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타

니디걸 오버도즈 제작자 냐루라

삼긱감밥 2024. 6. 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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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루라는 일본 인디게임 니디걸 오버도즈의 제작자이다. (니디걸 오버도즈는 멘헤라 기미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아이 아메짱을 인터넷 방송에 데뷔시킨다는 설정의 게임으로, 가학적이고 엽기적인 전개와 처참한 배드엔딩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은 게임이다. 스팀에서 출시되어 상업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며 한글패치도 있다.)

냐루라는 오키나와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어머니가 남자친구를 데려오자 집을 떠났다. 그는 오키나와의 낙후된 학교를 다니다가 오키나와를 떠나 도시로 간 듯하다. 그리고 혼자 방 안에서 지내면서 옛날 미연시 게임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도 시도하였으나 잘 적응하지 못하여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옮겨졌다가 그만뒀고 방 안에서 지내는 생활이 꽤 길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절의 이야기를 자신의 노트 사이트에 올렸는데 가출 하였다가 물건을 도둑맞은 일, 집에서 나가게 된 일, 나무를 깎아서 만든 베개를 출품한 절망적인 수준의 학교 기획,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몹시 긴장한 일 등등 저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우울해한 상황의 글로 정리해두었다. 냐루라는 아주 글을 담백하고 재미있게 쓴다. 일화는 우울하다.)

그가 좋아하는 작품은 90~00년대의 미연시 게임과 마법소녀물이다. (이 당시에는 미연시 산업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여서 그랬는지 굉장히 실험적이고 독특한 설정의 게임들이 많이 나왔었다. 정신이 이상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두어 이상한 텍스트와 배경설정으로 승부하는 게임들이 있었다. 이런 게임들은 2020년대 이후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0년대 이후에는 사실상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그는 밤에 혼자서 고독감을 느끼고 우울해하거나 사람들 사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느끼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고 지냈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망량의 상자,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영국 정신과 의사 lain의 시집 '좋아 좋아 정말 좋아' (정신질환자 진료로 느낀 것을 시로 표현한 책임), 게임 시리얼 익스피리먼츠 레인 등을 좋아했다. 니디걸 오버도즈 주인공 이름도 사실...

 

그러다가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인터뷰집을 책으로 펴냈는데 이것이 [승인욕구 여자도감]이다.

이후 그는 니디걸 오버도즈라는 게임을 만들게 된다. 

내가 냐루라가 정말로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려운 환경에서 버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그 기세이다. 이 니디걸 오버도즈는 기본적으로 흥행에 실패할 요소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냐루라가 좋아하고 이 게임에 반영된 대부분의 요소가 사실 한물 간 것들이다. 일단 90~00년대 식의 스토리를 강조하는 미연시 게임들 자체가 이제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90년대 게임들은 기술력 부족으로 스토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이 게임에 영향을 준 작품들은 당시에도 굉장히 괴이한 전개로 유명하여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작품들로,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자면, 냐루라가 어렸던 시절에 잘 나갔던 가수인 KOTOKO가 니디걸의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 가사에도 시즈쿠, 꿈꾸는 약, 자살을 위한 101가지 방법, 사야의 노래, 시리얼 익스페리먼츠 레인 게임, 멋진 나날들, 사요나라를 가르쳐줘, 언젠가 내릴 눈, 병조림의 지옥 등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한다.

병조림의 지옥은 유메노 큐사쿠의 소설로 한국에도 번역된 바 있다. 이것을 빼면 나머지는 게임인데, 끔찍하고 무섭거나, 괴이하고 고통스러운 전개로 유명한 게임들로 트라우마나 괴이한 게임 목록에 들어갈 만한 것들이다. 주로 전파게가 많다.

시즈쿠는 독전파로 사람이 살해당하는 배경의 게임이고, 꿈꾸는 약(유메미루 쿠스리) 괴롭힘, 허무주의, 약물 등 위험한 것에 대한 묘사가 많다. 자살을 위한 101가지 방법도 세계가 멸망해가는 듯한 묘사에서 망상에 빠져드는 게임이다. 사야의 노래는 니트로 플러스의 작품으로 고어하고 잔인한 묘사와 이종간의 이상한 사랑을 묘사했다. 시리얼 익스페리먼츠 레인 게임은 카운셀러와 정신이 이상한 소녀의 상담기록을 읽는 소설 느낌의 게임인데, 정신 상태의 붕괴가 묘사된다.

특히 멋진 나날들, 사요나라를 가르쳐줘, 자살을 위한 101가지 방법은 세간에서 3대 전파게로 꼽는 게임이다. (전파게의 주인공이나 세계관은 보통 정신이 나갔으며, 비합리적이고 기이하다) 이 게임들 중 일부는 지금은 어느정도 유명해져서 게임 CD가 엄청나게 높은 가격으로 팔리지만 대중성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그리고 이 게임은 육성 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 기이한 엔딩을 보는 전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는 매우 힘든 구조이다. 하지만 냐루라는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조합해서 게임에 배치하였고 대중성을 노리지 않고서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대단하다!

냐루라는 옛날 미연시의 광기가 현대 SNS 여성들의 광기와 맞닿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기발한 발상이다. 이외에도 아메짱이 채팅에서 진행하는 대화의 주제들을 보면, 도시전설, 음모론, 오타쿠 토크 등 서브컬처에 관한 것들이 많다. 도시전설에 관해서는 키사라기역 음모론에 관해서는 존 티토, 오타쿠 토크와 관련해서는 오타쿠가 좋아하는 사고실험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이 언급되는데 대부분 00년대에 2ch 등에서 인기를 얻던 것들이다. 한국에도 이 시기에 이런 자료들이 번역된 바 있기 때문에 친근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냐루라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게임에 마구 때려 박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넣어서 만든 게임을 만들어서 남들이 즐기게 하다니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시집 원본인 좋아 좋아 정말 좋아는 오래된 책이라 폐간되었는데

 

니디걸 오버도즈 주인공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인기가 폭증, 복간되었으며

 

해설문은 냐루라가 담당하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복간시키고 해설도 담당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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