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했었다. 하나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특별전이고, 하나는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이었다. 워낙 사람들이 합스부르크에 관심이 많다보니 금세 사람이 꽉차서 매진되었다. 때문에 나도 합스부르크 특별전을 보러 갔다가 마침 다른 전시도 하길래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을 보러 가게 되었다. 그렇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원래 목표로 했던 전시가 아닌데다가 의궤는 기록을 보관한 것이니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유물이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의궤는 의식의 궤범으로,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을 말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려서 행렬을 묘사한 것들이 있었다. 특히 왕실 인사의 장례의식과 그 절차의 경우 매우 중요한 기록으로 삼아서 여러 내용을 남겨놓는 것으로 보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게 종이에 기록(이것도 의식의 수준에 따라서 쓰는 닥나무의 종이 질이 다르며 표지의 경우 고급 자료는 옥으로 만드는듯)한다.
내가 찍으려다가 깜빡했는데, 이렇게 행렬을 그린 그림을 밝은 화면에 띄우고 터치하면 행렬의 이동 모습을 보여주거나 확대해주는 장치가 있어서 매우 신기하였다. 단순한 행렬 그림을 확대해서 보니까 좀 더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세상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웃기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중요한 인물을 지키기 위해 그려넣은 네 성수의 그림이 가면 갈수록 캐주얼하게 바뀐다는 점이었다. 주작의 경우 목이 세개 달린 새로 나오고 현무는 뱀과 거북이가 그려져있었으나 후대로 가면 주작은 붉은 참새로 목이 하나인 것으로 바뀌고 현무의 경우 뱀이 삭제되어 거북이만 등장한다는 것이다. 원래 주작 목이 세개라는 것을 모르기도 했고 매우 신기하였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입장료로 몇천원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격에 비해 크게 만족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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