가까이 죽은 기록이 있다.

 

4. 기억에 남는 장면

이 책의 내용 상당수가 다 기억에 남을 것같다. 페스트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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